직장에서 연차가 쌓이면 어느덧 관리자로 올라가는 순간이 온다. 관리자가 되면 비로소 과거 본인의 상사(관리자)가 한 말과 행동의 이유를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승진해 관리자가 되는 것이 마냥
직장에서 연차가 쌓이면 어느덧 관리자로 올라가는 순간이 온다. 관리자가 되면 비로소 과거 본인의 상사(관리자)가 한 말과 행동의 이유를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승진해 관리자가 되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을 수 있다. 우선 관리자는 자신이 맡은 조직에 대한 책임감을 완전히 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급자와 부하 직원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잘못했다가는 양쪽으로부터 안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만 해도 경영계에서 ‘상사 없는 조직’이라는 개념이 대두된 바 있다. 저명한 경영학자이자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 게리 하멜은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관리자들을 몽땅 해고하자(Let's Fire All the Managers)’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해당 기고에서 하멜 교수는 “관리자는 인건비를 높이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확률을 높인다”고 주장하며 “직원들이 동료와 협의해 각자 책임 범위를 설정하고 본인 업무를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업문화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를 행한 기업으로 미국 토마토 가공회사 ‘모닝스타’를 소개했다. 그런데 과연 기업들은 현실적으로 관리자를 없앨 수 있을까? 아니, 관리자를 없애더라도 조직이 잘 운영될 수 있을까? 관리자의 필요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를 뒤바꿔 놓을 책 한 권을 소개한다. 니콜라이 포스 코펜하겐 비즈니스스쿨 교수와 피터 클라인 미국 베일러대 교수가 공동 집필한 이다. 제목이 알려주듯, 해당 도서는 대놓고 ‘관리자 찬양’을 한다. 저자들은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며 관리자들의 가치를 조명한다. 관리자가 필요한 이유는 ‘조직 내부의 조정(coordination)과 협업(cooperation)이 이뤄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조정(coordination)은 누가 어떤 업무를 언제, 어떻게, 얼마큼을 맡아서 할 것인지를 계획하는 것을 뜻한다. 협업(cooperation)은 조정 과정에서 나온 내용을 조직원들이 실행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관리자 없는 조직의 문제는 조정과 협업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포스 교수와 클라인 교수는 “관리자 없는 조직이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은 이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주목한 관리자 없는 조직의 위험성은 비효율성, 조직 민첩성 부족 등이다. 이 같은 위험성은 (조직 운영) 체계, 투명성, 관리감독, 리더십 부족으로 인해 생긴다. 각 조직원의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으면, 조정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공식적인 규정이 없으면 조직의 모든 것은 ‘정치화’되고 의사결정은 더 어려워진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짚어볼 게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하멜 교수가 소개한 ‘모닝스타’는 어떻게 ‘관리자 없는 조직’을 만들었을까? 바로 동료 간의 양해각서(Colleague Letter of Understanding·CLOU)를 통해서다. 직원들끼리 매년 계약을 체결해 각자가 어떤 업무를 담당할지 공식화했다. 이 시스템에서는 개인이 본인 일만 잘하면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모닝스타가 완전히 관리직을 없앤 것은 아니었다. 결국에는 관리 능력이 좋은 사람이 관리 업무를 맡게 되어 있다. 즉, 공식적으로 상사(관리자) 직급를 두지 않고 위계 구조를 없앤다고 해서,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덧붙여 포스 교수와 클라인 교수는 모닝스타가 ‘관리자 없는 조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토마토 가공 과정과 기술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모닝스타에서 일어나는 일은 예측 가능하기에 ‘관리자 없는 조직’을 두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한 포스 교수와 클라인 교수는 “관리자들이 조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정하는 것보다 조직원들이 지켜야 할 원칙을 세우고 도달할 목표를 정해주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게임에 빗대어 말하자면, 각 플레이어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 정해주지 않고 그 대신 게임의 법칙을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 조직에 관리자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하거나 조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관리자를 만나면, 사람들은 “차라리 관리자가 없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포스 교수와 클라인 교수는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가 주장한 ‘과두제의 철칙(the Iron Law of Oligarchy)’을 인용하며 완벽하게 관리자 없는 조직이 이뤄지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암시했다. 과두제의 철칙은 ‘민주주의를 추구하더라도 모든 조직은 소수에 의해 지배되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기반으로 이 책의 저자들은 “공식적 상사가 없으면 비공식적 상사가 생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경영자들은 좋은 관리자 키우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