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작 (1)
일삶기록 (work & life) 662 광복절 징검다리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월요일 휴가를 냈습니다. 그래서 또 오랜만에 가족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었고, 요즘 젊은이들에게 핫하다는 강원도 양양을 가려 했지만 숙소를 예약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여향 방향을 급선회하여 아이들 교육에 도움 되는 역사의 도시 경주를 가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경주까지 자동차로 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전기 자동차로 한 번에 갈 수 없어서 경상북도 상주시에 있는 충전소를 경유하는 코스를 계획했습니다. 이왕 상주를 경유하는 김에 차박을 해볼까 살짝 고민했습니다. 상주 경천대라는 곳이 차박의 성지라고 하여 진짜 도전해 보려고 했지만, 차 안에서 쭈그려 네 가족이 모두 편안한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 휴가 시즌에 징검다리 연휴 기간이라면 분명히 지방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리고 숙박 예약 사이트에 빈방이 없는걸 보면 지방 여행객이 많을 것이다. 고로 고속도로는 차들로 꽉꽉 차서 통행이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은 가설을 세우니 우리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여행 출발 시간 옵션은 이른 새벽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오전 4시에 경주로 출발했습니다. 졸린 눈이 아니라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부여잡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냉정하게 따지면 나머지 식구는 차에서 쿨쿨 자면 되고 운전하는 저만 천하장사도 못 이긴다는 잠과의 사투를 벌였습니다. 전기 자동차 충전을 위한 경유지 상주까지는 2시간 반 동안 차가 막히지 않고 안전하게 도착했습니다. 자동차를 충전하는 약 30분 동안 차 안에서 꿀잠을 잤습니다. 거의 차박을 했던 셈이죠. 상주에서 경주까지 1시간 45분 정도 걸렸고, 가는 동안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 재잘재잘 떠들어주어서 졸리진 않았습니다. 경주에 도착하여 첫 번째 방문한 곳은 분황사입니다. 분황사는 국보 제30호로 지정된 모전석탑이 있는 신라시대 절입니다. 아직도 절로 사용되고 있네요. 작은 물웅덩이가 있었는데 방문객들이 하도 돌을 던져서 뚜껑을 덮어놓았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물웅덩이를 보고 뭔가 던져 넣지 않고서 참기 힘들 것 같은 마음을 이해합니다. 두 번째 방문한 곳은 대릉원입니다. 대릉원은 신라시대 미추왕을 대릉(大陵:竹長陵)에 장사 지낸 곳입니다. 거대한 왕의 무덤을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언덕 또는 작은 산이라고 소개해도 믿을 만큼 규모가 큰 무덤입니다. 중학교 수학여행을 와서 친구들과 대릉원을 뛰어다니던 기억이 났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괜히 시비를 붙어서 유치한 말장난을 하던 기억도 돋아납니다. 대릉원에는 천마총이 있습니다. 천마총은 신라의 왕릉급 대형 고분입니다. 천마총에서 발견된 금관, 금제 관모 등 왕이 사용하던 물건을 고분 안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고분 관리가 필요하고 진귀한 물건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입장료가 있습니다. 역사를 설명하는 디지털 게시판 덕분에 천마총과 유물에 대한 이해를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경주에서 첫 외식은 메밀 막국수를 먹었습니다. 슴슴한 막국수에 수육을 곁들여 먹었는데 정말 맛이 좋았습니다. 새벽부터 경주로 달려온 피로가 시원하게 가시는 맛이었습니다.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기 위해 고즈넉한 장소에 위치한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아이들은 카페에서 차린 징검다리를 폴짝거리며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아이들은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가족과 함께 여행한다는 느낌이 기분 좋은 모양입니다. 저도 어린 시절 순수했는지, 언제부터 순수함을 잃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차 막힘없이 여행지에 일찍 도착한 것은 너무 좋았지만, 숙소 체크인 시간이 오후 3시라는 점이 함정이었습니다. 관광지 두 곳을 둘러보고 점심 식사에 커피까지 마셨는데 숙소 체크인을 하려면 두 시간이나 남았습니다.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호텔 로비에서 각자 할 일을 하며 기다렸습니다. 호캉스의 묘미 중 하나는 호텔 수영장을 누리는 것입니다. 1번 물방개 아들과 2번 물방개 딸은 장장 세 시간 동안 지치지 않는 물놀이 체력을 과시했습니다. 물론 저녁 식사를 하러 차 타고 가는 사이 떡실신을 하였지만, 그들이 물놀이 시간 동안 보여 준 열정은 대단하였습니다. 세 번째 방문한 관광지는 첨성대입니다. 첨성대는 삼국시대 신라 시기의 천문 관측소입니다. 선덕여왕이 백성들에게 과학적인 농사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어린이 과학 콘텐츠에서 주워들었습니다. 누가 만들었든 참 대단한 기구입니다. 1년 365일 계절과 절기를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든 디테일은 과히 천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 방문한 곳은 첨성대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안압지입니다. 안압지는 신라 왕궁의 별궁으로 동궁 안에 창건된 전궁 터를 의미합니다. 문무왕(文武王)이 삼국통일을 기념하여 완성한 사업으로, 잔치나 나라의 손님들을 모시는 기능을 하였던 장소입니다. 연못이 흐르고 그 위에 듬성듬성 여백 있게 나무가 보이는 풍경이 여유가 느껴집니다. 왕이 골치 아픈 일로 속상할 때, 안압지를 거닐면 스트레스가 잠시 사라질 것 같은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잠시 힐링타임 후에는 또 폭풍 같은 정치를 했겠죠? 왕의 부와 명예가 부럽기도 하면서, 그리 스트레스 받으며 살고 싶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저 왕 시켜줄 것도 아닌데 혼자 걱정해 보았습니다. 이것으로 경주 여행 1일차 여정이 끝났습니다. 가족들 모두 피곤하여 지금 옆에서 코 골며 자고 있네요. 하루를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보낸 날이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내일 2일차이자 마지막 여정은 어떻게 보낼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