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미들급이 되돌아보는 PM 커리어 회고
[월간 글쓰기] 한 달에 한 편, 글을 씁니다. 기획자로 커리어를 밟아가며 느낀 점들을 가감없이 풀고, 기록합니다. 1. 벌써 만 5년차 기획자다. 한 일은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어느새 이만큼 흘렀다. 지금 있는 회사도 저번 주에 만 1년이 지났다. 회사 1주년 회고 겸 커리어 5년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2. 우선 회사 1주년 회고부터. 이직할 때 고려했던 건 5가지였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봤던 2가지는 1) 데이터 기반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조직이어야 하고, 2) B2C 플랫폼 제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위 두 가지를 포함하여 5가지 중 4가지를 충족하는 회사에 왔다. 현재는 기업 사이드 제품을 담당하고 있다. B2C 플랫폼을 바랐던 이유가 고객향 제품을 개발하고 싶어서였는데,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고객향 제품을 다루지 못하는 상황도 아니다) 전반적으로 '이직을 잘 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름 성장한 부분이 있었다. 3. PM으로서는, 제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이전엔 사용자 경험과 니즈, 기능에 집중했다. 지금은 제품을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인식한다. 쉽게 말하면 제품으로 돈 버는 방법을 고민한다. 유저를 최우선으로 두긴 하지만, 돈을 못 만드는 제품은 지속적일 수 없다. 유저에게 전달되는 가치는 어떤 방식으로든 돈으로 치환되어야 한다. 최근 투자 시장이 얼어붙었고, 플랫폼이 난무하던 시대에 유효하던 MAU기반 기업가치 산정 방식이 더 이상 동작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4. 아쉬운 점은 내가 기대한 만큼 회사가 로켓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참고로 성장은 잘 하고 있다. 우리 팀은 10개월 만에 대략 X4 성장을 했다). 사실, 모든 스타트업이 로켓 성장을 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런 기업이 훨씬 드물다. 그럼에도 첫 커리어부터 지금까지 A~B 단계 스타트업을 계속 고수했던 이유는 내가 그 성장에 적극적으로 기여해 크게 터뜨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번의 스타트업 경험으로 깨달은 것은 나만 잘한다고 회사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사실이었다. 5. CEO의 경영 역량, 높은 인재 밀도, 시장 규모, 운. 이것들이 다 맞아떨어져야 로켓 성장을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높은 인재 밀도'에 대해 여러 가지를 느꼈다. 첫 직장을 고를 때 굳이 스타트업을 고수했던 이유 중에는 '대기업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주변에 삼성, LG 등 대기업에 간 사람들이 많은데, 하나같이 직장생활을 재미없어했다. 그리고 학점 관리 잘하고, 스펙 잘 쌓으면 누구나 가는 곳 정도로 생각했다. 나에게 직장은 자아실현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보다 재미있는 곳, 시스템의 부품보단 내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곳에 더 관심 갔다. 낮은 곳에서 시작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6. 지금은 시선이 달라졌다. 그간의 회사 경험을 돌이켜 볼 때 대기업 가는 사람들이 똑똑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스타트업에 있는 사람들이 그들보다 뛰어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당연히 예외는 있다). 더군다나 스타트업은 시스템이 없어 개개인의 퍼포먼스가 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이젠 며칠만 다녀도, 얘기만 잠깐 해봐도 누가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느낌이 온다. 주니어부터 C레벨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일을 대하는 자세나 성장 의지, 자기 계발, 성장 잠재력도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들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7. 아쉬운 점을 뒤로 한 채 단기적으로 다음 스텝은 빅테크를 생각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로켓 성장을 경험하겠다고 다음 회사도 스타트업에 가면, 제대로 된 성장은 해보지도 못한 채 평생 스타트업 바닥만 전전하는 사람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를 포기하더라도 높은 인재 밀도로 구성된 조직의 업무 환경이 어떠한지 경험하고 싶고, 더 큰 물에서도 내가 경쟁력 있는 사람인지 증명하고 싶다. 작은 조직에서만 일하다 보니 가끔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일하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이렇게 일해도 되나?' 하는 생각들.. 큰 조직에서는 다를 수도 있으니까. 뛰어난 동료에게 자극받을 수도 있고. 장기적으로는 창업에 가까운 초기 스타트업에 조인해 로켓 성장을 직접 일궈내는 것이다. 그땐 코파운더 혹은 시니어로 일하게 될 테니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해 리드할 수 있을 것이다. 8. 커리어의 최종 목표는 '사람들의 삶에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막대한 부를 쌓는 것'이다. 실력 있고 열정 넘치는 동료들과 함께 무언가에 몰입하여 일궈내는 게 퍽 재밌다. 창업이 딱이지만, 그 너머의 꿈(혹은 미션)을 찾지 못했다. 꿈꾸는 사람 옆에서 같이 꾸고 싶다. 한 몸 불태울 자신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