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에 대한 집착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당신의 직위가 의견을 결정한다(Where you stand depends on where you sit)” 조직이론을 배울 때 접했던 인용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데이터 및 경험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성찰해서 다다른 견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인간 합리성에 대한 수많은 연구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조직이론에서는 특히 사회적 맥락, 조직 내의 직위, 그리고 순응하고자 하는 욕구 등의 변수를 강조하죠. 입장이 바뀐 후에 의견도 바뀌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던 사람이 정치를 하거나 관료가 되면 의견이 바뀝니다. 아이를 낳으면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의견이 변화하기도 하죠. 은퇴 후에 견해가 변화하거나, 조직 내에서도 보직이 바뀐 후로 의견이 바뀌기도 하죠. 스타트업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많은 리더가 팀원의 의견은 듣지 않다가 비슷한 의견을 밖에서 듣고 나서는 생각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일개 팀원의 아이디어와 대표 모임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거의 동일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종류의 일을 하거나 ‘사회적 지위’가 비슷한 사람의 의견을 더 신뢰한다는 이야기죠. 강하고 뾰족한 의견이 거의 항상 더 큰 주목을 받게 됩니다. 중립적인 의견이 큰 화제가 되는 현상을 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것도 각 입장의 합리성보다는 ‘의견의 지평’에서 조금 더 선명도가 높은 것이 주목을 받게되는, ‘착시’ 효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젊은 학자들이 스타급으로 빠르게 오르는 방법 중 하나가 대가를 정면비판하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정치계에서도 ‘언론의 주목은 항상 옳다(there is no such thing as bad press)’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도 소셜미디어 등에서 선명도 높은 마케팅 전략이 주목을 받고 실제 매출도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커머스라면 사실관계가 의심스러운 평점 마케팅이나 교육 비즈니스에서도 공포 마케팅 캠페인을 본적이 있습니다. 의견의 내적 타당성보다 외적인 ‘시각효과’ 덕분에 주목을 받아 출세도 하고 매출도 올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의견의 합리성에 대해 그 어느때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생각은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완전한 정보를 가진 사람은 없으며, ‘합리성’이 정말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성질인지도 의심스럽고요. 따라서 무엇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의견은 틀렸고 내가 합리적이라고 느낀다면, 한번쯤 되돌아보고 자문해볼 일입니다. 다만 모든 내적 확신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입장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의 성찰을 거쳐 도달했다고 여기는 합리적 결론보다도 더 중요한, 확신의 거의 유일한 기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직관입니다. 직관을 통한 내적 확신은 물론 영역에 따라 구분해야 할 겁니다. 정치나 비즈니스에 관한 한, 직관을 100% 신뢰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라면, 직관에서 얻은 내적 확신으로 실행하고 전진하는 것이 거의 항상 시간을 아껴주고 삶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게 해준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보의 양이 방대하게 늘어나는 시대에서 분석을 통해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면 분석마비(analysis paralysis)에 빠지기 쉽겠죠. 정보가 너무 많아서 어떤 결론을 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도래하는 겁니다. 내적 확신이 자신의 몸 안에서 어떤 형태로 피어오르는지, 혹시 에고나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이게 맞다(객관적)’는 생각보다 ‘내가 옳다(에고)’는 느낌이다 ‘다른 사람이 틀렸다(에고)’는 느낌에 가깝다면, 에고가 강하게 개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자아관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의견이라면, 옳더라도 경계해야 하겠죠. 직관을 따르는 나만의 기준이나 방법론을 가지고 계신가요? 사실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만드는 거의 모든 사람, 특히 비즈니스 영역에서 높은 성과를 보여주는 사람은 뛰어난 직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본인은 분석을 통해 도달한 합리적 의견이라고 주장할지라도, 실행의 속도를 보면 직관일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지 않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