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고뇌>
1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영화의 원작이 된 책의 제목이다. 표지가 인상 깊어 집어 들고 읽어볼까 고민했다. 두껍고 어려워 보여 포기했다. 책을 번역하는 데만 몇 년이 걸렸다고 들었다. 2 영화를 보니, 그 책의 제목이 완전히 이해가 된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은 없을 것 같다. 3 어떤 일들은 절대로 다시 예전으로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만든다. 사건과 경험이 그렇다.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것들도 보통 그러하다. 4 영화는 쉽지 않다. 등장인물은 많고 사건은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 시간은 정말 금방이다. 최근에 읽었던 양자역학 책들과 얼마 전 놀란 감독이 직접 출연한 알쓸별잡을 봤던 게 영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김상욱 교수가 말했던 물리학자에게 헌정하는 영화에 크게 공감했다. 5 영화는 컬러와 흑백을 계속 오간다. 오펜하이머의 시선과 또 세상의 시선이다.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차이만큼이나 모든 것이 너무나도 다르다. 오펜하이머는 스스로 프로메테우스가 되었다. 기나긴 청문회의 모욕과 고통을 견디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제발 맞서 싸우라고 소리치는 아내의 절규 앞에서 그의 표정이 기억난다. 그는 견디고 또 견디며 속죄했다. 6 모든 사건은 극단적인 양쪽의 결과를 함께 만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균형을 유지한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처럼. 어떤 일은 의도한 결과를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7 수단은 목적을 달성한다. 하지만 동시에 의도치 않은 부작용도 함께 온다. 또 수단은 의도와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만들어진 폭탄은, 동시에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되었다. 과연 수단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8 영화 속 오펜하이머는 그저 순수한 물리학자로 그려진다. 그의 심정은 직접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과연 프로메테우스의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개인 오펜하이머의 마음은 어땠을까.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때 마음이 먹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