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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말을 할 때 ‘~하지 않다’란 표현을 참으로 많이 쓴다. 그냥 반대의 의미인 ‘~하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면 될 것을 굳이 부정적인 표현으로 돌려 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심리학

우리는 어떤 말을 할 때 ‘~하지 않다’란 표현을 참으로 많이 쓴다. 그냥 반대의 의미인 ‘~하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면 될 것을 굳이 부정적인 표현으로 돌려 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심리학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그것은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코자 하는 심리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대가는 크다. 부정적인 표현은 종종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조사전문가 도널드 러그(Donald Rugg)는 1940년대 ‘허락(allow)과 금지(forbid)의 차이’란 실험을 진행했다. 조사 대상자들에게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대중연설을 허락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더니 ‘No’란 의견이 62%를 차지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대중 연설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란 질문에 ‘Yes’란 의견은 46%로 줄었다. 전자의 질문에 대한 ‘No’와 후자의 질문에 대한 ‘Yes’ 모두 결국 금지한다는 의미는 똑같은데도 전혀 다른 결과가 관찰된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살펴보면 전자의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금지한다’는 후자의 의견보다 한발 더 물러나 있는, 즉 심리적 퇴로가 좀 더 넓은 표현이다. ‘허락하지 않는다’와 ‘금지’가 같은 의미인 것 같지만, 심리적인 면에서는 후자가 강도가 더 세며 때론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쉽게 관찰된다. ‘임신중절을 금지해야 한다’란 질문지보다 ‘임신중절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질문에서 ‘Yes’라는 반응을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다. 이는 A의 반대어라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B가 ‘A가 아니다(is not A)’란 뜻이 아니란 의미다. ‘A가 아니다’란 식의 표현은 B까지 포함해 더 많은 경우의 수와 가능성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하나요?‘란 질문에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대답을 듣게 되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나를 단순히 좋아하는 걸까? 관심이 없다는 걸까? 다른 느낌을 갖고 있다는 걸까?‘ 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게 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의사표현을 해야할 때는 되도록 부정적인 표현인 ‘~하지 않다’의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영어로 치면 ‘Not’의 남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를 전달하는 쪽과 받아들이는 쪽 사이에서 그 의미의 정도나 강도 면에서 괴리가 발생해 결국 다양한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정어가 포함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어떨때 이런 표현을 자주 사용할까? 바로 말에 대한 자신감이 없거나 책임을 덜 지고 싶을 때 이런 표현을 쓰게 된다. 국정감사에서 질문 공세를 받는 공직자들이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대신에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란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에서다. 만약 조직의 리더가 이런 표현을 자주 쓴다면? 조직 구성원들이 해당 의미를 각기 다른 정도로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불협화음과 소통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표현은 명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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