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팔딱 팔당
팔당 여행기 673 어제는 휴가를 냈습니다. 오랜만에 혼자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곧 시작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충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지방에 있는 멋진 산을 가보려고 고민했습니다. 마침 네이버 뉴스 기사를 보던 중 마대산을 소개하는 내용을 보고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때아닌 장마같이 일주일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많이 내린 산은 위험할 것 같다는 아내의 걱정을 반영하여 산에 가는 일은 포기했습니다. 아내가 대안을 제시해 준 것이 서울에서부터 팔당까지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걷는 것을 좋아하니까 평소보다 멀리 걸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합리적인 제안을 받아 ‘서울에서부터 팔당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방법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한남동에서 팔당역까지 걸어서 7시간이 걸린다고 나왔습니다. 더운 날씨가 조금 걱정되었지만, 중간에 쉴 수 있는 곳이 있고 도착해서 먹을 수 있는 초계 국수 한 그릇이 탐났습니다. 서울에서 팔당까지 걸어가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블로그를 보니까 도착지에 초계 국숫집이 있다고 합니다. 원래 더위를 피해 새벽에 출발하려고 했는데 아이들 등교를 돕고 부인 회사 데려다주고 수영까지 다녀오니 오전 10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그냥 점심 먹고 출발하자 생각하여 집에서 간단히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오후 12:30 드디어 팔당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한강공원 출입구는 한남나들목입니다. 옥수를 지나는 동안 성동구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생수를 한 병 챙겼습니다. 우리나라가 참 잘 살게 된 것 같습니다. 더운 날씨에 국민을 위해 생수도 무료로 나눠주니 말입니다. 용비쉼터라는 곳에 도착해서는 화장실을 들렸습니다. 그늘이 지고 바람이 부니 추운 기운까지 느꼈습니다. 중간에 더워도 해지기 전에는 그늘에서 간간이 쉬면 되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한강을 계속 따라가면 팔당이 나오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양대학교가 보이는 왕십리 근처를 지나 송정동에 도착했을 때 한강공원에서 시내로 빠져나왔습니다. 이쪽 동네는 와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철 기구를 만드는 가게가 많이 보였는데 21세기 서울 한복판에 아직도 이렇게 작은 공장 같은 곳이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누군가는 사무실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고 다른 곳에서 누군가는 망치로 철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무직을 원하지만 세상이 움직이려면 다양한 일이 필요하고 평소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일들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영롱하게 길가에 서있는 따릉이가 저를 유혹했습니다. ‘조금만 타다가 더 걸으렴’ 손짓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 한 시간을 조금 넘게 걸으니 힘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유혹과 타협하지 않고 걸었습니다. 걸어서 서울에서 팔당까지 가는 여정인데 중간에 자전거를 탄다면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입니다. 두 시간을 걸었을 때 잠시 쉬어야겠다는 강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광장동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습니다. 원래 맥도날드 같은 곳에 가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했는데 눈에 보이지 않아서 광장동까지 오는 동안 두 번 보였던 스타벅스로 향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망고 바바나 블렌디드를 시켜서 시원하게 들이켰습니다. 챙겨온 보조배터리로 핸드폰도 충전했습니다. 손을 닦으려고 화장실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가 음료를 엎질렀습니다. 노란 음료가 바지와 가방에 물드는 순간을 바라보며 맨붕에 빠졌습니다. 챙겨온 물티슈와 매장에 있는 휴지로 서둘러 닦고 황급히 다시 여정을 떠났습니다. 사실 이때부터 주변 풍경을 감상하거나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내리쬐는 해가 얼른 떨어지면 좋겠다.’ ‘얼른 도착하면 좋겠다.’와 같은 1차원적인 생각만 했습니다. 그늘 없는 천호대교를 건너며 그랬고, 익숙한 사람 사는 풍경의 강동을 지날 때도 그랬고, 웬 식물원이 줄지어 가득했던 길동을 지나면서 하염없이 덥고 힘들었습니다.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보다 제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 곳에서 세수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서울을 벗어나 하남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끝이 보인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남테크노밸리라는 건물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먹으며 쉬었습니다. 막상 화장실에 갔는데 세수를 하기 귀찮아 손을 씻고 대충 얼굴을 문질렀습니다. 입에서 짠맛이 나는 것이 어지간히 땀을 흘리긴 한 모양입니다. 여기서부터 목적지 팔당역은 1시간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4시간 정도 걸었을 때 골반이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골반 통증이 힘들기보다 허리가 아플까 봐 걱정했습니다. 그럼 정말 포기해야 하고 며칠 고생할 상상을 하니 기도가 절로 나왔습니다. ‘제발 허리만은 아프지 않게 도와주세요!’ 하남시에 있는 알 수 없는 천을 두 개 지나자 드디어 팔당대교와 마주했습니다. 이 다리만 건너면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한 것입니다. 그런데 다리에 오르려면 차도를 조금 걸어야 하는데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팔당대교로 오르는 계단에 잡초가 무성하여 계단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가실 분들 참고하세요. 긴 다리를 건너 자전거 도로를 조금 걷자 오늘의 목적지 팔당역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전설 속 보물섬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초계 국숫집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식당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음식점을 찾아 더 걸을 수 있는 에너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약간 허무하게도 바로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이번 여정을 통해 깨달은 바는 제가 40대가 넘었지만 아직 체력과 정신력이 쓸만하다는 것과 함부로 4시간 이상 걸으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목표를 세우고 힘든 여정 가운데 포기하지 않고 달성한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계속될 인생 여정 중에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도달하고 싶은 뚜렷한 목적지가 있기에 고난과 시련이 찾아오더라도 담대히 나아갈 힘과 용기를 오늘 얻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