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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 씨는 A팀장과 대화할 때 삶은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30대에 빠르게 승진해 최연소 팀장 자리에 오른 A팀장은 후배들이 아무리 타당한 아이디어를 내도 자기가 아는 방식이 맞다고

직장인 박 씨는 A팀장과 대화할 때 삶은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30대에 빠르게 승진해 최연소 팀장 자리에 오른 A팀장은 후배들이 아무리 타당한 아이디어를 내도 자기가 아는 방식이 맞다고 끝까지 우긴다. 유통회사 현장 실무 경험이 있는 박 씨는 “현장에선 상황이 다르다”며 팀장을 설득해보려 했지만, A팀장은 오히려 “내가 이 바닥에 더 오래 있었다”며 듣지 않는다. A팀장은 박 씨처럼 자신을 설득하려 드는 후배들을 옆에 앉혀 놓고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설교를 늘어놓으며, 스스로 이를 ‘참교육’이라 부른다. 꼰대는 더 이상 나이의 많고 적음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연장자가 옛날 얘기를 꺼내 충고를 늘어놓으며 ‘라떼는(나때는)’을 시전하지 않더라도, 요즘에는 2030세대 ‘젊꼰(젊은 꼰대)’에 대한 불만도 높다. 실제로 올해 1월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직장인 595명 중 71.4%가 “직장에 젊은 꼰대가 있다”고 답했다.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직장인들이 꼽은 최악의 젊은 꼰대 유형으로 ‘자신의 경험이 전부인 양 충고하며 가르치는 유형’이 1위를 차지했고, ‘본인의 답을 강요’하거나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유형이 뒤를 이었다. 물론 여기에 더해 ‘꼰대질’에는 공감 능력 부족, 안하무인 태도, 자기중심적 소통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사실 ‘젊꼰’이냐 ‘늙꼰’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의 문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수용하지 않고, ‘내가 옳다’고 여기는 등 사고가 경직됐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심리학 용어인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이라는 개념으로 살펴볼 수 있다. 지적 겸손이란, 내가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며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따라서 지적으로 겸손한 사람은 새로운 정보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자신의 지식을 과신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람의 관점을 존중하고, 상대의 의견이 타당하다면 내 의견을 수정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내가 틀렸고, 다른 사람이 맞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면 지적 겸손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들은 이런 상황 자체를 자신에 대한 도전이나 위협으로 간주한다. 자신이 정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은 진짜 능력이 훌륭한 사람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본인만의 착각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 할지라도, 실제보다 스스로 과대평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엘리자베스 크럼레이 멘쿠소 미국 페퍼다인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꼰대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자기의 능력치와 실제 능력 사이의 차이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했다. 연구팀은 성인 120명을 대상으로 지적 겸손 수준을 측정하고, 어휘•산술•추론•공간지각 등을 측정하는 인지 능력 검사를 했다. 이어 자신이 얼마나 인지 능력 검사를 잘 수행했는지,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이 타인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에 있을지 자가 평가를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지적 겸손 점수가 낮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실제 인지 능력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인지 능력 검사에서 받은 점수보다 자신이 더 잘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또 이들은 자가 평가에서 ‘나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90% 정도 된다’ 등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할 것이라는 답을 더 많이 골랐다. 지적 겸손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는 ‘메타인지’가 떨어진다. 메타인지란 한 차원 높은 시각에서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고 통찰하는 능력이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하는 메타인지가 떨어지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실제로 지적 겸손을 측정하는 검사 문항에는 ▪️나는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 아이디어는 타인의 아이디어보다 우수하다 ▪️타인들도 내가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인정한다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의식은 새로운 정보를 접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태도로 이어진다.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기에, 실제로는 아는 지식의 양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 이와 반대로 지적으로 겸손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실제로는 더 똑똑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정보 습득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갖고 있어서다. 이들은 자신이 잘 모를 수도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새로 접하게 되는 지식을 습득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지적 겸손이 부족한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또 하나는 몰라도 아는 척을 한다는 것이다. 미 페퍼다인대 심리학과 연구팀은 성인 604명을 대상으로 또 다른 연구를 했다. 연구팀은 ‘나폴레옹’ 같은 실존 인물과 ‘○○여왕’같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짜 이름을 섞은 고유 명사 25개를 참가자들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이 단어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지적 겸손 점수가 낮은 사람은 가짜 이름에 대해서도 ‘매우 친숙하며 잘 알고 있다’고 답을 했다. 게다가 여기에 ‘남을 가르치겠다’는 생각이 더해질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열등하기에 자신이 나서서 잔소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지적 겸손이 부족한 사람들의 대인 관계 특성에 대해 이와 같은 단어로 설명한다. ‘자만심’ ‘경직성’ ‘타인 무시’ ‘배타적’ ‘갈등 유발’ ‘공감 능력 결여’ 등. 혹시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나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면 잠시 나에게서 한 발짝 떨어져 제3자의 시각으로 스스로를 바라보자. 내 주변에 제대로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는지,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사람인지 말이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메타인지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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