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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내 능력도, 운도 아닌 연봉.

연봉에 대한 짧은 메모들. 1 . 연봉은 내가 하는 일의 사회적 가치나 공익성에 직결되지 않는다. 더 근본적으로는 나라는 사람의 가치와도 별 관계가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연봉이 온전히 자신의 능력에서 나왔다는 자신감 혹은 박탈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건 시장이 내 노동력의 가치를 포함해 대부분을 주관하는 사회에서 당연한 감정이다. 2 . 노동력은 다른 상품 대비해서 꽤 높은 정보 비대칭성을 가지며, 사람의 죽고사는 문제기에 정부의 강한 (그리고 매우 필요한) 개입이 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보면 시장의 상품이기에 결국 수요공급을 따라간다. 여기서 거래되는 것은 나의 노동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자원과 함께 투여되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노동력이다. 3 . 수요공급을 따라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내가 받는 월급을 결정하는 요소 중에 내 능력이 당연히 포함은 돼 있겠으나 어떤 이들이 자부하듯 그것이 온전히 내 실력이거나 내 본질적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 처럼 시속 150km의 주먹만한 가죽 뭉치를 방망이로 맞춰서 수키로미터 밖으로 날리는 능력은 엄청난 능력이지만 20세기 전이었다면 돈을 많이 받을 일은 없었을 테니까. 4 . 최저임금. 나의 경험. 회사의 재무상황. 시장상황. 내 직군의 수요공급 그래프…이 와중 속 내가 우연히 처하게 된 어떤 맥락이 나의 시장가치를 결정하는데. 아마 그것의 요인이 80%는 될 테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준의 임금이 있고. 그것을 사회가 보장하는 것이 최저임금이다. 그리고 여기에 시장의 역동성과 내가 몸담은 조직의 상황이 반영되어 연봉이 탄생한다. 그래서 스스로는 무의미하다고 느끼거나, 사회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생존력을 길러주는 게 아닌데도 고연봉을 받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인데도 낮은 연봉이 형성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시장가치와 사용가치 (혹은 의미)는 끊임없는 불일치야말로 우리 세상의 가장 기묘한 면 중 하나일 것이다. 5 . 이렇게 보지 않고 연봉-가치를 전도해서 보게 되면 남의 벌이를 가지고 남의 수준을 판단하는 사람이 된다. 그 결과는 누군가의 시종이 되거나 누군가를 모독하는 무례한 사람이 되는 일이다. 또 이리 봐야지만 내가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제멋대로의 판단 (야 개는 일도 뭐 하는 거 없는데 0000만이나 줘)따위의 생각을 안할 수 있게 되고 정말로 그 능력의 시장가치와 최소가치를 추산하여 나름의 값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운전도 못하고 생산도 못하는 인간이 숫자 굴린다고 수십배를 받는 것이 정상이겠는가. 이상하다는 것은 항상 인지할 필요가 있다. 6 . 참고로 작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대상자 중 최저임금을 못받는 임노동자 비율이 전체의 4.4%라고 한다. 최저임금 대상이 아닌 경우를 포함하면 수는 훨씬 많다. 나는 사람들이 남의 월급 연봉을 책정하거나 판단할때 뭐 이런 비극적 요소까지 생각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법으로 주기로 한 기준을 지키고. 시장에서 필요한 수준을 맞추는 것이라도 잘 해나가길 바란다. 돈으로 줘야 할 것을 이상한 것들로 대체하지도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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