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통찰력도 깊어진다. 그래서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너무 멀리 보다가 자기 발등 아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통찰력도 깊어진다. 그래서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너무 멀리 보다가 자기 발등 아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뛰어난 명성과 수술 실력으로 개인병원을 중소기업 이상으로 키워 놓은 김모 원장에게는 요즘 심심치 않게 고민스러운 일들이 발생한다. 일 잘하고 성실한 직원들이 내 식구다 싶으면 퇴사하기 때문이다. 퇴사하려는 직원들에게 이유를 물어봐도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고 월급을 올려준다고 해도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남은 직원들과 워크숍도 가고 팀장 회의도 한 결과, 병원 문화가 원인이란 것을 알아냈다. 급속하게 성장한 탓에 인력이 갑자기 보충되면서 직원 간의 서열이나 업무 분담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생긴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문제들은 김 원장도 자주 들은 이야기인 것 같다. 수석 간호사가 업무 보고할 때도 가끔 이야기했던 것 같고, 인사팀장도 문제를 제기한 것도 같은데, 시시콜콜한 푸념 정도라고 여긴 것 같다. 어느 조직에나 있을 법한 얘기이고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질 사안이라고 가벼이 여긴 것도 사실이다. 중국 시장과 일본 시장을 개척하고 병원 건물을 신축하고 새로운 장비를 들여오고 하는 그에게 그런 정도의 문제는 그저 ‘칭얼거림’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속으로는 ‘그런 정도는 좀 자기들끼리 알아서 해야지’라고 마음먹은 것도 같기도 하다. 직원들이 직장에 다니는 즐거움은 어디서 오고 또 괴로움은 어디서 올까? 실적을 채우고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표면적인 기쁨에 지나지 않고, 그들에게 진짜 직장 내 즐거움은 마음이 편하고 자기 노력에 합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내가 열심히 하면 꾀부리는 사람보다 더 많은 인정과 권한을 가져야 신나게 뭐든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선배라면 후배들이 알아서 내 제안에 협조해 주는 맛이 있어야 일할 기분도 생기는 것이다. 리더의 눈에는 이것이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일 수 있어도, 당사자들에겐 중요한 이슈이고 고민스러운 과제가 된다. 그렇다면 리더는 직원들의 이런 고민들을 중요하게 공감하려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들이 왜 힘든지 왜 고민스러운지 이해하고 그것을 밖으로 표현해야 한다. “아 그렇군요. 많이 힘들었겠네요” “김 팀장의 제안은 중요한 사안 같은데, 우리 함께 의논해 봅시다” “내가 미처 몰랐던 사안인데 말해줘서 고마워요” 이런 공감부터 시작하라. 제도를 개선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결론을 내고 결과를 가져오기 전에 먼저 진지하게 공감해 직원의 고민이 리더에게도 중요한 이슈라는 것을 느끼게 해라.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경력이 짧은 직원이 반말하는 것도 스트레스고, 나이 들어 보이는 유니폼 디자인도 중요한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어느 은행의 직원은 유니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사직할 생각까지 했단다. 과연 이들은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것일까? 그 나이 때는 꾸미고 싶고 돋보이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충족돼야 고객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옷이야 아무거나 입으면 어때? 일하는 데 불편하지 않으면 되지~”라고 말하지 마라. 직원의 관점에서 말하라. “아, 그러면 김 대리, 유니폼을 어떻게 고치면 더 마음에 들지 한 번 이야기해 봐요. 우리 회사를 대표해서 고객 앞에 자랑스럽게 서는 데 내가 도울게요”라며 긍정적으로 공감하라. 내게 중요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중요할 때 자신의 존재감이 올라간다. 통이 크고 멀리 보는 당신이 크고 거창한 것을 생각할 때, 직원들은 시시콜콜하고 사소한 것에 집착한다고 단언하지 마라. 알다시피 가장 낮게 나는 갈매기가 가장 자세히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