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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의 '날일자 두기'처럼 언젠가는 반드시 닿을 거라 믿는다 >

1 어릴 적 바둑을 배웠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즈음이다. 커리큘럼에 포함된 놀이였다. 2 아이였던 내게 바둑은 그저 따먹기 놀이였다. 내 돌로 상대의 돌을 네 군대 에워싼다. 그리고 상대 돌을 따먹는다. 3 따먹기가 바둑의 유일한 목표이자 규칙이었다. 상대 돌을 더 많이 따먹으면 이긴다. 지금 보면 웃음이 난다. 그래도 그때는 나름 내가 친구들보다는 잘했다. 4 따먹기 다음으로 배운 건 '날일자 두기'다. 내 돌에서 한 줄 건너 대각선에 돌을 둔다. 모양이 마치 한자 '日' 와 비슷해서 '날일자'두기라 한다. 5 날일자는 세를 넓히기 위한 넓은 보폭이다. 넓은 집을 차지하기 위한 수다. 그저 바둑알 따먹는 게 재밌던 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6 바둑알 사이의 그 넓은 공백을 왜 두는 거지. 따먹을 수가 없는데. 바둑의 승패는 얻은 집수로 갈린다. 나의 목표는 달랐기에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어리기도 했고. 7 직무나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종종 받는다. 어떤 답변이 도움이 될까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바둑의 날일자 두기가 생각난다. 8 사실 질문의 답은 스스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장 좋은 답변은 질문이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렇게 핑퐁을 하다 보면 해결책이 나온다. 질문한 친구가 스스로 답을 만든거다. 9 그럼 직접적으로 줄 수 있는 조언은 뭘까? 질문한 사람이 보지 못하는 '긴 관점'이다. 긴 호흡으로 길고 멀리 보고 판단하기다. 바둑의 날일자 두기와 같다. 상대방 알 따먹기에 집중하지 말고, 더 큰 집을 차지할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 생각해보기다. 10 하지만 이런 조언은 즉시 전력이 될 수 없다. 뜬구름이다. 추상적이다. 시간이 걸린다. 질문자들은 실망한다. 11 그럼에도 나는 이런 조언이 좋다. 그리고 이게 더 도움이 된다 믿는다. 쉽고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어디에도 없다. 어떤 영역이고 왕도는 절대 없다. 빠르고 편한 길은 대부분 거짓이거나 가짜일 확률이 높다. 12 좋은 조언은 당장 이해되지 않는다. 지금은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닿는다. 믿음만 있으면 된다. 13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겠다. 질문한 그 친구가 언젠가 그곳에 닿았을 때, 전해주는 감사의 인사는 정말 기분 좋다. 꾸준함과 진심이 믿음을 만나면 반드시 원하는 걸 얻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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