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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에 위치한 ‘이함캠퍼스’는 1만평 대지 위에 미술관·카페·스테이·사무동 등 노출 콘크리트 건물 8개 동과 아기자기한 정원이 펼쳐진 복합문화공간이다. 2. 이함 캠퍼스는, ‘빈 상자로서’라는 뜻의 한자 ‘이함(以函)’과 배움의 공간이라는 의미로 영어 캠퍼스(campus·대학 교정)을 조합해 오황택 이사장이 설립한 곳이다. 3. 1978년 단추회사 ‘두양’을 설립한 오황택 이사장은, 2013년 재산의 80%인 약 600억원을 기부해 두양문화재단을 설립한 후, 2015년 서울 가회동에 청년 인문학교 ‘건명원’을, 2022년 ‘이함캠퍼스’를 열었다. 4. 단추회사를 운영하던 사업가가 인문·예술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게 된 사연은 뭘까? 5. 오황택 이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어려서부터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요. 대학도 경영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공부를 못했어요.(웃음) 점수 맞춰 국문과를 갔지만, 전공 공부 대신 경영·마케팅 이론 등에 관련된 책들만 읽으면서 혼자 사업할 궁리만 했죠” 6. “(그러다) 군 제대 후 복학 않고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단추공장에 입사했어요. 현장을 알아야 되니까. 1년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신혼집을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기계 3대를 두고 서울 거여동에서 직원 5명과 시작한 게 지금의 두양입니다” 7. “(사실 처음엔 단추가 별로 대단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옷에 (그저) 구멍만 뚫으면 달 수 있는 게 단추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단추가 옷의 악센트이자 화룡점정이더군요. 단추 하나 잘못 달면 옷 자체가 이상해져요” 8. “(그렇게) ‘단추도 디자인이다’는 걸 깨닫게 될 무렵, 일본 출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요. 1980년대였는데 호텔 방에서 모찌를 먹는데 포장이 어찌나 정성스럽고 예쁘던지. 당시 우리나라에선 ‘신앙촌 캐러멜’처럼 디자인이고 뭐고 없이 투명 비닐에 한 번 싸서 양을 많이 담는 포장이 최고였죠” 9. “그런데 일본은 모찌 하나도 예쁜 상자에, 예쁜 포장지에 담더라고요. 상자 안에 회사 연혁과 철학을 적은 종이까지 넣어서. 소비자가 원하지 않으면 생산자는 절대 이렇게 안 만들어요. 포장이 많아지고 정성이 들어갈수록 돈이 드니까” 10. “값이 좀 비싸도 감각 있는 디자인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의 안목이 일본의 문화를 만들고 있구나, ‘문화는 소비재가 아니라, 생산재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11. “문화는 모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생산재예요. BTS가 직접 벌어들인 외화 수익이 얼마인지는 중요치 않아요. BTS를 통해 형성된 ‘프롬 코리아’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신뢰와 영향력이 대단한 거지” 12. “(그리고) 문화는 내수 시장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어야 힘을 받아요. 1980년대에 포니 자동차가 수출을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내수시장이 탄탄했기 때문이에요. 수출만 생각하고 차를 만들 순 없으니까요” 13. “(결국) 소비자의 안목이 높아져야 생산자의 감각도 높아지겠구나. 소비자의 안목을 높이려면 나는 뭘 해야 하지 고민했죠.” 14. “(그러다) 평범한 이들의 안목이 높아지려면, 좋은 것을 많이 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고, 오리지널 예술·디자인 작품을 볼 수 있는 좋은 공간에 욕심이 생겼어요” 15. “지금은 기획팀이 하지만 예전에 단추 디자인 샘플 결정은 제 몫이었죠. 강원도 어디쯤 혼자 가서 고민했는데, 오가던 길에 지금의 이함캠퍼스 자리를 봤어요. 여기라면 사람들이 올 수 있는 멋진 공간을 만들 수 있겠구나, 그 공간에 내가 수집한 것들을 전시해보자 결심했죠” 16. “파리나 로마를 여행하면서 느낀 건 ‘천년이 지나도 그 시대 최고의 예술가·장인들과 자본이 조화를 이룬 명작은 남는구나, 이걸 보려고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오는구나’였어요” 17.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좋은 것을 채우고 싶어서 오래 고민했어요” 18. “(돈이 아무리 많아도) 통장에 적힌 숫자는 종잇조각일 뿐, 돈은 실제로 써야 진짜 내 돈이 됩니다. 닭 두 마리를 삶아서 나는 한 마리밖에 못 먹는데, 그걸 움켜쥐고 있다가 썩히면 낭비죠” 19. “저는 (여전히) 계산에 밝은 장사꾼일 뿐, 대단한 철학은 없어요. (다만) 좋아서 관심 있는 학교도, 미술관도 만든 거고, 저 죽은 후에도 사람들한테 오랫동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53/0000047079?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