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 R에 관한 고찰
미국에서 일할 때는 들은 적 없지만 한국 회사들과 일하면서 듣는 한국발 IT 용어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R & R이다. "역할과 책임"으로 이해했는데 조직이나 개인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는 듯 하다. 약간 애매모호한 경계선 상의 일이 발생하면 융통성있게 대화를 통해 일을 나눠하기 보다는 R & R을 세부적으로 정의해서 충돌을 막고자하는 경향이 많이 보인다. 이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축구로 치자면 수비수와 공격수로 역할을 크게 나눠볼 수 있는데 공이 애매한 위치에 있을 경우 수비수와 공격수가 계속된 대화를 통해 상황에 맞게 서로의 역할을 융통성있게 맞추는 느낌(공격수가 수비도 하고 수비수가 공격도 하고)이 아니라 공의 애매한 위치를 놓고 누가 책임질지 매번 명문화하는 느낌이다. 큰 줄기에서 팀이나 개인의 역할을 정하는 것은 맞지만 아주 세부적으로 역할을 명문화하는 형태로 R & R을 정의하는 것은 그 노력 자체가 필요로 하는 시간과 거기서 발생하는 대립 등으로 인한 협업 부족 등이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내지 않는가 싶다. 큰 줄기를 계속해서 상황에 맞게 바꿀 필요는 있지만 모든 경계선 일들까지 건드리는 건 부정적인 문제가 더 심한 듯 하다. 이게 팀 내 역할 구분으로 악화되면 아주 구체적인 역할을 하는 팀원들이 생기면서 팀원의 수가 불필요하게 늘어나는 일도 생기곤 한다. 한 때 유명했던 넷플릭스의 "Freedom & Responsibility Culture" 슬라이드를 보면 7가지 원칙을 이야기한다. • Values are what we Value • High Performance • Freedom & Responsibility • Context, not Control • Highly Aligned, Loosely Coupled • Pay Top of Market • Promotions & Development 그 중의 하나가 5번째 "Highly Aligned, Loosely Coupled"다. 요지는 매니지먼트단에서 방향성 등에 대한 논의를 계속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실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관점에서는 다른 팀과 커다란 충돌이나 긴밀한 논의라는 오버헤드 없이 실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거다. R & R을 세부적으로 정의하기 보다는 매니지먼트 단에서 계속적인 논의를 통해 이런 부분을 해결하라는 거다. 미국 기업 문화가 모든 면에서 다 낫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지만 대화라는 측면에서는 여러모로 배울 점이 있다. 대화를 놓고 볼 때 다른 배울 점은 일반적으로 수평적 관계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도출 하지만 수직적 의사결정 체계를 통한 명확한 결정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