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게 그렇다. 우리가 한 작은 선행이 누군가에게는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일 수도 있다. 그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시간이 흘러 그 선행을 잊을 수 있지만, 상대방은
인생이라는 게 그렇다. 우리가 한 작은 선행이 누군가에게는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일 수도 있다. 그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 우리는 시간이 흘러 그 선행을 잊을 수 있지만, 상대방은 평생 기억에 안고 살아간다. 오랫동안 우리를 기억할 것이다. 때때로 그런 일들이 생긴다. 처음에는 작은 미담 기사인 줄로만 알았다. 기사를 읽는데 코 끝이 찡했다. 눈물이 나왔다. 선행을 한 사람 입장에서는 작을 수 있지만,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큰 선물이었다. 기사의 사연인즉슨 이렇다. 소아마비를 앓던 다섯 살 어린이와 그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아이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떠난 여행이었다. 가족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 맥도널드 제주 탑동점에 들렀다. 당시 아르바이트로 근무하던 이성민 매니저는 아이의 몸이 불편하다는 걸 알고는 소파 좌석으로 안내했다. 음식도 직접 테이블로 가져다주었다. 휴지와 케첩도 챙겨주었다. 색연필과 종이도 가져와 아이와 함께 그림도 그렸다. 아이는 어느새 이성민 매니저를 “형”으로 부르게 됐다. 이후 아이는 맥도널드에서 만난 형 얘기를 자주 했다고 한다. 이성민 매니저에게 받은 장난감과 함께 그렸던 그림을 항상 지니고 다녔다. 부모는 “얼마 전 아들이 세상을 떠났는데, 소중히 간직하던 맥도널드 장난감과 그림을 유골과 함께 보관했다”라고 했다. 그 순간, 그 아이의 마음이 그려졌다. 식당이든 어디든 자신의 어눌한 행동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맥도널드에서 만난 한 청년은 달랐다. 함께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사람의 따뜻한 정과 존중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그림을 소중히 간직했을 것이다. 부모도 그 마음을 알았기에 그림을 유골과 함께 보관했으리라. 사실 그날 청년이 아이에게 들인 절대적인 시간은 많지 않았다. 아마도 1시간 남짓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와 청년의 만남은 작은 미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내게는 작은 것이 상대에게는 아주 클 수 있다. 청년이 업무 중에 했던 친절이 아이에게는 항상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 됐다. 청년과 함께 그린 그림은 천국에 가져가고 싶을 만큼 소중한 물건이 됐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했을 거의 마지막 여행을 아름답게 물들여주었다. 아주 크고 대단해 보이는 것들만이 타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세상에 중요한 흔적을 남기는 게 큰 발자국만은 아니다. 내가 일하고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맥도널드 청년이 그런 예다. 그의 친절은 다섯 살 어린이와 그 가족에게 큰 의미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선행을 기사로 읽는 나 같은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아마 부모 된 입장에서 그 기사를 읽는 사람 치고 마음이 먹먹해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리더십 전문가 드루 더들리(Drew Dudley)의 TED 강연이 기억난다. 그는 우리가 리더십을 오해하고 있다고 했다. 리더십을 우리 자신보다 크고 중요하며, 우리 자신의 능력 밖에 있는 대단한 무언가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리더십은 우리 매일(everyday)의 일상에 서 발휘된다. 그의 TED 강연 제목 그대로 “에브리데이 리더십(everyday leadership)”인 셈이다. 그 맥도널드 청년이 바로 그런 리더십을 발휘했다. 일상의 업무 중에 고객에게 친절했다. 그 친절이 한 가족에게 큰 의미가 되었고, 나 같은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 청년은 세상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을 발휘한 거였다. 그 자신은 아마도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말이다. 더들리는 TED에서 자신의 경험담도 밝혔다. 더들리가 마운트 앨리슨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이 었다. 한 여학생이 다가와 그에게 “너는 내 인생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더들리는 그 학생이 누구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 여학생이 말한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4년 전 그 학생은 대학 신입생 등록을 위해 부모와 함께 그 지역을 찾았다. 전날 밤 호텔에서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대학생활을 잘 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섭고 겁이 났다. 부모에게 입학하지 않겠다고 했다. 부모는 딸을 나무라지 않았다. 다만 이튿날 학교에 가보자고 했다. 그래도 못할 것 같으면, 괜찮으니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이튿날 학생은 부모와 함께 학교에 간다. 신입생 등록을 위한 줄에 섰지만, 자신이 대학에 들어갈 준비가 안 되었다고 느꼈다. 부모에게 집에 가자고 했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듯 했다. 바로 그때 더들리가 나타났다.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자선단체 간판을 들고 있었다. 줄을 서 있는 신입생들에게 다가가 막대사탕을 나눠주며 자선단체를 소개했다. 드디어 더들리가 그 여학생 앞까지 왔을 때였다. 그는 여학생에게 사탕을 주지 않고 그 대신 뒤에 서 있는 남학생에게 사탕을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 옆의 아름다운 여인에게 이 롤리팝을 줘야 할 것 같군요." 그 순간 여학생은 그 학교가 바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학교가 집 처럼 느껴졌다. 그 여학생은 더들리에게 이런 말도 했다. ”나는 4년이 지난 지금도 그 남학생과 사귀고 있어.“ 나중에 두 사람은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더들리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4년 전 그날을 기억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그 사건이 중대하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날은 그가 누군가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날이었다. 대학 입학을 포기하려는 한 학생의 마음을 돌려세웠다. 그리고는 4년을 사귀고 결혼할 남자 친구까지 연결해줬다. 이처럼 우리는 매일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친절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에게 친절하다면, 우리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세상에 중요한 흔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하루는 그 맥도널드 청년의 10분의 1만이라도 친절하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