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조절이 힘들어질 때가 있다. 솔직히 직원에게 고함을 지른 경험도 있다. (되새기고 싶지 않은 경험이지만, 자꾸 기억에 살려야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효과적으로 감정을
감정조절이 힘들어질 때가 있다. 솔직히 직원에게 고함을 지른 경험도 있다. (되새기고 싶지 않은 경험이지만, 자꾸 기억에 살려야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효과적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지금의 내 감정을 성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현아 씨가 자신의 분노를 객관적으로 인식했다면, 그래서 그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성찰해보았다면, 사무장의 인격을 그토록 짓밟지는 않았을 것이다. 감정을 성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그것은 내 감정의 나레이터(narrator)가 되어 보는 것이다. 이는 협상 전문가 설리 코펠만(Shirl Kopelman) 미국 미시간대학 교수가 제시한 방법이다. 이를 통해 내 감정을 성찰하고 챙길 수 있다. 이는 총 5단계로 확장된다. 1️⃣1단계는 말 그대로 내 감정을 나레이션하는 것이다. 먼저 나의 내면에서 어떤 감정이 일어나는지를 실시간, 즉 ‘리얼타임’으로 인지하라. 그런 다음에는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라. 그리고 그 감정을 나레이션 해보라. 예를 들어, ‘나는 지금 사무장에게 분노라는 이름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보는 것이다. 나레이션은 나의 감정을 객관화하는 좋은 방법이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내 감정의 변화를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펠만 교수가 우리가 감정을 나레이션할 때 자신을 연기자 겸 감독으로 여기라고 조언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2️⃣2단계는 주의 깊은 모니터링의 단계다. 내게 분노가 일어났다면, 무엇 때문인지, 누구 때문인지 관찰하라는 것이다. 내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상황적 문맥에 놓여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내 분노의 원인이 무엇인지, 과연 승무원이 가져다 준 땅콩 때문에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비행기를 타기 전에 걸려온 누군가의 전화 때문인지 등을 모니터링 하라는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는 부사장이 아닌 일반 승객에 불과하다는 상황적 문맥도 인지해야 한다. 모니터링 할 때 주의할 점은 긍정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더 깊은 분노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크게 화를 내지 않으면 직원들이 잘못을 고치지 않을 거야’ ‘앞으로 내 말을 무시할 지도 몰라’ 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에 빠질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마련이다. 3️⃣3단계는 유연한 재해석의 단계다. 조현아 씨는 당시 사무장과 승무장의 행동에 대해 ‘분노할 만 하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조씨가 2단계 모니터링의 단계를 거쳤다면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다르게 재해석했을 것이다. 그는 승무원이 규정대로 땅콩을 서비스했음을 깨닫고, 오히려 승무원을 격려했을지도 모른다. 3단계에서 주의할 점은 자신의 전략적 목적에 맞게 감정을 재해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현아 씨의 전략적 목표는 무엇인가? 그가 옳은 리더라면, 대한항공이라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일일 것이다. 분노 폭발이 자신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것일까를 스스로에게 자문만 했어도 땅콩 회항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4️⃣4단계는 신체적 반응을 바꾸는 것, 5️⃣5단계는 행동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조현아 씨가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분노를 느끼는 순간, 그의 표정과 행동에서는 분노가 드러났을 것이다. 그 순간 그가 자신의 신체적 반응을 바꾸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가 1~3단계를 거쳐, 분노라는 감정이 자신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에 미소를 짓는 식으로 신체적 반응을 바꾸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그래서 자신의 말투 등 행동 자체를 침착하고 친절하게 바꾸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는 리더로서 훌륭한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물론 어떤 이들은 4단계와 5단계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자신이 느낀 감정과 다르게 신체적 반응을 바꾸고 행동하는 게 가능하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분노를 느꼈는데, 미소를 지으라는 것은 작위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행동을 바꾸면 감정도 달라진다. 이는 영국 하트포드셔 대학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리처드 와이즈만의 말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행복해서 미소를 짓는 게 아니라고 한다. 미소를 짓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 씨는 단순히 분노 때문에 ‘폭언’을 한 게 아니다. 그가 ‘폭언’을 했기 때문에 ‘분노’가 더욱 폭발한 것이다. 조 씨가 억지로라도 미소를 짓고, 승무원들을 친절하게 다독였다면, 그 분노는 급격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직장에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부정적인 감정이 솟구치곤 한다. 상사들은 직원의 성과 부족에 화를 내고, 직원들은 상사의 부당한 지시와 폭언에 분노한다. 이런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 때문에 부적절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구든지, 화를 낼 수 있다. 이것은 쉽다. 그러나 올바른 사람에게, 올바른 정도로, 올바른 때에, 올바른 동기로, 올바른 방식으로 화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화를 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