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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팀 리뷰

위 내용은 딜리셔스 전 • 현 재직자의 응답 결과입니다.

기술 스택

언어

Kotlin

백엔드

Ruby

Spring

재직자가 작성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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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빈

딜리셔스 프론트엔드 개발자

수직적 사고 버리기

일을 하면서 내 코드가 틀렸을 때, 잘못된 방식으로 코드를 작성해 누군가 그걸 지적했을 때, 나는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데... 날 실력 없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등등... 마음 속의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재밌는 일이 하고 싶어 다니던 작은 에이전시를 때려치우고 다시 javascript를 배우던 때를 기억하면 일취월장한 나라고 할 수 있지만, 개구리는 올챙이 적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동료들에게 잘하는 모습,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을 잘 버리지 못했다. 학교를 다닐 때는 비교 기준이 딱 하나였다. 공부를 잘 하는 것. 그러면 뭐든 쉬웠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1등, 최상위.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올라가는 법밖에는 몰랐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고 세상에 나와보니 다양한 사람들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 속에서 나는 그래도 잠시 남과 성과를 비교하는 일을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사회에 나오게 되면서 어릴 때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일 잘해야지, 코드는 완벽해야지, 더 좋은 회사 가야지, 더 돈 많이 벌어야지 등등 ... 남보다 잘해야 되기 때문에 기술 이야기를 해도 어느 순간에는 방어적이 되버리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아 나 이거 처음 해서 그래..." "이 부분은 잘 모르겠네, 아는 부분만 얘기해야지" 모를 수도 있고, 이제 알았으니 쌓아가면 되는데 chat gpt 마냥 늘 그 이슈가 나오기 전에 알고 있어야 된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은 남들이 보기에 그럴 듯한 개발자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들어 내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내 욕심을 인정하고 나니 또 부끄럽지만 이제 높은 곳만 바라보면서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그만하고 싶다. 그건 나를 괴롭힐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다. 심호흡을 하고 잘 할 수 있다 외치며 방어 기제를 버리면서 웃으면서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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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빈

딜리셔스 프론트엔드 개발자

개발자(를 위한) 도구 만들기

👉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https://velog.io/@qorgkr26/translate2 흔히 그런 말들을 한다. "개발자는 게을러야 한다." 막 신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는 그 얘기가 크게 와닿진 않았었다. 게으르게 개발 생산성을 키우기에는 회사에 적응하고 일을 배우는 게 벅찼기 때문이다.  2023 토스 슬래시였나? 진유림 개발자님이 발표하셨던 섹션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다. 여러 페이지를 퍼널 구조로 개발하면 전체 스텝 중 중간 페이지로 이동하기 번거로우니 개발하기 편하도록 이동 버튼 같은, 각 페이지 간의 이동 그래프 같은 걸 만들어서 개발 시에 더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작은 장치를 세팅한 부분이었다.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개발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다보면 다음 단계에 가기 위해 이전 단계를 (당장 필요 없는데) 수행하거나 그냥 주석 처리를 해버리거나 하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테니까? 회사 프로덕트를 만들면서 해외 유저도 사용할 수 있게 번역 관련 라이브러리를 사용해 언어 대응을 하는데 번역본이 개발보다 늦게 나올 때가 많아 번역을 미루다 개발 막바지에 하는 경우가 잦았다. 가끔은 개발 중에는 번역이 있었는데 번역 파일을 최신화 하니 사용하는 번역 키가 파일에서 제거되어 이상한 글자가 화면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짜증나고 귀찮았다. 번역 키를 하나하나 찾아서 바꾸는 일은 개발 실력을 향상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단순 노동, 반복 작업이었다. 그래서 번역을 대신 해주는 스크립트를 짰다. 그리고 팀에 공유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렇게 좀 쉽게 번역을 할 수도 있다고 알려주려고 한 것일뿐 회사 프로젝트에 추가할 생각은 없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다들 프로젝트에 넣어서 쓰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디벨롭 해서 프로젝트에 PR을 날렸다. 솔직히 좀 뿌듯했다. "게으른 개발자"가 된 것 같아서. 개발자 경험을 좋게 한다는 거, 다들 좀 더 편하고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게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앞으로도 내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