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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성 = 존재 목적'이 된 시대  |  01 . 오랜만에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10년 전쯤만 해도 시장에선 '브랜딩' 효과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꽤 컸습니다. 당시는 규모를 앞세운 브랜딩에서 로컬과 스몰 브랜딩으로 명백히 시장 흐름이 넘어가며 그동안 해오던 브랜딩 전략, 컨설팅, 도구, 시스템 등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던 시기였거든요. 때문에 '진짜 브랜딩이라는 게 목표와 전략대로 진행 가능한 것인가?', '오히려 수많은 변수를 자유롭게 열어두고 개개인의 취향을 우선시할 때 더 제대로 된 브랜딩이 되는 것 아닌가?'라는 회의감이 고개를 들었던 겁니다. 02 . 물론 아직 이 논쟁이 명확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결론을 내리는 게 무의미해진 거라고 보는 게 맞을 수도 있죠. 근래 10년 동안 브랜딩 씬은 그야말로 초변혁의 시대였습니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타트업이나 스몰 브랜드에서 진행할 만한 기민하고 영특한 브랜딩을 보이는가 하면, 1인 기업에 가까운 로컬 브랜드가 자신만의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가며 타이트하게 브랜드를 관리하는 모습들이 수도 없이 목격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브랜딩의 가치는 더 중요해졌는데 이를 꼭 맞는 사례와 법칙으로 설명하려니 예외적인 변수가 너무 많이 등장하는 상황이 벌어진 거죠. 03 . 그래서 요즘에는 컨설팅 계에서도 브랜딩을 설명하는 전문 용어들에 힘을 빼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과거에는.. 본인들조차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브랜드 유니버스, 브랜드 하이어라키, 브랜드 아키텍쳐, 브랜드 테마, 브랜드 커넥션 등의 단어를 마구잡이로 쓰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더불어 이런 브랜딩 씬에서 떠오른 한 가지 뚜렷한 현상이 있다면 바로 '상징성의 대두'일 겁니다. 브랜딩이라는 게 결국 인식 싸움이라는 건 인류가 그 옛날 내 돌도끼와 네 돌도끼를 구분하기 위해 서로의 도구에 표식을 할 때부터 이미 결론이 난 상황인지도 모르지만, 요즘처럼 거의 모든 영역에서 품질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시대에는 이 인식을 잠식하는 게 더더욱 중요해진 것이죠. 04 . 그중에서도 '상징성'은 참 중요한 요소입니다. 2016년 구글이 픽셀 폰을 공개했을 때 일각에선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GDP가 낮은 국가에서는 이 픽셀 폰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잘 알다시피 지금은 전 세계 어딜 가도 아이폰의 사용률이 가장 높습니다. 심지어 최빈국이라고 손꼽히는 국가에서도 아이폰 선호도가 제일 높으며, 서구권에서는 이미 '스마트폰'이라는 용어 대신 '아이폰'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이자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으니 말이죠. 05 . 이는 앞서 말한 상징성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과거의 브랜딩이 누군가와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 중 하나였다면 지금은 어떤 성향이나 기질, 특성이나 가치를 상징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게임이 끝나기 때문이죠. 그러니 제아무리 뛰어난 스펙에 뛰어난 디자인에 뛰어난 가격정책을 가지고 나와도 '쿨해 보여', '멋져 보여', '트렌디해 보여'라는 그 상징성만으로 아이폰을 선택하게 되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요 몇 년 사이 '니치 마켓'이라는 용어가 쏘옥 들어가 버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고요. (없던 시장을 발굴하는 게 수익성을 올리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이를 브랜드화하는 건 또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06 . 그리고 이런 상징성을 가진 브랜드 몇 가지를 조합하면 대표적인 상징체계가 만들어집니다. 어렵게 설명했지만 이미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쓰면서 테슬라를 타고,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근무하며 나이키 러닝화를 수 켤레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머릿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 겁니다. 한편 갤럭시를 쓰면서 벤츠를 애용하고, COS의 제품들을 즐겨 입으며 이솝 매장을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또 그들만이 풍기는 이미지가 있겠죠. 이처럼 브랜드 몇 가지를 조합했을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는지에 대한 상징체계가 과거보다 훨씬 공고해진 것입니다. 07 . 그러니 앞으로 브랜딩을 할 때의 최대 고민은 '우리 브랜드는 어떤 상징성을 가질 수 있는가?'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상징성이 제대로 동작하게끔 할 수 있는 브랜드 자산들을 가지고 있는가?' 혹은 '어떻게 그 자산들을 만들어가야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해질 수도 있죠. 브랜드를 구축하는 일도, 업데이트하는 일도, 리브랜딩을 하는 일도 모두 이 상징체계를 관리하는 맥락 속에 존재하게 될 확률이 크다는 얘깁니다. 08 . (다른 브랜드의 아픔을 들추는 건 언제나 미안한 일이지만...) 얼마 전 '이디야커피는 왜 이렇게 애매해졌나?'라는 주제의 유튜브 취재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이디야커피의 하락세를 안타까워하던 사람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브랜드의 존립 자체를 논할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더라고요. 이유는 여러분도 예측하실 수 있는 것처럼 애매한 포지션 때문이었습니다. 애초에 스타벅스와는 다르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동네 매장이란 인식이 강했던 이디야였는데 메가커피를 주축으로 한 저가 커피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저렴하다'는 상징성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09 . 이런 상징성의 중요성은 브랜딩, 마케팅 차원이 아니라 이제 비즈니스 차원에서 아주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겁니다. 과거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알리는 차원에서 브랜딩과 마케팅이 진행되었다면 지금의 시대는 아예 비즈니스 자체가 '상징성'을 가질 수 있어야만 브랜드도 존재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이 상징성을 어떻게 사업화할 수 있을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작동하게 될 확률이 큽니다. 10 . 그런 의미에서 꼭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한 번쯤 던져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이고 우리는 그 상징을 쉽게 내주지 않을 만큼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상징성을 어떤 방향으로 키워나가고 다듬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 기획자든 디자이너든 개발자든 세일즈 담당자든 결국 이 과정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상징성이 곧 존재 목적이다'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지점이 바로 여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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