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55 ] ⟪일의 감각⟫ | ? 이럴 때 추천해요 : "이 계절, 소장하고 싶은 책 한 권을 고민 중일 때"
01 . 지난 2주간 두 번에 걸쳐 JOH 조수용 대표님께서 롱블랙과 함께 한 인터뷰를 공유드렸었는데요, 오늘은 최근 출간하신 ⟪일의 감각⟫에 대한 짧은 소감을 한 번 전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조수용 대표님은 네이버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큰 의미를 가지는 분입니다. 네이버 재직 시절 녹색 검색창을 바탕으로 네이버의 그린윈도우 아이덴티티를 정립했고, 지금까지 네이버의 큰 유산으로 이어져가고 있는 나눔글꼴과 한글한글 캠페인, 그리고 첫 번째 사옥이었던 그린팩토리 프로젝트를 리딩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퇴사하신지 거의 15년 가까이 되셨지만 여전히 업무를 하다 보면 '조수용'이라는 이름이 자주 들려오곤 합니다.
02 . ⟪일의 감각⟫은 조수용 대표님의 네이버 - JOH - 카카오 시절을 모두 망라한 이야기가 담겨있으며 그 속에서 발견한 일에 대한 다양한 정의와 역량의 기준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분량도 적고 문체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2시간 이내에도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완독을 하고 나면 금방 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마음에 콕콕 박히는 말들, 대표님이 대신해줘서 속 시원하다고 생각되는 문장들이 참 많이 담겨있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저도 지난 주말을 틈타 두 번을 정독할 수 있었죠.
03 . 매거진 B의 매 에디션마다 등장하는 발행인의 글과 매거진 B의 팟캐스트인 B CAST의 패널로 등장하던 시기에 들려주신 이야기들에서 저는 조수용 대표님 특유의 화법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달변가는 아니지만 언제나 본인의 생각을 진중하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특히 그 전달 과정에서는 정확한 비유와 명확한 인사이트를 보여준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언어적인(verbal) 베이스도 훌륭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죠.
덕분에 ⟪일의 감각⟫에서도 그 특유의 말맛을 느낄 수 있고, 화려하거나 느끼한 표현 없이도 본인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에서 거장의 터치가 보이기도 하더군요.
04 . 아쉬운 점을 꼽자면 의외로 편집 역량에 있었습니다. 예시로 들어주신 레퍼런스들이 많이 아웃데이트 된 예전 사례였다는 것은 감안하더라도, 책 한 권에 동일한 문장이 수차례 반복되는 것은 편집자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만약 여러 차례 강조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표현을 달리해주거나 앞에서도 이야기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사용자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니까요. 하지만 (그리 두껍지도 않은 책에) 더 효과적으로 압축할 수 있는 문장들을 중언부언하듯 보이게 만든 편집은 추후라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05 . 그럼에도 책의 내용에만 집중해 보자면 ⟪일의 감각⟫은 꼭 특정한 누구를 타깃팅 한 작품이 아니라 일이라는 대상과 함께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는 약간 이나모리 가즈오 옹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도 들었으니 이 책은 '감각'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가는 아닌가 싶더라고요. 때문에 꼭 디자인, 브랜딩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06 . 그리고 저는 이왕이면 이 책은 사서 소장하는 게 좋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이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일단 책이.. 너무 예쁩니다. 물성이 있는 콘텐츠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사실 예쁜 책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을 쉽게 잊을 수 없죠. 저 역시 ⟪일의 감각⟫과 함께한 주말 동안은 커버를 볼 때마다 마치 겨울에 어울리는 작은 오브제를 보는 것처럼 산뜻한 계절감마저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모로 소장을 위해서 나쁘지 않은 책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강조하며, 차가워진 계절에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책 한 권으로 ⟪일의 감각⟫을 권해보고 싶습니다.
좋아요 5 • 저장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