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어쩌다가 운이 좋게 임베디드 기업으로 취업이 되었습니다 아직 0년차구요 초봉도 영끌 5천중반대는 나올거같더라구요 근데 하면할수록 학부때 배운 재미있던 개발이랑은 멀어지더군요 억지로 재미붙이려 했는데 아직은 힘들구요 임베디드경력으로 백엔드 이직은 어려운것같고,,현재 취업시장도 어려운거같고,,개발자로서 꿈을 크게가졌었는데 현실에 안주하게 될거같네요 혼란스럽습니다 어떻게 해야될지 조언을 구해봅니다
답변 3
인기 답변
취업 축하합니다. 답만 먼저 적자면, 복에 겨운 소리 맞습니다. 취업이 어려워서 힘든 사람들과 취업이 됐어도 너무 연봉이 적은 사람들에게 혼날 말씀이지요. 살빼고 싶어 안달인 사람들 앞에서, 살은 뺐는데 옷테가 안나서 고민이에요. 이런 상황이랄까요? 암튼, 그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어땠는지, 또 만약 저라면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해보겠습니다. "개발이 재미있다"는 것이 장점만 있으면 좋은데, 가끔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재미가 있어야 수월하게 잘하게 되고 인정도 받고 나 자신도 행복하고 좋죠. 이상적으로는 일하면서도 경제활동에 필요한 소득도 얻고 재미도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른바 덕업일치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일단 현실적으로 딱 맞기가 쉽지가 않아 문제입니다. 제 경우에는 첫직장에서 병특으로 전혀 원치 않던 시스템/네트워크 어드민 일을 했습니다. 옆부서에서 SI개발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개발프로젝트도 영 괴로워 보이고 개발이라는 직종 자체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었습니다. 뭐, 저에게는 군대 대신이었으니까, 어찌저찌 버티는 마음으로 잘 다니긴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때의 시스템팀 경험이 나중에 이래저래 경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했습니다. 개발자치고 인프라 지식이 충분하니까 백엔드개발자로서 이래저래 경쟁력이 되는 거죠. 암튼 당시에는 괴롭기만 했던 기억이 있어요. 게다가, 두번째 직장으로 이직시에 경력인정을 거의 못받기도 했죠. 그래도 늘 개발에 관심을 두고 이래저래 했었고, 이직 후 재밌어서 열심히 하기도 했어서, 금방 처우수준이 개선되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몇년 새에 연봉차이 다 극복하고도 남았을 거예요. 경력에 있어서 연봉이 고만고만하게 오르다가 확 뛰는 구간이 있는데, 그럴때 다 만회(?)되는 구조입니다. 두번째 직장은 지금은 카카오가 되어버린, 다음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인터넷포털회사였는데, 사실 업종 자체에 회의를 느낀 상황에서 큰 기대없이 입사했습니다. 그런데 다녀보니 다음은 지금 생각해봐도 개발자에게 꽤나 이상적인 회사였고, 어쩌면 개발자에게 너무 이상적이라 사업성이 떨어져서 망한게 아닐까 싶은 정도였습니다. 암튼 다음시절에 개발적으로 꽤 재밌는 경험을 많이하다보니, 다음 내에서도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하다가 그 "재미"라는 것이 없어지면 마음이 방황했던 적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에 있어서 재미가 축복이 아니라 기본이 되어버린 거죠. 보통의 회사들은 그렇게 이상적이진 않기 때문에,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현격히 부족한 경험을 하게 되어 불행도가 높아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보면 말입니다. 일이라는 게 재미있으면 정말 좋은 거고 이상적인 거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보통 재미가 있는 건 내가 돈을 지불하는 행위죠.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다거나, 공연을 본다거나, 책을 사서 본다거나, 뭐든 재미라는 가치를 사기 위해 돈을 지불합니다. 그런데 일은, 내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월급을 받는 거래입니다. 내게 있는 능력을 근무시간만큼 제공해서 그 댓가로 돈을 받습니다. 재미를 내가 받아야 할 계약은 없어요. 이게 기본이고 재미나 보람 성장등은 플러스 알파인 셈이죠. 기본만 하면 단지 내 시간과 돈을 등가교환하는 수준에 그치는 거긴 하지만, 어쨌건 기본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꽤 멀쩡한 취업을 했는데 커리어가 딱 맞지는 않지만 연봉은 적지 않은 상황은 기본 이상의 상황은 된 거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어떻게 할꺼냐? 저라면, 일단 돈을 모으겠습니다. 월급 받는 일에 익숙해지면, 소비수준도 자연히 커지게 마련인데, 악착같이 관리해서 최대수준의 총알을 마련해두는 거죠. 대부분 초봉은 모으기는 커녕 똔똔유지하기도 바쁘겠지만, 5천이면 모을 여유가 충분할 겁니다. 또, 회사 일은 열심히 배우되, 한 3년 정도의 계획을 잡고, 1년은 적응에 최대한 집중해서 노력하고, 사회생활 자체를 배우면서 돈을 모으겠습니다. 2년차부터는 업무외 시간에 별도의 수고를 들여서 내가 하고싶었던 일을 하며 준비하겠어요. 3년차 부터는 그 원했던 분야나 회사에 이직을 시도하겠습니다. 경력 인정을 못받을 수 있겠지만, 난 돈을 모아뒀고, 이직이나 업무상 공백 시기에 여윳돈이 있다는 건 굉장한 힘이됩니다. 결국 이직에 성공하면, 경력인정을 거의 못받는다고 하더라도, 난 그 사이 벌어둔 돈이 있으니, 누적 소득 금액에서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죠. 뭐 어떻게 보면 정신승리겠지만, 남들이 뭐라든 내가 괜찮으면 그만입니다. 한가지 위험은, 일단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 현실에 만족하고 그대로 흘러가는 위험(?)이 따른 다는 건데, 그건 의지로 뛰어넘어야 할 부분입니다. 당장 소득이 없어서 백수로서의 고통을 받느냐, 나중에 추가의 의지를 발휘해서 내 바램을 실현하느냐의 선택입니다. 둘 다 어렵습니다만, 저는 전자가 더 괴롭고 힘들다고 봅니다. 적응하다가 의외로 임베디드 개발이 재밌으면 대박인 거고, 정말 아니어서 원하는 직무로 이직을 시도해서 성공하면 (경력인정을 못받을지라도) 그것도 괜찮고, 이래저래 현실에 안주해서 이직 노력을 안하게 된다면, 그건 내가 그렇게까지 백엔드 개발을 원한 건 아니었구나 인정하면 됩니다. 인생에 어떤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안을 느낄 때가 있는데요, 사실 계획대로 되는 게 이상한 거예요. 계획을 세워야 하기야 하겠지만, 그대로 될지 안될지는 모르는 거고, 계획과 다르게 되면, 또 어떤 계획을 세우면 됩니다. 현실이 바뀌었을 때, 과거의 계획을 고수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에요. 잘 될 수도 없고요. 한줄요약: 아 이거 내가 계획했던 백엔드 개발자가 아니네? 계획대로 백엔드 개발자 취업되기 위해 지금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차야 할까? 아니면 계획을 다시 세울까? 길게 떠들어 놓고 다시 읽어보니, 저도 좀 정리가 되네요. 결국 삶에서 계획보다 중요한 건 적응인 것 같습니다. 적응이 안주하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현실을 그때그때 현재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계획 재정비하고 또 시도하고 그런 과정이 아닌가 해요. 사람들은 계획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요. 계획은 따져놓고 보면, 이미 과거의 일입니다. 과거에 내가 어떤 기대를 두고 계획을 짰던 거죠. 어느순간 계획과 다른 일이 펼쳐지기 마련이고, 그러면 그때 다시 잽싸게 계획을 정비하면 됩니다. 자, 그럼 질문자님의 새로운 계획은 무엇입니까?
한성재
중앙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 2023년 11월 27일
글쓴이는 아니지만,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이다훈
Photo Widget ios 개발자 • 2023년 12월 18일
북마크기능이 없음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찬현
숙명여자대학교 컴퓨터과학전공 • 2023년 12월 21일
진정한 어른의 넓은 시야를 엿본 기분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NLP
데이터 • 2024년 01월 29일
감명깊었습니다
박철준
프론트엔드 개발자 • 2024년 03월 14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인기 답변
벡엔드 개발을 한다고 해서 새로운걸 만들고 배운걸 학습하면서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 같은건 잘 없습니다. 보통 회사의 레거시 코드를 개선하고 운영하는 업무가 대부분이죠. 학습한 내용과 현재코드의 괴리감으로 현타가 올때도 있을거에요. 그럼에도 학습을 하는 것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사용할지 예측 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공부를 해두는 것이죠. 일년동안 개발 업무를 한다고 했을 때 흥미롭고 재밌게 개발하는 것은 한달이 될까 싶네요. 저만해도 지난주에 회의와 오류 모니터링이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차지했습니다. 소소한 코드 퀄리티 개선과 구조 리팩터링은 일과 끝나고 진행하구요. 임베디드 쪽의 업무를 몰라서 함부로 얘기 할 수는 없겠지만 일하는 즐거움은 본인이 찾아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것은 마음에 맞는 동료 한명 정도는 있으면 좋겠네요. 아무도 없는 것과 한명이라도 있는 것은 차이가 커서 그래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여튼 정리하면 벡엔드 엔지니어가 되어서도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을 것 같고 개발 업무를 하면서 즐거움을 가지려면 본인의 생각과 노력이 가장 중요 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고 현직장에 괜찮은 동료 한명 없다면 재직 중에 이직을 알아보는 것도 고민해 볼만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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