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안녕하세요. 경력 1년 되는 백엔드 개발자입니다.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초반에는 제품 관련해서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API도 만들어보고 새로운 기술도 알아가는게 재밌었습니다. 들어온지 얼마 안된 신입이라는 버프를 받아서 둥가둥가 해주시려고 코드를 보고 잘 구현했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는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팀장급이 바뀐 이후로는 연차가 제일 낮고 개발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제가 개발했던 기능을 모두 같은 직급의 팀원들에게 인수인계 한 후, 사용하지도 않는 문서 작업과 데이터 몇 만건을 직접 손으로 만들라는 지시만 받은지 반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팀장급이 보기에 연차가 더 높은 사람이 몇 명 있는 합리적인 이유로 저한테 개발과 상관 없는 일을 몰빵한다고는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다른 커뮤니티 가서 물어보니 신입이 개발 욕심 좀 내지 말라고 실컷 두들겨 맞아서 스스로도 많이 겸손하지 못했다는걸 인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ㅎㅎ.. 그래도 일을 효율적으로 재미있게 하고싶어서 재미 없는 일이라도 제가 경험하거나 따로 공부한 기술을 사용해서 수작업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시를 하면, 구현하는데 하루종일 걸린다 CI 툴 쓰지말고 매뉴얼로 남겨라 (5만건 정도 되는) 데이터를 전부 수작업 하라고 지시한거다 등등 소리를 들으니 점점 저만 개발을 짝사랑하고 시니어가 보기에는 개발자로서의 자격 미달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위에 사례는 시니어분들이 보기에 건방져 보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불편하셨을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독한 마음먹고 다른 회사에 몇군데 노크했지만 주어지는건 최종 탈락 뿐이라서 가슴이 시리지만 그래도 참고 다니면서 알아서 공부하고 이직하는게 앞으로도 낫겠죠? 이 회사 전의 경력들도 정규직이 아닌 짧은 경력 뿐이라 더 이상 경력을 더 쪼개면 불리할텐데 자꾸 새벽에도 퇴사 생각만 나고 나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경력이 되는건 싫어서 회사 업무 말고 사이드 프로젝트와 스터디를 하고있는데, 이런 것들이 신입이 아닌 경력직 이직에도 도움이 될까요? 그리고 이렇게 마음이 붕 떠있을때 다들 어떻게 극복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정말 두서 없는 주저리주저리 한탄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제 된다면 말씀해주세요.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다들 좋은 연말 보내시고 행복한 한 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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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2~3년차 정도 직장생활을 했을 때 느끼는 답답함은 직무를 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발업무라고 하면 대개 코딩을 중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문서작업과 데이터 수집/생성 및 확인 작업이 코드의 형태를 결정하기 때문에 선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5만 개의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제작하라는 지시, 그리고 사용하지도 않는 문서를 작업하라는 지시는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회사에서 하는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아 보이는 일의 절반은 “실제로 의미가 있지만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인지가 한정적이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의미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누군가에게 맡겨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의 경우, 꼭 사람이 수작업으로 생성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고 그럴 경우 데이터 과학자는 우선 해당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성의 수준, 그리고 퀄리티 컨트롤을 위한 프로세스 구축을 위해 직접 해보면서 매뉴얼을 만들게 됩니다. 5만 개의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형태로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재사용성을 고려하여 데이터를 잘 정리하고 문서를 만들면 사랑받는 데이터셋이 되고,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하지도 않는 문서” 작업이라고 한다면 두 가지 접근법이 있겠죠? “정말로 사용하지 않는 문서임을 증명”하거나, “제대로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성이 떨어질 뿐, 리팩토링 하면 회사에 기여할 수 있으니 그런 방향으로 작업”하면 됩니다. 문서는 회사에서 대화하는 가장 공식적이고 정중한 방법으로, 독자와 주제를 명확하게 문서 앞단에 명시하면 생명을 얻고 회사에 기여하게 됩니다. 데이터와 문서, 두 가지 모두 주니어이기 때문에 직접 해볼 수 있는 시간을 업무로 인정해 줍니다. 시니어가 되면 이 두 가지는 전체적인 그림을 인지한 상황에서 업무를 할당하고 취합하여 완결된 제품을 생산하는 책임을 맡게 되니까요. 그 준비를 하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프로그래밍에 대한 열정이 멋집니다.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더 넓은 관점에서 성장하는 계기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앞으로 팀을 이끌어갈 시니어로서도 멋지게 성장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2024년 건승을 기원합니다 :)
익명
작성자
2023년 12월 31일
정성스러운 답변과 격려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데이터 사이언스에는 관심과 이론적인 지식이 없기도 하고 조직 개편이 올해 초에 예정되어 있는데, 곧 팀을 떠날 팀장이 저 혼자 하면 최소 반년 정도는 넘게 걸리는 데이터 정제 작업을 얼마 전에 시켜서 스스로 내가 뭘 잘못해서 눈 밖에 났을까 싶어 깊이 고민했습니다. 처음 문서를 적을 때만 해도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시키는구나 싶어 열심히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문서를 깔끔하게 적지 못했다는 이유로 제가 이력을 위조했다고 의심 당한 이후로 다른 문서 작업, 문서 번역, 데이터 수작업 등의 일만 받으며 개발과 멀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을 때 제가 만들었던 기능에 문의가 들어오면 커밋 이력이 보여서 혼날까봐 페어프로그래밍처럼 코드를 짜고 커밋은 인수인계 받은 동료 분 계정으로 했던 기억도 납니다ㅠㅠ 결국 제가 문서를 쓰는 스킬이 부족해서 윗사람한테 믿음을 주지 못한 온전한 저의 잘못이긴 합니다. 그런데도 한편으로는 속상한 제 자신이 돈을 받고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프로답지 못하고 어른답지 못해서 부끄럽지만 마음을 고쳐먹고자 글을 올렸습니다. 결국 당장에는 의미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시킨 대로 업무를 잘 해내되 작은 성과부터 의미를 찾아보고, 하고 싶은 일인 개발은 개인 시간을 투자해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부터는 좋은 일만 가득한 한 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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