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하루, 다른 하루

매주 수요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가는 모임이 있다. 아침 8시까지. 강남역 한 건물로. 부지런한 사람들 20명이 한 공간으로 모인다. 다들 부지런도 해라. 우리는 모여서 각자가 각자의 할 일을 한다. 누구는 책을 읽고, 누구는 한 주의 리뷰를 하고, 누구는 글을 쓰고, 누구는 한 시간 동안 명상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투자 유치 자료를 만들고. 매주 수요일 아침, 출근 전 8시에.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나는 도대체 왜 여기 있는 걸까? 아침에 한 시간 더 자면 되는 것을, 뭘 굳이 이렇게까지 부지런하게 하느냐 이 말이다.


매일 하루하루가 같다. 아침에 일어나고, 옷을 입고, 출근하고, 미팅을 하고, 점심을 먹고, 미팅을 하고, 커피도 먹고, 저녁을 먹고, 운동도 하고, 집에 들어가서, 다시 빈둥 거리다가, 유튜브도 좀 보고, 책을 읽다가, 잠에 들고,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같다. 같은 하루, 다른 하루. 같은 하루, 다른 하루. 그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


같은 하루를 다르게 만드는 것은 사소한 의사결정이 전부다. 큰 의사결정 말고, 사소한 의사결정. 귀찮은 것들. 예를 들면 오늘 모임 같은 것들. 한 주에 한 번 아침에 일어나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 한 주에 한 번 출근 전에 요가원에 가는 것, 퇴근하고 잠깐 운동을 하는 것, 저녁에 먹고 싶은 젤리를 참는 것, 귀찮더라도 영양제를 꾸준히 챙겨 먹는 것, 기왕이면 가공식품보다는 좋은 식재료의 음식을 먹는 것, 늦은 저녁에 휴대폰 잡고 있지 않는 것. 이런 사소한 의사결정들. 사소한 것들. 별것 아닌 것들.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아주 작은 변화 만든다. 사소한 행동이 만든 작은 변화가 새로운 영감으로, 새로운 생각으로. 그리고 그 새로움이 또 다른 작은 변화를 만든다. 선순환. 작은 하나가, 작은 사소한 하나를 연결하고, 그렇게 연결된 작은 하나가, 또 다른 사소한 하나를 연결하고, 그렇게 연결되고, 연결되고, 연결되고... 선순환. 이런 사소한 의사결정들이 우리에게 주어진 매일 '같은' 하루하루를 '다르게' 만들어주는 것 아닌가 싶다.


아직 9시도 안됐다. 출근 전, 이렇게 모임에 왔다. 내게 주어진 사소한 시간에 이렇게 짧은 글을 썼다. 사소한가? 사소하다. 큰 변화인가? 작은 변화다. 의미 있나? 의미 있다. 작은 변화. 이 변화가 또 다른 행동으로, 다른 생각으로, 다른 영감으로 나를 연결할 것이라 본다. 그리고 그렇게 연결된 무언가가 또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리라 본다. 그렇게 계속, 눈덩이 굴리듯이, 조금씩. 어제저녁에는 솔직히 귀찮은 마음이 적지 않았다. 한 시간이라도 더 잘까 싶었는데. 그 작은 저항, 가장 무서운 것. 그 작은 저항을 견뎌낸 것이 뿌듯하다. 삶은 쉬우면서도 동시에 어려운 것.


이렇게 글을 썼고, 햇살이 막 들어오는 듯. 출근할 예정이다. 오늘은 원래 먹지 않던 아침도 먹을 예정이다. 오늘 하루도 잘 시작해 보자. 이렇게 또 같은 하루, 다른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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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오전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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