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으로 역량 증명하기

취업이나 이직을 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으면 열에 여덟은 이런 대답을 합니다.


1. 이력서를 업데이트한다

2. 포트폴리오를 정리한다

3. 면접 스피치를 배운다


이런 준비도 취업이나 이직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본질적 준비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본질은 회사가 찾고 있는 역량이나 팀이 찾고 있는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지원자만의 경험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결국 회사에서 지원자게에 기대하는 것은 훌륭한 역량과 태도이기 때문이에요. 잘 정리된 이력서나 면접 화술이 아니라요. 지원자가 그런 역량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오롯이 본인의 경험뿐이니, 나의 경험으로 역량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회사는 어떤 역량을 기대할까요? 지원하고 싶은 회사의 인재상이나 채용 공고를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채용 공고에 가장 많이 등장 하는 역량은 아래와 같은 것들입니다.


1. 전략적 사고

2. 창의적 사고

3. 실행력

4. 커뮤니케이션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본인만의 경험으로 이런 역량과 태도를 증명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작 이런 것들을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 같아요. 전략과 창의력, 실행력과 커뮤니케이션까지 다들 일하면서 많이 들어보아 친숙하고, 무슨 의미인지도 어렴풋이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스스로의 경험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런 역량에 대한 나만의 구체적인 정의가 필요합니다. 그게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어야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설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요.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정의할수록 설득력 있게 증명할 수 있습니다.


전략적 사고를 예로 한번 살펴볼게요. 전략적 사고는 무엇일까요?


이때 사람들은 거창한 대답을 생각하는 함정에 빠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해 내지 못한 전략을 구상해 내는 것이 전략적인 사고다’ 처럼요. 사람들은 두루뭉술하게 생각하는 함정에도 빠집니다. 막연하게 ‘똑똑하거나 논리적인 면모’ 정도로 이것을 해석하는 것이죠. 그래서 나의 사소한 경험으로는 스스로의 전략적인 면모를 증명할 수 없다고 믿어요.


하지만 아닙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전략적 사고’를 정의할 수 있어요. 훨씬 더 단순하고 실용적으로요.


저는 전략적 사고를 ‘경우의 수로 분해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경우의 수’라니. 네, 맞습니다. 우리가 학교 수학 시간에 배운 바로 그것이에요. 경우의 수를 활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로 도달하는 길을 구체화하고 이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축구로 예를 들어 볼게요. 골이라는 아웃풋에 연결된 인풋은 무엇일까요?


골을 넣으려면 슈팅을 해야 합니다. ‘골 = 슈팅 횟수 * 슈팅 성공률’이라는 경우의 수로 분해해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슈팅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 할까요? 수비수를 돌파하고 슈팅 찬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슈팅 횟수 = 돌파 시도 * 돌파 성공률’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돌파를 하려면 패스로 공을 받아야 하니 ‘돌파 시도 = 패스 횟수 * 패스 성공률’로 정의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경우의 수로 목표를 분해하면 구조적으로 결과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저 ‘골을 많이 넣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나는 돌파 성공률과 슈팅 횟수가 부족하네. 골을 많이 넣기 위해 이것들을 먼저 보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골이라는 결과를 다른 방식으로 분해할 수도 있습니다.


축구는 교체까지 생각하면 대략 12~15명 선수가 플레이합니다. 선수 1의 득점은 1분 당 기대할 수 있는 평균 득점과 선수 1의 체력에 따라 플레이할 수 있는 시간을 곱해서 예상할 수 있어요. ‘선수 1의 분당 득점 * 플레이 시간’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한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기대 득점을 더해서 경우의 수를 분해할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경우의 수는 슈팅이나 돌파 성공률과 같이 개인 기량 중심이었다면, 이 경우의 수는 선수들의 체력과 선수 구성에 맞춰져 있어요.


‘골을 넣기 위해 선수들한테 열심히 하라고 독려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과, ‘선수 1의 출전 시간은 줄이고 선수 2의 체력은 길러야 더 많은 득점이 가능하겠군’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천지차이예요.


이처럼 원하는 결과에 따르는 경우의 수는 다양한 방식으로 분해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목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들이 바뀌어 팀의 ‘전략’이 달라지게 됩니다. 저는 이것이 전략적 사고의 단순하고 실용적인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측정가능한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인과관계를 가진 세부적인 하위 목표들의 경우의 수로 구조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우의 수를 살펴보며 문제와 기회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전략적인 면모입니다.


그럼 우리가 취업과 이직을 준비하며 증명해야 하는 ‘전략적인 면모’는 목표를 세우고, 경우의 수로 상황을 분해하여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에요. 이런 경험이 있으면 나의 전략적인 면모를 경험을 통해 설득할 수 있습니다. 원하는 목표를 구체화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로 목표를 달성할 방법을 분해해 보고, 이 중에서 우리에게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한지 고민해 본 경험이요. 이런 경험이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도 전략적인 면모를 돋보이게 해 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작더라도 이런 경험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취업이나 이직 준비의 핵심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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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시에서 주최한 <청년, 돌아봄> 행사에서 발표한 내용의 일부를 요약해 보았습니다. 반응이 좋다면 창의력과 실행력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이런 경험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나머지 내용도 요약해서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https://brunch.co.kr/@zseo/120


취업과 이직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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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9일 오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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