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쉬 앱의 <마케팅 정보 수신 동의>팝업 문구를 수정했습니다. 아마도 유저와 브랜드의 입장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영역일텐데요. 브랜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마케팅 수신 동의율을 높여 앱의 리텐션율을 높이려 할 것이고, 유저는 불필요한 알림을 피하고 싶어 할 테니까요.
기존 문구를 살펴볼까요? '마케팅 수신에 동의하시면'이라는 전제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나 유저 입장에서 '마케팅 수신'이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기겁하면서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종의 학습된 공포인 셈이죠. 게다가 기본 버튼 (primary button) 역시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배치되어 있는 점도 어색합니다.
전환율을 개선하기 위해, 유저가 취해야 하는 액션 대신 받을 수 있는 혜택을 강조하기로 문구 방향성을 수정했습니다. 여기에 기본 버튼 역시 유저에게 익숙한 위치로 배치해, 클릭률을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유도했어요.
그러던 중 <다양한 혜택 소식을 받을 수 있다>라는 내용으로 팝업 문구 변경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상업적인 색채를 지양하고, 러쉬스러움을 담아낼 수 있는 문구 (약간의 유머러스함이 허용되는)를 고민하다, 러쉬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가치인 '신선함'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혜택들을 신선하게 = 빠르게 받아볼 수 있다는 의미를 살려서 여러 시안을 작업해 보기도 했어요. 기존의 상투적인 문구가 아닌, 러쉬스러움이 담겨있는 나름대로의 참신한 문장들이라고 생각했지만(...) 내부 투표 결과 두 시안 모두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다.
카피라이팅이라면 몰라도, UX라이팅에서 긴 문장은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왜 저명한 인사들이 그토록 '간결하게 쓰기'라는 원칙을 강조했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계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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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오전 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