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영화 ‘미키 17’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좋아하는 봉준호 감독님 작품이라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감독님 전작으로 무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을 지금까지 20번 이상 보고 또 봤습니다.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극의 개연성, 그러니까 자연스러운 이야기 흐름이 말도 안 되는 상상력과 어울려 절묘하게 연출하는 부분이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영화 ‘미키 17’도 총평을 하자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영화 ‘기생충’만큼 흥미진진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영화 속 시대적 배경이 미래와 우주라는 가상 공간이라 몰입을 깊게 하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스토리가 참신하고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가 묵직하여 여운이 남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미키’ 역할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이라는 배우를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잘 생긴 하이틴 스타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연기가 훌륭했습니다.


영화 ‘미키 17’의 메인 플롯은 인간을 복제하여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프린트’한다고 표현합니다. 신체와 기억 정보를 복사하여 필요할 때마다 복사해서 활용하는 것입니다. 마치 복사기에서 필요한 내용을 A4 용지에 찍어내 듯 사람을 프린트하여 쉽게 뽑아냅니다. 인간을 복제하는 목적은 위험한 일을 대신 시키기 위함입니다.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을 시키는 것이죠. 마치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생체 실험하는 것과 같습니다.


영화 ‘미키 17’의 이야기 배경은 2045년 우주 어느 행성에서 벌어집니다. 지구를 대신하여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찾아 나선 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그곳에서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요소를 복제된 사람으로 탐험하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갔던 것입니다. 프린트가 편리한 이유는 언제든 필요하면 다시 하나를 복사해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 속 인간을 복제하는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험하다가 죽으면 다시 복제하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복제 인간의 죽음은 쉽고 가볍게 묘사됩니다.


프린트된 복제 인간에게 주변 인물들이 호기심을 갖고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죽을 때 느낌이 어때?’ 인간이 살면서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사건과 감정이 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일들은 글과 콘텐츠, 그리고 말로 공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맞이하는 감정은 공유할 수 없습니다. 사람은 죽음으로 모든 것이 멈추고 의식을 잃어 생각과 감정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묘사할 수 없습니다.


영화 ‘미키 17’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호기심을 다루고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공포감이 느껴지는 죽음에 대해서 사람들은 궁금해합니다. 그러나 주인공 복제 인간은 ‘죽을 때 느낌이 어때?’라고 묻는 주변 사람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시 복제되어 살아날 줄 알면서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은 두렵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 순간에 복제된 주인공이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찰나에 멈칫하는 장면으로 어쩌면 죽음이 주는 고통과 공포를 대신 상상하게 만듭니다.


영화 ‘미키 17’에서 핵심적인 갈등은 복제된 인간이 둘이 되어 서로 만나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영화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멀티플’이라고 표현합니다. 복제에도 규칙이 있었는데, 복제할 때 동시에 여러 명을 출력하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 복제 실험으로 끔찍한 살인 사건이 있었는데, 복제된 여러 명의 사람 중 누가 진짜 살인자인가 가려내기 힘들어서 만든 규칙입니다. 그러니까 ‘A'라는 똑같이 생긴 사람이 두 명 이상 나타나지 않게 복제하는 법입니다. 복제된 사람끼리 짜고 알리바이를 만들면 범죄를 저지를 진짜 범인을 가려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여러 해 전에 유전자 복제로 떠들썩했던 사건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인간을 복제하여 일을 대신 시키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언젠가 다시 찾아올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인간의 생명과 그 존엄성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인간을 복제하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꽤 위험하다고 가르쳐 주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신의 영역을 건드려도 되는 것인지, 그랬을 때 우리에게 정말 편의와 번영만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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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9일 오후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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