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아이디어 제안 제도는 안하는 것만 못합니다. 첫회사의 사내 게시판에는 아이디어 제안 게시판이 있었어요. 그냥 출퇴근 하는 길에 문득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적어뒀다가 게시판에 쓰고는 했어요. 한번도 머리를 짜내서 아이디어가 나왔던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게시판에 글을 쓰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쓴 글만 넘쳐났고 어느날 갑자기 아이디어 뱅크 상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주더군요. 1회 수상자 그리고 그게 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제 글 밖에 없던 거든요. 사실 수상 같은건 별로 관심 없었어요. 가장 큰 문제점은 제대로된 검토와 피드백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아이디어를 내면 아이디어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안되면 왜 안되는 것인지 계속 주고 받고 구체화 시켜나가야되는데 그런 것이 없었죠. 간혹 대표 눈에 드는 아이디어면 팀장들 소집하고 거기에 절 참여시켜서 회의라는 것을 하는데 다들 부정적이기만 하고 거기에 왜 절 부른건지 이해도 되지 않았어요. 충분히 팀장 회의에서 논의하고 결론 냈으면 되었는데 말이죠 그냥 대표가 하라고 하니까 억지로 하는 행사에 그치고 마는 것이죠. 아쉬운 것은 제가 낸 아이디어들 중에는 몇년 뒤에 광고에서 실현된 것들도 있었다는 것이죠. 물론 그걸 단독으로 할 수 없는 회사인 것은 알지만 그냥 아무런 노력도 해보지 않고 우리 회사는 그런것을 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로 끝나는 것을 보면 무슨 아이디어를 원하는 것인지 이런 게시판은 왜 만든 것인지 이해되지 않았어요. 두번째 회사도 아이디어 제안 게시판이라는 것이 있더군요. 그래서 거기에도 똑같이 이것저것 올렸죠. 첫번째 회사보다는 훨씬 규모가 있는 회사였는데 댓글 달리는건 한손으로 꼽을 정도였고 채택 기능이 있긴했는데 채택표시가 된 후에는 깜깜 무소식인건 마찬가지었죠. 대표가 직접 댓글로 관심보인것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어느날부터는 주간업무보고에 강제로 아이디어를 넣으라고 하더군요. 우리팀은 5명이었는데 50%이상은 제출하길 대표가 원한다고 팀장님이 토로해서 제가 매주 2개씩 넣고 하급자한테 1개 넣게했어요. 물론 누군가 아이디어를 넣으면 제건 1개만 넣고요. 평소에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적어두고 그걸 주간업무보고 제출하는 날에 채워넣었죠. 그랬더니 언젠가부터는 아이디어 얘기 나올때마다 대표가 제 이름을 언급한다고 팀장님이 말씀해 주시더군요. 그런다고 해서 뭔가 크게 달라진건 없었고, 아 분기별로 시상하는 것이 생기긴 했었네요. 주로 돈이 될 아이디어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어요, 마케팅 기획부서가 있는데 다른 부서에게 그런 아이디어를 왜 원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었죠 어느 날 사내규정 게시판에서 아이디어 제안 제도에 대한 규정을 보았는데, 그 규정에 의하면 바닥 청소, 화장실 문 고장, 출입문 고장이나 본인의 본래 업무에 해당하는 사항은 아이디어로 채택하면 안되는 것이었어요. 고장은 총무팀에 문의해야하고 본인의 본래 업무는 본인이 그냥 하면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현실은 그냥 대표가 관심있거나 힘있는 부서장이 얘기하면 채택되는 그런 구조였죠. 저를 더욱 허탈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렇게해서 채택된 아이디어들이 1년이 지나도 실행이 안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아이디어로 제안할때는 관심도 없더니 해당 사항이 VOC가 오거나 대표가 지시하면 진행될 때도 있었는데 그럴때는 정말 화가 났죠. '좋은 아이디어 받아서 의견 수렴하겠다 우리는 열린 마음이다' 취지는 이런 것 같은데 제대로 된 검토와 피드백 없으면 하나마나 입니다. 제대로 운영안할거면 아이디어 게시판 이런거 만들지 말아주세요.
2021년 5월 26일 오전 1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