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하는밴드, 안복진의 솔로 1집이 나옵니다.
응원하는 마음, 아니 응원받는 마음으로 소개글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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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에서 1로"
싱어송라이터 안복진에 대한 설명은 의외로 간단하다. 좋아서하는밴드의 멤버이고 BTS의 <Map of The Soul:7>의 수록곡인 "Filter"의 작사가, 그리고 <뽀뽀뽀 모두야 놀자>의 음악감독.
하지만 알려진 커리어만으로 한 사람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좋아서하는밴드의 멤버로 10년 이상 음악 활동을 했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새로운 삶을 경험하고 있고,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의 제목은 <ZERO ZERO>, 같은 제목의 인트로부터 출발해 "Snoopy"와 100% 내레이션으로 구성된 "About Love"와 "나는 사랑이", 다시 노래로 구성된 "About Love"로 끝난다.
앨범의 키워드는 '미지의 세계'와 '사랑'이다. 모르는 세계의 사랑. 우주선의 카운트다운으로 시작되는 인트로는 어딘가 먼 곳, 여기가 아닌 다른 곳, 그러니까 미지의 세계로 이어지는 문이다. 그리고 시작되는 곡은 스누피. 스누피가 나사의 마스코트이자 달 착륙선의 콜사인이었다는 정보를 고려하면 두 곡은 사실상 하나로 연결된 곡으로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도착한 미지의 세계에서 안복진은 '사랑'을 다시 만난다. 다시 만나는 이유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려는 마음, 100%를 채우고 싶은 마음, 그런데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 그렇게 다른 사랑의 방법을 깨닫게 되는 마음.
이때 'ZERO ZERO'라는 제목이 새삼스럽다. 0에서 0은 제자리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사이에는 1부터 9까지도 존재한다. 돌고 돌아 제자리라고 할때에도 그 자리는 원래의 그 자리가 아닐 것이다. 애초에 출발한 지점으로 정확히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여기에서 저기로 이동하는 여정, 카운트다운으로 시작해 미지의 세계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경험, 0에서 0으로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오는 여행.
그렇다면 우리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자리를 떠날 필요가 있다. 중력을 벗어나 날아오르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걸 가능케 하는 건 무엇일까. 내 생각엔 딱 한 걸음을 내딛는 일이다. 0에서 1로 향하는 그 한 걸음. 그 점에서 "처음 보는 세상이 여기, 행운을 빌어줘"라는 가사가 흐르는 "Snoopy"는 이제껏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을 위한 응원가다.
우리는 여기에서 저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다. 그곳에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멀리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처음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안복진의 마음과 우리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 기꺼이 모험을 떠나려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 차우진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