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를 감각하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게 생명이거든. 거대한 이념, 거대한 숫자로 환원하면 끝납니다. 한 명 죽이면 살인했다는 생각이 들어도 사천 명 죽이면 그런 생각이 없어요. 히틀러는 마음이 여려서 자기 앵무새 한 마리 못 죽였지만, 가스실에서 유대인을 대학살했죠. 인간이 집단이 되면 추상이 돼요. 코로나 때 느꼈잖아. 숫자로 표시되는 감각을. 몇백 명 죽으면 대참사고, 한 명이 죽으면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져. 그게 바로 레마르크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예요. 주인공이 유탄 맞아 죽는 순간, 평화롭게 ‘서부 전선 이상 없다’고 발표하거든. 생명을 집단화하면, 개인의 얼굴과 숨결은 다 묻혀버려요.”" "-그럼에도 젊은이들에겐 더 구체적인 희망이 필요합니다. “(가슴께를 지그시 누르며)알아요. 마음이 아파요. 나는 34년생, 태어나는 순간 식민지 아이였어요. 눈 떠보니 전쟁이었죠. 최악의 환경이기에 나아질 희망도 구체적이었어요. 전쟁 때는 살려고 발버둥 쳤지, 자살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나는 26살에 논설위원이 돼서 머리 허연 주요한 선생과 같이 논설을 썼어요. 다들 어려웠고 더 패기가 있었죠. 지금은 GDP 10위권의 거대 도시에 살아도, 더 막막하고 불행해요. 그러나 세계가 이미 다 세팅된 것 같아도, 더 나은 길과 몫이 반드시 있습니다. 단적으로 코로나 백신 누가 만들었어요? 터키 이민자였습니다. 남들이 다 포기한 messenger RNA로 다르게 가서 결과를 냈지요. 비주류, 마이노러티가 진짜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 왔어요. 그러니 앞으로 한국 안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세계로 나가세요.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출구가 여러 개면 살 수 있습니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선한 인간이 이긴다는 것, 믿으라" 이어령,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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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선한 인간이 이긴다는 것, 믿으라" 이어령,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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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4일 오전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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