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만든 감동 서사

- '골 때리는 여자들'이 팀 스포츠로 보여준 협동 FC아나콘다가 창단 1년이 돼서야 1승을 거뒀다. '골 때리는 여자들'에서 이 팀 선수들이 처음 모여서 훈련을 하고, 첫 경기를 치렀을 때 인터뷰했던 내용이 기억났다. 아나운서들은 직무상 외로이 혼자 일을 할 때가 많은데 축구로 협동을 하니 너무 좋다는 얘기였다. 선수들이 이렇게나 오래 발을 맞추고 나서야 1승을 거두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새삼 그때 인터뷰를 떠올린 이유가 있었다. 프로 축구 경기를 볼 때 습관적으로 공이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본다. 그들은 공을 가진 다른 선수의 플레이, 나아가서는 공의 움직임을 예측하며 "있어야할 곳"을 찾아 부단히 움직인다. 그러다가 그들이 찰나에 공을 잡아 골까지 이을 때 또는 어시스트를 할 때 시청자들은 감동을 배로 받는다. 아마 성공적인 협동을 목격했을 때의 희열일 것이다. 그런데 선수들의 말마따나 아나운서들은 대부분 앞에 마이크가 놓여 있을 때 소식을 잘 전달하는 일을 한다. 혼자 해내야할 어려운 일이다. 다만 그랬을 때 '같이 하는 일'을 바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협동이라는 개념을 어렴풋이 알고 있고 축구에서 꼭 해야할 과정이란 걸 머리로는 받아들인다. 그러나 실전에서 공이 내 발 아래 없을 때, 즉 마이크가 없을 때 해야할 일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남이 공을 가지고 전진할 때도 골대를 향해 같이 뛰어줘야 하고, 패스를 주고받기 좋은 곳에 있어줘야 하고, 골키퍼는 골대에서 좀 나와줘야 한다는 인식 자체를 하기 힘들다. 대신 '누군가 있겠거니' 하고 공을 경기장 어딘가로 차면 운이 좋을 때 받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냅다 뛰어 1골을 넣으면 '우리가 힘을 합쳐 목적을 이룬 협동'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게 바뀌려면 선수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변화가 필요했을 터다. 거의 개인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협동에 익숙한 분들이 혼자 일을 하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그래서 어제 FC아나콘다의 첫 승 경기에서, 서로를 정확히 보고 패스를 하는 횟수와 유효슛팅 수가 늘어난 것을 보고는 벅찼다. 처음에 그들은 말로는 협동을 얘기했지만 사실은 정확히는 뭔지 알지 못했던 0이었다. 그런데 무려 9번을 내리 패배하며 이만큼이나 그들만의 협동을 만들어냈고, 결국 1(승)을 했다. 그들이 흘린 눈물은 표면적으로 승리를 향한 간절함이었다. 하지만 그 간절함마저 이렇게 오랜 시간, 개념을 또 뇌구조를 바꾸는 고통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느끼기라도 할 수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참 성실히 도전을 했구나... 앞으로도 이 팀이 승리하고 패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흐뭇하다. 아주 어릴 적 열정적으로 축구를 했고,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축구 선수를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오랜만에 여운이 남는 경기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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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0일 오전 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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