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보다 더 그 사람의 인격에 가까운 것은?

바야흐로 오픈 채팅방이 홍수인 시대다. 끊임없이 울리는 오픈 채팅방은 밤낮이 따로 없다. 어쩌면 연인보다 가족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인지도 모르겠다. 그 안에도 다양한 말과 글이 매일 오간다. 아침을 반갑게 열어주는 누군가가 있는가 하면, 존재의 이유도 모를 만큼 조용히 숨어 관찰만 하는 사람도, 자신의 관심사만 계속 묻거나 답을 줘도 무언가 꺼림칙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 그 사람들을 만나보지도 않았는데도 누군가의 얼굴이 이미 본 듯하다. 남들이 곤히 잘 시간에 카톡을 보내는 올빼미형, 자신이 묻는 질문엔 누구나가 빠르게 답을 해야 하고 대답이 맘에 안 들면 홀연히 사라지는 답정너형, 채팅방의 목적에 맞지 않게 자기 개인사를 TMI로 늘어놓는 고독형, 흥미를 위해 모인 채팅방에서 매사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하나하나 따지는 질문봇형 등이 있다. 그 사람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채팅방 대화만으로도 어떤 사람인지 얼굴이 그려진달까? "얼굴보다 말이 더 그 사람의 인격에 가깝다."- 강원국 작가 문자로의 한계를 벗어나려 전달하려 하지만 말이 안 통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채팅창 너머로 누군가의 말이 신경 쓰인다. 꼬부랑글씨도 아니고 왜 같은 한국말을 하는데도 이렇게나 소통하기가 힘들지? 얼굴이라도 마주하면 표정을 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가늠이라도 할 텐데, 텍스트 너머 누군가의 표정을 읽기란 쉽지 않다. 언어를 알아도 우리는 왜 대화하기 힘든 것일까? 실시간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된 만큼 얼굴보다 글을 더 자주 마주하는 시대가 왔다. 누가 쓰는 말투, 말본새가 더 중요한 세상이 온 것이다. 그가 쓰는 언어로 인해 그는 누구나가 멋지다고 동경할 미남일 수도 있고 추녀일 수도 있다. 줌 미팅이나 오프라인으로 만날 때 배려가 많은 사람을 보면 알게 모르게 어떤 사람인지 새삼 기대가 된다. 인격이란 인간에게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는 성격이다. 온라인상에서 말투가 부정적인 사람을 보면 실제로도 부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친 경우가 있다. 불혹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고 했던가? 부정적이고 욕을 많이 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왠지 욕 주머니 달린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배려심 많은 사람을 보면 얼굴에도 온화함이 묻어난달까? 인격은 한순간에 형성되는 게 아니다. 그가 살아온 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깨닫는 모든 것이 합쳐져 인격이 형성된다. 그런 인격은 누가 어떻게 생겼고 또 어떤 성격이겠구나 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쓰는 언어, 즉 말 습관에서 가늠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보는 내 말은 과연 어떠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가?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2년 11월 15일 오전 12:31

조회 4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