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을 만났을 때

1. 동호회 스포츠를 하다 보면 종종 선수 출신(줄여서 선출)을 만난다. 중학교 때 국가대표 상비군인 축구 선수나, 프로구단에 드래프트된 되었지만 지금은 프로로 뛰지 않는 선수들이다. 2. 이들은 생태계 교란종으로 팀 스포츠를 개인 스포츠로 만들어 버리고, 상대편으로 만난다면 일찌감치 경기를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압도적인 피지컬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 3. 대학교 때 학교 우레탄 농구 코트에서 선출을 만났다. 상대편은 190 넘는 키에 유연한 몸, 폭발적인 점프력으로 경기 전 몸 풀 때부터 덩크를 내리꽂았다. "쟤 걔잖아 삼성 드래프트 됐던 애", "아 어쩐지", "그래서 누가 맡을래?" 4. 이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지만, 지면 코트를 내주는 시스템 하에서 해가 지기 전에 집에 갈 수는 없었다. 키는 작았지만 우리들 사이에서 농구 대마왕으로 통하는 형이 선출을 맡았다. 그 한 선수를 잘 막으니 게임은 박빙으로 흘렀다. 선출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오히려 화를 내다가 무너졌다. 5. 게임이 끝나고 그 형에게 물었다. "형 어떻게 한 거예요?" 그 형은 저런 애들 많이 봤다며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선출이 왜 선출일 것 같냐? (드래프트 됐어도) 결국 프로 못해서 온 거잖아. 그 이유를 찾아야 해. 분명히 있어." 6. 뛰기도 전에 오금이 저리고 피하고 싶은 상대들이 있다. 피할 수도 없고 즐길 수도 없다. 그럴 때에는 그 형의 말을 떠올린다. "이유를 찾아야 한다." 분명히 있다는 믿음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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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9일 오전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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