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 대표 인터뷰를 보면서 든 고민

1. 샌드박스 이필성 대표 인터뷰. 민망할 정도로 짧은 시간 몸담은 회사지만 그래도 한번이라도 거쳤던 곳이라서 맘이 좋지 않네요. 이 판국에 인터뷰 하시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응하신 것도 대단하고...솔직한 이야기들이 많이 와닿았습니다. 또, 사람의 일과 판단이라는 것에 대해 되새기게 되는 인터뷰이기도 합니다. 2. 특히 이런 부분들. "어느 순간부터 조급해졌어요. 양적으로, 규모로 1등을 계속해야 한다는. 한동안 MCN을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은 크리에이터를 데리고 있는가, 전체 영상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가’ 였으니까요.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기업가치 극대화를 요구했어요. ‘세상에 좋은 가치를 주는 일을 해라’가 아니라 ‘기업 가치 올려라, IPO 해야 한다.’ 같은 요구도 많았고요. 일종의 스타트업 병, 그런 문화도 있었습니다. 이런 거죠. '어차피 유동성은 풍부해 돈을 아낄 필요는 없어’ 뭔가 약간 진짜 내재 가치를 만드는 것보다는 보이는 것 자체가 중요해져요. 인재 영입 경쟁도, 샌드박스는 개발자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덜했지만 다른 스타트업이나 기업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런 것도 경쟁했고요. 진짜 중요한 프로덕트와 서비스는 만드는데 합리적인 인건비 지출이나 비용적인 것들. 그 지점을 못 찾았어요. 조심스럽지만... 아마 지금 모든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공감하고 있는 문제일 것 같습니다." 3. 오늘회 때도 이야기 나온 것이지만, 대표들도 사람이고 항상 옳은 판단을 할 수 없으며, 시대의 흐름에 쓸려가기 마련인 듯 합니다. 업계 1위를 했던 곳도 이렇습니다. 물론 지금 와서 '경영을 잘 해서 이런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지 않냐'라고 할 수 있지만, 세상에 그런 유니콘이 몇이나 될까요. 아마 집중해서 수익구조를 만들려고 해도 투자자들이 가만 두지 않았을 테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요즘 가장 얄밉다고 생각하는 게 그런 분들입니다. 유동성 높은 시장에서는 매출 포기한 성장을 부추기고, 그것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방향인 것처럼 말하다가 입을 싹 씻고 지금은 경영 합리성이나 수익을 얘기하시는 분들이요. 4. 저는 근본적으로는 크리에이팅 능력이 외재화 된 콘텐츠 비즈니스가 장기지속되는 좋은 구조를 갖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송출과 편성(플랫폼). 제작 (기획/제작인력). 셀럽 혹은 크리에이터의 전속 (육성) 중 하나는 있어야 하겠죠. 근데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MCN 비즈니스는 핵심이 되는 콘텐츠의 기획과 생산은 유튜버에 종속, 채널은 구글, 크리에이터와는 연예기획사만큼의 끈끈한 구조는 아닙니다. 5. 인터뷰 본문에서도 이필성 대표가 광고사업만 했으면 적자 날 일이 없다, 고 했던 것 처럼 수수료 베이스로는 적자 날 일이 없지만 매출이 이렇게 크지도 않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광고사업만 했으면 연 300억-500억 정도의 비즈니스였을 거라고 추정해 봅니다. 이것도 어마어마한 규모지만요. 물론 늦게나마 자체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시작하긴 했지만 콘텐츠의 핵심 동력 세가지가 다 밖에 있는 상태에서 실속을 챙기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6. 그런데 이런 이야기. 업계 종사자들과 창업자들이 다 몰랐을까요. 몇년 전 MCN 비즈니스를 온 세상에서 다 치켜올려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업가들도 사업의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 속에서 손 안에 있는 강점들을 잘 활용해보고자 하는 방향 아래, '그래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그렇기에 1천억이 넘고 수백명이 재직하는 회사가 탄생한 것이고요. 7. 최종적으로 그 판단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결과가 말해주는 부분이 있고. 투자를 베이스로 하는 회사는 좋은 판단을 일관되게 밀고 가기가 참 어려운 거 같습니다. 어느 평행 세계에서는 샌드박스가 CJ E&M 급이 된 우주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무너질 일이라고 생각하며 판을 키우는 경우는 없을 거예요. 그치만 또 돌이켜 보면 결국 그 한계가 붕괴의 시작인 경우도 많습니다.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죠. 일을 착수할 때 초반에 보이는 설계상의 결함은 어디까지 의식해야 하는 것일까요. 8. '회사가 잘하는 일'에 대한 부분도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개인이건 법인이건 어느 시점에는 강점 위주를 벗어나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 순간이 오지요. 처음에 확장을 위해 짜는 논리는 항상 아름답습니다. 무슨 신사업이든 그렇죠. 근데 법인이 그러한 일을 하겠다고 하며 잘하는 사람들을 데려오려고 할 때, 거기에 합류하는 것은 맞을까? 쉽게 말해서 신사업으로의 이직은 과연 좋은 일일까? 어느 시점. 어느 조건일 때 신사업은 가능하고, 또 유익한 것일까요. 많은 고민이 됩니다. 9. 무엇보다 이런저런 결과론적인 말들을 다 뒤로 하고, 남은 분들도 나가는 분들도 너무 상처받지 않고 또 일이 잘 풀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쫌아는기자들] 구조조정하는 샌드박스의 창업가 이필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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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8일 오전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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