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담당자가 만난 연봉 협상 케이스

커리어에 도움되는 아티클 422 제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채용 담당자가 후보자와 연봉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봉 협상 업무는 회사마다 담당자가 다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채용 담당자로서 후보자의 연봉 정보를 알게 되는 점이 좋기도 하고 별로 안 좋기도 합니다. 좋은 점은 연차와 역량에 따라서 연봉 수준을 알게 되어 ‘나’에 대한 시장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실제 이직할 때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후보자의 연봉 정보를 알게 되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는 괜히 씁쓸합니다. 인간이기에 이성적이어야 할 업무에 개인 감정이 들어가는 순간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연봉 협상 주제를 꺼낸 건 아니고요. 연봉 협상 파트너 즉, 후보자 별 연봉 협상 케이스에 대해서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다분히 개인적인 느낌으로 작성하는 내용으로 연봉 협상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에게 공감을 얻고 동병상련의 위로를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써봅니다. (1) 처우 항목 하나도 빼놓지 않으려는 빠꼼이형 연봉 협상의 시작은 후보자의 이전 처우 자료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채용 담당자는 최근 근로소득을 확인하여 실제로 수령한 금액을 기준으로 연봉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후보자 중에는 근로소득 외 현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복지를 처우에 반영해 달라는 분들도 계십니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복지 포인트, 점심 식대, 도서 구매 지원 비용 등 엄연히 복지로 분류되어 있는 항목을 연봉에 반영해 달라는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보이면서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저 혼자만에 생각일까요? 복지는 회사를 다니면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구성원에게 주어지는 혜택입니다. 똑같은 혜택을 누리고 싶다면 그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 것이죠. 개인에게 주어지는 연봉 개념이 아닌데 현금으로 측정 가능하다고 하여 연봉에 반영해 달라는 것은 마치 봉사 활동을 열심히 했으니 특별 휴가 말고, 시간당 시급으로 환산해서 돈으로 달라고 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나요? (2) 미래에 받을 수 있는 항목을 보상해 달라는 벤처캐피탈형 요즘은 스타트업에서 스톡옵션과 같이 회사의 미래 가치를 주식과 같은 형태로 보상을 주는 곳이 많습니다. 일정 기간 이상 회사에서 근무하면 주식을 팔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인재가 회사에 머무르기를 원하고 당장에 연봉으로 큰 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스톡옵션 제도를 활발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래 가치를 보상 받은 내용을 지금 당장 이직하는 순간에 현금으로 받으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2년 뒤에 천만 원 정도 하는 옵션이 있는데 이것을 조금이라도 보상해 줄 수 있느냐 묻는 분들이 있는데요. 솔직히 이것도 연봉 협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 생각입니다. 과거 실제로 수령한 근로소득이 기준인데 아직 받지 않은 예상 소득을 기준으로 연봉을 책정해 달라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내년 연봉을 상사가 10% 이상 올려 준다고 약속했으니 이직할 때 최소 그 이상 연봉을 올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견물생심 욕심이 나는 것은 인간적인 마음이죠. 저도 지난 회사에서 받은 스톡옵션이 있었고, 불과 몇 달만 더 머물면 받을 수 있었지만 제 선택에 의해서 이직하는 순간에는 모두 포기했습니다. 차 한 대는 뽑을 수 있는 금액이라서 지금 생각해도 조금 아깝긴합니다. 그래도 이직할 회사에 이것을 보상해 달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럼 몇 년 앞에 보상까지 달라고 해야 할지 욕심의 욕심이 끝도 없을 것 같네요. (3)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연봉 인상의 순간 단단히 한 몫 챙기려는 팔자성형 한 회사에 머무르면서 해보다 연봉이 오르는 수준보다 이직 시 연봉 협상에서 더 큰 폭으로 인상된 처우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인상되는 연봉 수준이 전년대비 4-8% 수준이라면, 이직 시 인상되는 연봉 수준은 10-15% 수준입니다. 물론 두 케이스 모두 예외로 더 소폭 또는 대폭 인상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외를 제외하고 정말 평균적으로 10% 정도 연봉이 인상되는 제안을 받았다면, 회사는 인재에게 충분히 합리적인 대우를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더 받기를 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근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회사가 처우 때문에 인재를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입니다. 당장 빠르게 채용해야 하는 것은 회사 입장이기 때문이죠. 서류 검토부터 최소 2회 이상 면접을 진행했다면 회사가 사용한 시간과 노력이라는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왠만하면 정말 왠만하면 연봉 때문에 인재라고 생각한 후보자를 놓칠 순 없습니다. 경쟁사라도 간다면 끔찍한 결말이죠.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연봉을 슬그머니 더 더 올려보려는 분들이 얄밉습니다. 분명히 처음에는 회사와 직무에 대한 도전 의지만 강조하더니 돈 이야기가 나오니 표정과 자세가 달라져 야무지게 한 몫 챙기겠다는 심산이 너무 보여서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이러려고 채용 담당자를 한 것이 아닌데 돈으로 꿈과 일을 정하려는 이성적인 분들이 이상주의자에게는 이상하게 보입니다. 근로소득이 매년 어느 정도 증가했고, 거기에 더해서 이직 프리미엄을 약간 엊고 싶다는 합리적인 희망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특별한 케이스를 공유하는 이유는 이제 점점 특별한 케이스가 일반화 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모두 건강하지 못한 돈에 대한 가치관과 세상의 가르침 때문은 아닐지 걱정이 되고 아쉽습니다. 저도 돈 많이 벌고 싶습니다. 그러나 내가 노력하는 것보다 더 받고 싶진 않습니다. 내가 일한만큼 적당한 보상을 받길 원합니다. 그리고 받은 만큼 회사에 공헌하고 동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합니다. 돈보다 더 귀한 가치가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람과 행복임을 깨닫는 세상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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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3일 오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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