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내 집처럼

- 마음먹으면 닿을 수 있다는 것 MBA는 학교 안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기회를 제공했다. 수업을 따라가고, 리쿠르팅 준비하고, 네트워킹 하는 것만 해도 정신없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바쁜 것 너무 잘 알지만 그래도 학교 밖으로 나가서 다른 세상을 봐야 한다고 계속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10월. 가을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WIC(Week-In-Cities)' 프로그램 소개가 있었다. 이미 여러 회사에서 여름 인턴십을 마치고 온 2학년 선배들 주도로 만들어진, 미국 각지에 산개해있는 기업들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지역별로 모여있는 회사의 특징이 달랐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색깔도 조금씩 달랐다. 예를 들면 뉴욕은 월가의 투자은행들을 둘러보는 프로그램, 시애틀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의 본사를 방문하는 프로그램 형태로 짜여 있었다. 1학년 학생들은 각자 관심 있어하는 기업들이 많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신청을 했다. 나는 대다수 동기들이 선택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코스를 택했다. 샌프란시스코 WIC의 테마는 소셜임팩트(Social Impact)였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 운영 방식을 탐구하는 것은 경영대학원에서도 중요한 분과 주제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그 때문이었는지 듀크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가을학기 중간에 짧게나마 수업이 없는 주간이 있었다. WIC는 그 주간을 활용하여 진행됐다. 동기들과 함께 더럼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서 현지에 있는 비영리기관과 소셜임팩트 활동을 진행하는 기업들을 탐방했다. 그중에는 KIVA와 같은 마이크로 파이낸싱 단체, 국제개발 분야에 특화된 Dalberg와 같은 컨설팅 회사도 있었고, 동시에 탐방 당시 오랜 침체를 극복하고 부활하기 시작했던 리바이스(Levi's)와 같은 전통 기업들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돌아오자마자 또 다른 행선지로 항공 티켓을 끊었다. 이번에는 지난번 WIC에서 아쉽게(?) 포기했던 시애틀이었다. MBA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다양한 클럽에 가입해서 활동한다. 컨설팅 클럽, 벤처캐피털 클럽 등 향후의 진로와 관련된 클럽일 수도 있고, 아시안 클럽, 라틴 클럽처럼 문화적 배경에 근거한 클럽일 수도 있다. 물론 축구 클럽, 테니스 클럽처럼 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클럽들도 존재한다. 내가 가입했던 클럽은 소셜임팩트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주로 가입하는 넷임팩트(Net Impact) 클럽이었다. 넷임팩트 클럽은 여러 학교에 개설되어 있었는데, 미국 전역에 있는 클럽들이 모여 소셜임팩트에 대해 고민하는 콘퍼런스가 시애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시애틀은 스타벅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이 자리 잡고 있는 도시이기도 했지만, 기후변화와 전염병 예방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거점이기도 했다. 클럽 멤버로서 초청장을 받았는데 안 가볼 이유가 없었다. 콘퍼런스는 성황이었다. 클린턴 재단을 대표하여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 첼시 클린턴이 오프닝 스피치를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던 KIVA도 콘퍼런스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고, 1+1 기부 마케팅으로 유명했던 탐스슈즈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행사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어떻게 하면 소셜임팩트를 만들어낼지 고민하는 다양한 기업들과 기관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콘퍼런스 중간에 잠시 짬을 내어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도 방문하고, 지인 찬스(!)를 이용하여 아마존 본사도 방문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듬해 1월. 시애틀에서 돌아와 남은 학기를 마무리하니 겨울이었다. 그리고 해가 지나자마자 또 티켓을 끊었다. 이번에는 서부가 아닌 동부, 뉴욕이었다. 테크 클럽과 벤처캐피털 클럽이 공동으로 뉴욕에 소재한 테크 회사들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날씨 때문이었는지 지난번 샌프란시스코 탐방 때보다는 좀 더 오붓한 인원이 모였다. 트위터와 구글 뉴욕 오피스, 탐방 후 얼마 되지 않아 월마트에 인수된 커머스 기업 젯닷컴(jet.com), 안경업계에 혁신을 가져왔다고 평가받으며 당시에도 소셜임팩트 기업으로 이름 높았던 와비 파커(Warby Parker), 피트니스 산업에 구독형 서비스를 도입, 급성장하던 스타트업 클래스패스(Classpass) 등이 대상이었다. 쌀쌀한 겨울 공기를 마시며 동기들과 맨해튼에 있는 회사들을 돌아다녔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동문들을 포함한 회사의 주요 경영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 기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 앞에 놓여 있었다. 넉 달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뉴욕의 거리를 다녔다. 더럼에 베이스를 두고 있었지만, 행동반경은 동부와 서부를 아우르는 생활에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있었다. 언제든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공항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사람마다 제각기 다를 수 있지만, 서울에서 일하는 동안 컴퓨터 화면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 일이 많았다. 물론 일하며 여러 나라로 출장을 다녀본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느낌과 MBA 때의 느낌은 묘하게 달랐다. 여권을 내밀고 도장을 받는 절차 없이 필요하면 날아가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고 부딪치는 사람들과 회사들의 면면이 내 삶과, 생활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보고서와 신문기사 속에서만 만나던 회사들이 더 이상 활자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원한다면, 서로 소통할 수 있었다. 예전처럼 대단한 준비나 각오가 필요하지 않았다. 마음먹으면 닿을 수 있다는 것.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었다. 내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그 작은 벽 때문에 그 벽이 없었다면 진작 해봤을 법한 생각들을 미처 꺼내보지 못한 채로, 그렇게 살아갔을 수도 있었던 것이니까. 마치 다른 삶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mba #socialimpact

08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내 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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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을 내 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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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8일 오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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