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ABC 결산 50선 - 2022년 편

1. 올해의 책(다 통틀어서): 코드 브레이커. 이야기꾼 월터 아이작슨은 2020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수상한 두 여성을 실마리로 20-21세기 과학사 전체를 씨줄날줄 자유자재로 풀어나간다. 숨쉴 틈을 주지 않는 매력이 폭발하는 책. 2. 올해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코로나 후 첫 해외 휴가지였던 하노이에서 읽었고, 달리기를 열심히 하는 지금 읽어서 더 좋았던 책. 달리기를 하기 전에 읽었더라면 잘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닮고 싶은 인물을 꼽으라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꼭 들어간다. 3. 올해의 비즈니스 책: 스킨 인 더 게임. 완독하지는 못했지만, 올해 일하는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 하나를 꼽으라면 바로 이 책이었다. 4. 올해의 소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 영화 Arrival 을 다시 보고 나서 감흥이 커서 책도 찾아 읽었다. 영화와 책이 바라보는 시간에 대한 개념은 크게 다르지만, 드니 빌뇌브가 왜 듄을 찍었는지도 알게 해 주는 책. 5. 올해의 만화: 올해는 만화를 많이 읽었다. 유독 좋은 작품도 많이 만난 한해였다. 고르기가 너무 어렵지만,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하이큐. 왜 21세기의 슬램덩크라고 하는지 알겠다. 장송의 프리렌, 우주형제, 블루 피리어드도 훌륭했다. 6. 올해의 한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8부까지 대단히 좋고, 9-15화는 힘이 빠지지만 16부에 회복한다. 마지막에 박수받는 드라마는 귀한 존재다. 7. 올해의 일드: 드라마 중에선 일드를 가장 많이 봤다. 하코즈메 싸워라! 파출소 여자들을 최고작으로 꼽겠다. 언제 어떤 에피소드를 열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사일런트를 재밌게 보는 중인데 아직 끝을 못 봤기에 판단 불가. 8. 올해의 영드: 좋은 영드를 여러 편 봤다. 고민 끝에, ITV 에서 만든 미스 마플 시즌 1-3을 꼽겠다. 주연을 맡은 제랄딘 맥이완을 여기에서 처음 봤는데 나도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는 2015년에 세상을 떠났다. 인데버와 더 크라운 시즌 5도 물론 좋았다. 9. 올해의 미드: 미드를 거의 보지 않았는데, 그 중에서는 애나 만들기가 가장 강렬했다. SNS 시대의 아이덴티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0. 올해의 한국영화: 헤어질 결심. 최근 10년 내 한국영화중 최고작. 11. 올해는 해외영화: 탑건 매버릭. 극장에서만 5번을 봤다. 다시 보고 싶다. 일에 임하는 태도, 리더십과 팀워크, 하늘과 음악, 현실의 톰 크루즈까지 모든 게 완벽한 작품. 12. 올해의 배우: 톰 크루즈. 60세 배우가 보여주는, 일에 대한 헌신에 대하여 절절하게 와 닿았던. 13. 올해의 새로운 발견: 메구로 렌. 다른 작품은 본 게 없지만, 사일런트에서 보고 감탄했다. 아이돌이지만 배우로도 크게 될 것 같다. 14. 올해의 작가: 정서경. 헤어질 결심과 작은 아씨들, 영화와 드라마 두 작품으로 올해를 장악. 내년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도 응원한다. 15. 올해의 캐릭터: SPEC(2010년)의 토우마 사야, 하코즈메(2021년)의 후지 세이코. 둘 다 토다 에리카가 연기하는데, 배우와 캐릭터가 잘 만나서 케미가 폭발하는 모범 사례. 16. 올해의 다큐: 다큐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넷플릭스 치어 시즌 1-2는 사랑한다. 보다보면 생각이 무척 많아진다. 넷플릭스가 만드는 스포츠 다큐는 대부분 훌륭. 17. 올해의 한국 팟캐스트: 아침 출근길에, 저녁 퇴근길에, 달리기를 할 때, 집안 청소를 할 때, 항상 귀에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 아마 가장 많은 시간을 쓸 것이다. 요일마다 듣는 팟캐스트가 정해져 있을 정도로. 고민 끝에,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커피타임을 꼽겠다. 매주 금요일의 활력소. 18. 올해의 해외 팟캐스트: 올해는 영어권 팟캐스트를 많이 듣지는 않았다. 그래도 Acquired 라는, 한 회사당 2-3시간 정도 각 잡고 소개하는 팟캐스트는 재밌었다. 이 프로그램의 부제는every company has a story. 19. 올해의 앨범: 페퍼톤스 새 앨범 thousand years. 곡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첫곡과 끝곡이 수미쌍관으로 이어지고, 가사들이 빛난다. 여름 느낌이 물씬. 20. 올해의 노래: Subtitle. 일드 사일런트 주제곡인데, 가사가 특히 좋다. 이 곡으로 오피셜 히게단디즘을 처음 알게 됨. 21. 올해의 무대: 불후의 명곡에서 윤하가 부른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자우림의 원곡을 모르고 이 무대로 처음 접했는데 윤하가 부르고 편곡한 곡이 훨씬 더 내 취향이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무대 연출에 반해서 많이 봤다. 볼 때마다 눈물이 쏟아지는. 현재 조회수 779만회. 22. 올해의 장소: 올 여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휴가를 보내면서 밤마다 남산을 달렸는데 서울 야경을 바라보면서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밤에 한강 변을 따라 차를 타고 달릴 때도 서울의 아름다움에 대해 느끼게 되는데, 남산도 굉장하다. 왜 여기가 부촌인지 납득함. 23. 올해의 숙소: 매트리스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여기가 정말 좋았다. 노을이 지는 서호를 바라볼 수 있는 뷰도 어마어마하다. https://goo.gl/maps/RBTWRzjxn5FdPLm48 24. 올해의 산책: 한남동은 재벌가 저택들과 대사관 공관들이 즐비한 곳.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나는 골목 하나하나를 다 걸어다녀 보았다. 여기가 거기구나, 기사 보면서 파악함. ㅎㅎ 기묘한 즐거움을 누린 산책이었다. 25. 올해의 식당: 새로운 식당을 많이 찾아서 돌아다녔다. 낯선 맛을 탐험해보고 맛있으면 즐거워하는 것이 낙이었는데 (같은 것만 계속 먹던 내가 이렇게 변하다니…!), 딱 하나만 고르자면 후쿠오카에서 먹은 고기. 다시 가고 싶다. https://goo.gl/maps/hS6GRAhfhxM51tsi8 26. 올해의 커피: 정착하지 못하고 방랑했다. 가장 많이 간 곳은 사무실 옆 스타벅스지만, 아 여기 커피 맛있다, 라고 오랜만에 느낀 곳은 여기. 매장 분위기도 좋다. https://goo.gl/maps/Q1yNpKmf7XrCDDoV8 27. 올해의 술: 올해는 왠지 맥주가 몸에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대신 마시기 시작한 것이 화이트와인. 편의점, 보틀벙커, 롯데마트를 돌아다닌 끝에 롯데 프리미엄 수퍼에 정착. 매번 다른 걸 마셔봤는데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것. https://www.vivino.com/US/en/babich-wines-limited-sauvignon-blanc/w/1130517?year=2021 28. 올해의 소울푸드: 동네 반찬가게에서 발견한 매운맛 바지락 순두부찌개. 주말에 자주 먹었다. https://goo.gl/maps/SXp2Puf1iDQYqsoz5 29. 올해의 화장품: 나이를 먹으면서 건조한 피부로 바뀌면서 여러가지를 써 봤는데 올해는 사계절 내내 이 화장품에 만족하고 매일 아침 쓰는 중. - 세타필 모이스춰라이징 크림, 250g, 1개 30. 올해의 향수: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여러개를 돌려쓰는데, 여름에 쾌적한 느낌으로 쓰기 좋았던 향은 이거. 쓰고 있는 향수를 모아보니 5개 중 3개가 조말론. - 조말론 피그 앤 로터스 플라워 오 드 코롱 30ml 31. 올해의 문구류: 문구는 거의 무인양품 것을 쓴다. 펜도, 형광펜도, 연필도, 지우개도. 올해는 일할 때 연필을 많이 쓴 한해이기도 했다. 그러다 올 2월 제주 디앤디파트먼트 호텔에서 발견해서 내내 쓰고 있는 펜이 이것. 얇고 빠르다. - 파이롯트 쥬스업 젤잉크펜 0.4mm 32. 올해의 신발: 선물을 받았다. 상자에서 꺼내서 집에서 신어봤는데 신는 순간 와 이거 뭐지 충격을 받았다. 사무실에 가져가서 다른 팀원들도 신어보라고 했는데 다들 한 마음. 발이 편하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 슬리퍼를 신어보면 알 수 있다. - 알코트 리커버리 슬리퍼 33. 올해의 쇼핑 1: 전자제품 중에서는 이것. 가스 난방비 절약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알아보다 샀다. 공기청정기, 가습기가 다 샤오미라서 샤오미 앱으로 한번에 다 관리하자 싶어서 같은 제품으로 골랐다. 앱으로 예약도 되고 밖에서도 컨트롤이 다 되는 게 큰 만족. 34. 올해의 쇼핑 2: 옷 중에서는 이것. 히트텍 보아스웨트팬츠. 내가 가진 옷의 약 70%는 유니클로인 것 같은데, 이번 겨울에 특히 입기에 좋은 바지. 달리기를 할 때도, 외출복으로도 다 좋다. 유니클로 바지들이 대체로 다 나랑 잘 맞는 편. 35. 올해의 쇼핑 3: 잡화 중에서는 무인양품 이어머프. 작년부터 겨울에 비니를 쓰기 시작하면서, 머리를 보호하는 게 보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올해는 귀까지 덮으면 효과가 더 좋구나 깨닫게 됨. 무인양품 비니/이어머프/목도리 3종 셋트 추천. 36. 올해의 쇼핑 4: 기타로는, 브리타 정수기. 계속 생수를 사서 마시면서 플라스틱 분리수거에 학을 뗄 무렵, 퀸즐랜드 자매로드를 읽고 나도 브리타 정수기를 샀다. 미국에서 브리타를 쓴 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쓰니 크게 만족스럽다. 진작 쓸걸. 37. 올해의 근면: 서점에 갔다가 문구류 코너에서 goal tracker 를 샀다. 거울 옆에 붙어두고,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고, 숫자를 적었다. 매일 매일 운동을 여부를 기록해두는 것 한 장과 몸무게를 기록해두는 한 장. 올해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해 둔 근면함의 산물. 38. 올해의 인물: 손흥민. 여러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올 한해를 이 한 사람으로 기억해야 한다면 단연 손흥민. 포르투갈 전 경기가 끝난 직후 그의 모습, 그리고 국가대표팀 주장으로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다면 이 자리에 제가 있을 필요가 없다고 인터뷰하던 모습이 뇌리에 남는다. 39. 올해의 팀: 월드컵 크로아티아 국가대표팀.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승률을 높일 것인가, 에 극대화된 전략. 3위 결정전을 마치고 나서, 4년 전 준우승 했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였다. 40. 올해의 문장: 허준이 교수의 글들. 그는 담백한 단어들을 조합해서 문장을 만든다. 그가 올해 여러 인터뷰에서, 서울대 강의에서, 졸업사 축사에서 남긴 만들이 있지만 나는 이 문장이 제일 좋았다. "스스로에게 친절했으면 한다. 어려운 주제에 접근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태도다. 오랜 시간이 드는 힘든 일을 마음에 맞지 않는 동료와 하고 싶진 않지 않나. 자기 자신과도 마찬가지다." https://www.mk.co.kr/news/it/10375495 41. 올해의 편리: 마켓컬리 PB 제품들. 샐러드, 미역국밥, 김, 고기, 우유, 치즈, 바나나, 티슈 등등... 덕분에 한해동안 식생활이 풍족했다. 42. 올해의 소확행: 토요일 오후마다 사러 갔던 동네 빵집 우프. 금토일만 문을 여는데, 무화과와 초코가 들어간 빵이 맛있다. https://goo.gl/maps/R8ic1B7NoDzy6D377 43. 올해의 감격: 2년 8개월만에 비행기를 타러, 새벽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한국 밖을 나갈 수 있게 되었던 감격. 44. 올해의 앱: 구글 캘린더. 구글 캘린더는 회사 시작한 후부터 써 왔지만, 올해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내 working hour 를 적극적으로 기록하고 계산할 수 있었던 것도 구글 캘린더 덕분. 특히 구글 캘린더 일정 초대자들과 채팅 기능이 포함된 것이 혁신적이었는데 매우 seamless 한 경험. 45. 올해의 실패: 일기, 또는 주기를 쓰고 싶었다. 가끔은 빛나는 깨달음을 얻을 때도 있고, 때로는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만나는데도,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어, 라는 마음으로 그냥 물 흐르듯 흘러보낸 것들이 많다. (그나마 인스타그램에 조금은 남았다.) 내년엔 꼭 도전. 46. 올해의 고마움: 11월, 팀원들이 보내온 이메일들을 읽었을 때. 47. 올해의 기억: 6월, 용산 쇼니노에서 먹은 저녁식사. 상반기에 이 식사자리가 있었기 때문에, 나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더 명료하게 정의할 수 있었다. https://goo.gl/maps/1hdKUbA3bsn3qTjE8 48. 올해의 결정적 순간: 10월 말 베트남 호치민 출장. 이 시기에 우리 팀 CPO 승국과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밀도깊게 나눴던 시간. 지금 되돌아보면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출장 일정이 잡혔고, 정말 운이 좋았다. 49. 올해의 성취: 단연코 달리기. 12월 29일까 607km 를 달렸다. 12월 31일까지 달리는 게 목표. 마침 나이키 앱을 들어가보니, 현재 딱 1,600km 를 달렸다. 50. 올해의 배움 (공개용 ㅎㅎ) 1/ 숫자가 모든 것은 아니지만, 숫자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커뮤니케이션할 때 힘이 생긴다. 2/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가 생존을 가른다. 3/ 내 에너지의 총량은 제한되어 있으며, 초점을 좁혀야 한다. 나머지는 모두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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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31일 오후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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