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계의 사전적 의미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즉 대상을 체계적으로 분해하여 내부의 작동 원리를 알아내고 그 속에서 중요한 통찰력을 뽑아내는 접근법이다. 쉽게 말해, 결국 역설계는 아이작 뉴턴이 말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이다. 앞서 말했듯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이나 작품을 남기고 간 거인들의 발자취를 차근차근 따라갈 필요가 있다. 그들의 결과물을 온전히 이해하고 뜯어본 뒤 내 것으로 만들어야만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의 퀀트가 꿈꾸는 이상향은 아마도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꾸준히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 퀀트는 이러한 투자 시스템을 로버스트(Robust)한 팩터 포트폴리오라고 부르는데,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견고한 팩터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서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에게 아직 그것을 스스로 만들어낼 힘이 없으니 과거와 현재의 사례들을 부단히 들춰보는 수밖에. 즉, 그러한 사례들을 꾸준히 수집하고 모방해 보는 것이다. 처음 공부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이러한 사례들이 실제로 먹히는지 안 먹히는지 따지는 것은 사실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일단 이러한 맥락에 익숙해져 스스로가 그것을 편하게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자기의 실력을 연마하는 것이다. 직접 해보지도 않고 어떤 책이나 논문이 좋니 안 좋니 평가만 해대는 것은 하등 의미가 없는 처사다. 쓸데없는 평가 대신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일은 역설계라는 도구로 과거의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것뿐이다. 결국 내가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낼 실력이 없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끊임없이 모방하고 끊임없이 복제해 보는 것. 신입 퀀트가 회사에 새로 오게 되면 수십수백 권의 퀀트 전략 논문들을 똑같이 복제해 보라고 시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계속 거치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이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고 이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지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가 바로 그 지식이 바로 내 것이 된 순간이다. 사실 금융공학이나 퀀트 지식도 별거 없다. 처음 봤을 때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지 그것이 내게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수십 번 보다 보면 그것이 당연해지는 순간이 온다. 결국 그 지루한 행위를 기어코 해낸 자만이 그 유레카의 짜릿한 순간을 맛볼 수 있다.

역설계, 퀀트의 레벨을 높여주는 모방과 복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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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계, 퀀트의 레벨을 높여주는 모방과 복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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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2일 오전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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