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생각하는 호텔업의 본질 (신라호텔)

현명관 전 비서실장이 신라호텔 경영을 맡고 있던 시절을 돌아보는 회고담이다. 1/ "전무로 일하면서 관리 업무를 총괄할 때였습니다. 이건희 부회장이 전화를 걸어오더니 ‘리버사이드 호텔이 매물로 나왔는데 매수를 검토해 보라’는 거였습니다. 첫 대화이자 갑작스러운 전화였습니다." 2/ "지시받은 대로 해당 호텔의 영업전망, 신라호텔과의 시너지 효과 등에 관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부정적으로 판단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우선 일본인 단체 관광객을 주로 받는 곳이어서 격이 맞지 않았습니다. 건물과 땅 주인 간에 갈등이 깊어 채권 채무 관계도 복잡했고요." 3/ "내부도 방, 복도, 화장실 크기, 부대시설 등에 문제가 있어 대규모로 수리를 한다 해도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비서실과 의논해 봤는데 마찬가지 의견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부정’의견을 냈고 호텔 매입 건은 결국 백지화됐습니다." 4/ "그런데 얼마 후 이학수 비서실 재무팀장으로부터 “회장 말을 대신 전한다"라며 “경영진이 호텔업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지 않다"라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5/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텔업이란 게 고객을 최고 서비스로 편안히 모시는 거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면서 마치 불가(佛家)의 스승으로부터 화두를 받은 제자라도 된 것처럼 회장 질문을 곱씹어 봤습니다." 6/ "가만히 앉아 생각만 하다가는 답이 안 나오겠기에 우선 호텔 선진국 일본을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도쿄에서 호텔 경영자를 두루 만나고 전문 잡지를 내는 편집장을 만나보니 서서히 감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7/ "호텔업을 서비스업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학자나 직원,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이었습니다. 경영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호텔업은 부동산업과 유사한 면이 많았습니다. 호텔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위치 아닙니까." 8/ "처음엔 대개 5년에서 7년 정도 적자를 보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적 네트워크가 생기고 무엇보다 부동산 가치가 높아져 영업 적자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리버사이드 호텔이 강남과 강북이 맞닿은 요지에 있다는 점에서 회장이 부동산업 측면에서 관심을 두고 있었으리라는 것을 그제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9/ 이건희 회장은 평소 사고의 유연성과 입체성을 강조한 대로 한 업종도 매우 다양한 앵글로 바라봤다. 호텔업에 대해 부동산업 관점 외에 ‘장치 산업’이라고도 했다. 거대한 기계 설비가 필요한 석유화학이나 중공업에나 해당하는 장치 산업과 호텔업이 얼른 연결이 안 될 것 같지만 회장은 “호텔에 들어가는 비품이 1300개 정도가 된다. 이걸 얼마나 잘 갖춰 놓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장치산업”이라고 했다. 호텔업을 이런 식으로 바라보면 단순히 서비스를 잘 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접근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서비스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형태가 그려진다.

이건희 회장이 생각하는 호텔업의 본질 (신라호.. : 네이버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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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1일 오후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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