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세상 속 나는 왜 여유롭지 못한가

비즈니스 트렌드에 도움되는 아티클 518 어린 시절에는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옷감을 손으로 문지르고 빨래 방망이로 패대기치던 기억이 있습니다. 탱크처럼 생긴 빨랫비누와 세수할 때 사용하는 오이 향 비누를 구분하여 놓고 어느 날 헛갈려서 빨랫비누로 얼굴을 씻은 날에는 오늘 하루 일진이 사납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탈수기라는 녀석이 등장했습니다. 손으로 빤 옷을 간단히 쥐어짜고 탈수기라는 녀석의 입속에 넣고 타이머를 돌려 작동하는 기계였습니다. 그럼 뺑글뺑글 통이 돌면서 원심력을 발휘해 빨래가 머금은 물을 뺕어내게 만들었습니다. 빨래에서 나온 물은 긴 호스를 통해 흘러나왔는데 가끔 비누 거품이 섞인 물이 나오면 오늘은 어머니가 빨래를 대충 하고 싶을 만큼 만사가 귀찮으시구나. 오락실 가기는 틀렸다고 판단했습니다. 아버지가 하시던 관광 사업이 잘 되어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루었을 땐 집에 세탁기라는 친구가 등장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빨래 건조대, 방망이, 세탁용 비누 같은 녀석들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세탁기에 빨랫감과 세제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세탁부터 헹굼, 탈수까지 알아서 척척해였기 때문이죠. 빨래 대아 세탁기가 해준 빨래를 널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부부간에 빨래는 내가 한다고 하면 세탁기가 하지 어떻게 네가 하냐는 시비가 생겼습니다. 아내를 만나 9개월 만에 결혼을 한지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아내와 맞벌이를 하는데도 집 사고 차 사고 아이 둘을 키우느라 돈이 많이 들어서 가계가 여유롭지 못합니다. 아내와 저 모두 나이는 들어가면서 사는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생활 속 에너지를 줄 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건조기라는 친구였습니다. 세탁기가 탈수까지 해주면 건조기가 축축한 빨래를 뽀송하게 말려 주는 것입니다. 뻣뻣하게 마르던 수건이 살아나 부들부들한 느낌을 주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좋습니다. 이제 밤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빨래를 탈탈 털어서 건조대에 말리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요즘 가전제품이 저희와 같은 부부의 고민을 참 많이 덜어주는 것 같습니다. 세탁 서비스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집에서 하기 어려운 빨래를 직접 세탁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돼 젊은 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빨래를 예약하고 문 앞에 내놓으면, 이를 수거 후 세탁해 다시 배송해 주는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생겼습니다. 세탁소를 직접 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고 있습니다. 편리한 세상입니다. 이제는 손가락만 움직이면 빨래든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사람은 남은 시간 무엇을 하게 될까요?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더 보게 될까요? 운동을 해서 더 건강해 질까요? 삶은 더 편리해졌는데 마음이 분주한 것을 보면, 남는 시간 뭘 더 해주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겠습니다.

"누적 세탁만 1200만벌"...고속 성장하는 세탁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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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세탁만 1200만벌"...고속 성장하는 세탁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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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3일 오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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