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삶이 있다는 것> "역할이 다한 듯이 보이는 공간에도, 기술에도, 사람에게도 또 다른 역할, 또 다른 삶이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남들 보기에 주류인 삶만이 아니라 그 외의 다른 수많은 삶도 충분히 가치 있음을 이야기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명이 RTBP라고 하면 기억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돌아와요 부산항에(Return To Busan Port)'의 준말이라고 하면 금새 머릿속에 각인됩니다. 단순히 재미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노래 제목을 따온 게 아니라, 사명이 회사의 방향을 그대로 드러내 주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김철우 대표가 이끄는 RTBP는 부산을 근거지로 도시재생 및 공간기획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부산 영도에서 조선업 기술자들을 위한 공유 제작소, 예술가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빈집을 활용한 마을 리조트 사업이라는 세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작 프로젝트의 이름도 '돌아와요 부산항에' 입니다.) RTBP를 소개한 기사를 읽으며 눈에 들어온 단어는 '쓸모' 였습니다. 쓸모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요. 한때 조선업으로 번성했던 부산 영도는 이제는 전성기를 지나 쇠락해가는 지역입니다. 쓸모있던 곳에서 쓸모없는 곳으로 차츰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흙 속에서 새로운 싹이 움트듯,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은 늘 그렇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RTBP의 미션은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에서 쓸모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RTBP가 미션대로 부산, 영도를 다시 북적이게 만들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 시도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적잖은 의미와 가치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비즈니스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최고의 주가를 뽐내고 있는 애플도, 테슬라도,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장년기를 지나 쇠락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코닥, 허츠, JC페니가 그러한 것처럼요. 하지만, 공간에도, 회사에도, 그리고 사람에게도 '또 다른 역할, 또 다른 삶'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을지로가 힙지로로 젊은이들 곁에 다시 돌아온 것도, 곰표 밀가루가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다시 살아난 것도, 모두 한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것들의 '쓸모'를 다시 찾아내고자 했던 몇몇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에 의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삶은 다채로운 색깔로 그려집니다. 남들 다 간다고 하여 서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설사 '이번 생이 망'한다 하더라도 다음 삶이 있음을 다양한 모습으로 증명하는 이들이 우리 곁에 늘어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RTBP가 말하는 '쓸모', 도시와 삶의 또 다른 가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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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BP가 말하는 '쓸모', 도시와 삶의 또 다른 가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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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9일 오전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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