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의 독서노트 (105) ] 자연은 언제나 균형을 찾는다. 예외 없는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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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학생이라면 누구나 단 한 번의 중대한 결정을 한다. 바로 문과와 이과의 선택이다. 기준은 보통 '수학'이다. 수학을 좋아한다면 이과, 싫어하면 문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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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라는 이 단순한 판단 기준은 쉽게 결정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겪어봤기에 안다. 단순한 수학에 대한 선호가 나중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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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와 이과를 보는 기준은 우리 삶의 관점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문과와 이과의 기준을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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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는 명확하고, 문과는 흐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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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는 무조건 맞거나 틀려야 한다. 가설을 세운다. 맞는지 틀린 지 실험해서 검증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는 맞거나 틀린다. 무조건 결론이 있다. 영원한 진리도 존재할 수 있다. 나중에 뒤집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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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문과는 누구나 맞고 틀림을 말할 수 있다. 대신 모두가 수긍하는 맞고 틀림은 없다. 모든 관점은 의견이다. 타인과의 논쟁과 싸움이다. 이 과정에는 논리와 이성이 있지만 모두가 합의하는 결론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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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에는 사람이 없고, 문과에는 사람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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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는 사람 역시 하나의 생물로 본다. 사람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진화해 온 생태계의 구성원 중 하나다. 특별히 사람만을 예외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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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는 모든 중심이 사람이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사람을 위한 학문을 사람이 한다. 그 고민들이 인문학이다. 사람을 다루는 학문은 끝이 없다. 새롭게 생겨난다. 가지를 치고 확장한다. 그렇게 완전히 알 수 없는 것을 계속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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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와 문과는 무엇인가. 어떻게 다른가. 책의 도움을 받은 지금은 정의하기 어렵지 않다. 나의 미래를 선택할 때도, 이런 정의와 관점을 알았다면 도움이 되었을 텐데. 수학을 기준 삼은 것보다는 분명 좋은 결정을 할 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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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시민 작가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다. 비전문가인 그가 과학을 스스로 공부하고 썼다. 과학 앞에서 그와 우리는 같은 처지다. 잘 모른다는 점이 같다. 그래서일까. 그가 설명해 주는 과학이 쉽고 참 재밌다. 특히 뇌과학, 진화생물학, 물리학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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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와 이과. 진로를 선택할 때 우리는 반드시 하나만 골라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문과와 이과를 둘 다 골라야 한다. 균형 있게 살려면 우리는 양쪽을 모두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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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언제나 균형을 찾아간다. 한쪽 끝의 극단이 있다면 반드시 그 반대쪽의 균형 점이 있다. 예외없는 법칙이다. 그래서 조화롭고 균형 있는 관점이 더 풍성한 삶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문과와 이과를 균형있게 알아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밑줄 친 문장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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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욕망의 산물이다. 그 욕망을 충족하려면 누구나 무에서 시작해야 한다. 단 하나의 인문학 지식도 유전으로 물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생물학적으로 진화해 자신을 이해하려는 욕망을 버리지 않는 한, 인문학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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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들은 어떻게든 대답하려고 했다. 그게 과학자와 다른 점이다. 과학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하게 나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말하고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한다. 인문학에는 진리와 진리 아닌 것을 가르는 분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매우 그럴법하거나 그럴 것 같기도 한 주장과, 별로 그럴듯하지 않거나 아주 말이 안 되는 주장이 있을 뿐이다. 그럴법한 견해끼리 충돌하면 승패를 가리지 못한다. 어느 쪽도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인문학에는 과학과 달리 영원한 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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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식하는 공간과 시간은 우리의 외적, 내적 감각기관이 현상을 수용하는 형식이지 사물 자체는 아니라는 말은, 표현 방법이 달라서 그렇지, 공간과 시간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과학자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만 철학자는 모른다는 말도 무언가 아는 것처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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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0여 년 전 중국에 살았던 사람을 우리는 왜 기억하는 것인가. 소크라테스를 기억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맹자의 사상과 이론은 나를 아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인간의 본성과 의미 있는 삶에 대해 경청할 가치가 있는 견해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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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만든 기계로 보는 견해를 나는 받아들인다. 그것이 뇌의 존재 이유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본업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뇌에 깃든, 나를 나로 인식하는 철학적 자아는 그 일을 하려고 애쓴다. 성능이 지나치게 좋은 생존 기계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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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깃든 우리의 자아는 단단하지 않다. 자아가 불안정한데 자유의지가 어찌 강고하겠는가. 모든 전향을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으로 본다면 자아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자아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보다는 뇌의 물리적 변화나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 때문에 달라질 가능성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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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인문학이 준 이 질문에 오랫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생물학을 들여다보고서야 뻔한 답이 있는데도 모르고 살았음을 알았다. 우리의 삶에 주어진 의미는 없다. 주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찾지 못한다. 남한테 찾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삶의 의미는 각자 만들어야 한다. 내 인생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어떤 의미로 내 삶을 채울까? 이것이 과학적으로 옳은 질문이다. 그러나 과학은 그런 것을 연구하지 않는다. 질문은 과학적으로 하되 답을 찾으려면 인문학을 소환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인문학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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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군집을 이루어 사는 사회성 동물이라는 사실이 가끔은 불편하다. 유전자는 생존 기계가 배타 행동을 하든 이타 행동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개인은 배타 행동도 하고 이타 행동도 하면서 그것이 초래한 결과를 각자 감당한다. 그러나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루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단은 극히 예외적으로만 이타 행동을 한다. 집단은 클수록 더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집단에는 양심이 없다. 개인들이 인종적, 경제적, 국가적 집단으로 뭉치면 힘이 허용하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 집단은 크면 클수록 더 이기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집단은 행위의 결과를 책임지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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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것을 설명하는 임무를 수행하려면 연구자가 자신이 몸담은 세부 학문의 경계를 넘어 다른 분야의 연구 성과를 습득하고 다른 분야의 연구자와 소통해야 한다. 설명하려는 대상이 우주든 사회든 사람이 든 마찬가지다. 그래야 환원주의가 훌륭한 연구 방법론이 될 수 있다. 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것은 지성의 가장 위대한 과업이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지식의 파편화와 철학의 혼란은 실제 세계의 반영이 아니라 학자들이 만든 것이다. 통섭은 통일의 열쇠다.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들과 사실에 기반을 둔 이론을 연결해 지식을 통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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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각자는 '질서정연하고 특별한 원자 배열'이다. 어떤 사람과 배열이 똑같은 원자 집합은 우주 어디에도 없다. 우리 모두는 현재의 무질서도를 유지한 채 원자 배열을 변경하기가 몹시 어려운, 엔트로피가 극도로 낮은 원자 그룹이다. 영구기관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이러한 저 엔트로피 상태를 영원히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화와 죽음이 필연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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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법칙은 영원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말한다. 이 우주에는 그 무엇도, 우주 자체도 영원하지 않다. 오래간다고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존재의 의미는 지금, 여기에서, 각자가 만들어야 한다. 우주에도 자연에도 생명에도 주어진 의미는 없다. 삶은 내가 부여하는 만큼 의미를 가진다. 길든 짧든 사람한테는 저마다 남은 시간이 있다. 나는 그리 길지 않을 시간을 조금 덜어 이 책을 썼다. 쓰는 동안 즐거웠다. 남들과 나누면 더 좋을 것 같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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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관련이 있으면 수월하다. 그래서 과학 공부 이야기를 뇌과학으로 시작했다. 뇌과학을 알면 생물학에 호기심이 생긴다. 생명 현상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싶으면 화학을 들여다보게 된다. 원소 주기율표를 이해하려다 보면 양자역학과 친해진다. 양자역학을 알면 우주론이 덤으로 따라온다. 우주와 수학이 무슨 관계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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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은 생산기술을 혁신함으로써 생산조직의 형태와 운영방식, 대중의 생활방식, 정치제도와 법률, 사회적 계급의 성격, 국가의 기능, 가족제도와 문화양식까지 세상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런 변화의 원인을 찾고 양상을 분석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인문학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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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는 생각하지 않지만 원자의 집합인 인간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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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생존의 도구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고 만든 학문이다. 진화와 정신에 관한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유전자가 생존을 위해 만든 기계다. 생존을 위해 만든 기계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니 잘 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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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는 진화라는 사실을 도덕으로 만들었다. 사실은 도덕이 아니다. 자연에 존재한다고 해서 다 아름답고 좋은 건 아니다. 생물은 어디서나 생존경쟁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생존경쟁이 아름답거나 고귀하다고 하는 건 어리석다. 반면 좌파는 도덕에 반한다는 이유로 사실을 무시했다. 자연선택과 진화는 특정한 방향이 없다. 인간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쟁하며 인간에게도 보편적인 생물학적 본성이 있다. 좌파는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상에 따라 사회를 재조직했다가 대형 참극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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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고 느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언지 짚어 보았다. 인문학의 가치와 한계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누차 말했지만 과학에는 옳은 견해와 틀린 견해, 옳은지 틀린 지 아직 모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인문학에는 그럴법한 이야기와 그럴듯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인문학 이론은 진리인지 오류인지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없다. 그게 인문학의 가치이고 한계다. 한계를 넓히려면 과학의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고, 가치를 키우려면 사실의 토대 위에서 과학이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더 그럴법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려면 과학과 인문학을 다 공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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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1일 오전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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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기지드래곤이 스톡옵션을 받았을 시 갤럭시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는 약 47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드래곤의 지분율은 2%가 조금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는 최용호 대표(21.99%)이며 신한금융, KB금융, 티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크릿벤처스 등이 재무적투자자(FI)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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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기기업의 성공이나 경쟁력을 이야기함에 있어 품질의 우수성이 그 기업의 경쟁력을 대변하는 시대다. 그래서 매일 매주 매월 점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 우수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조직 구성원들은 극한으로 내몰린다. 그래서 나온 것이 주 52시간 제한 방안이요, 워라밸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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