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스케이트 종목 중에 팀 추월 경기가 있다. 3명이 출전해 팀에서 마지막에 골인한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정한다. 경기는 링크를 반으로 나누어 두 팀이 나란히 출발한다. 중간에 한 팀이 다른 팀을 추월하면 기록과 상관없이 승패가 결정난다.


이 경기는 3명이 모두 고루 잘해야 한다. 그래서 노련하고 경험 많은 리더, 스피드가 돋보이는 신예, 그리고 꾸준하게 속도를 낼 수 있는 중견으로 구성 된다. 개인기는 물론 팀워크가 중요한 경기이다.


직장생활도 흡사하다. 리더가 있고 경력직이 단단하게 중간을 받친다. 그리고 열정의 신참들이 활력소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조합으로 이루어진 팀을, 리더 마음대로 구성하기란 어렵다.


어쩔 수 없다. 그게 현실이다. 리더는 팀을 꾸리거나, 혹은 이미 조직된 팀을 이끈다. 이때 리더십은 리더의 개인적 성품에 따라 차별되겠지만, 대개는 카리스마와 관용, 이 2가지의 혼용을 가장 선호한다. 원칙은 지키면서도 형 같은 리더가 되고자 말이다. 하지만 이는 리더의 꿈일 뿐이다.


직장은 리더의 소망이 기도만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개인기로 무장한 팀원들은 당연히 1위를 향해 달린다. 지겨울 정도로 성적과 순위로 인격을 구분했던 학창 시절을 끝냈지만 여전히 성과가 중요한 냉정한 직장에서 이들이 리더를 기다린다.


리더 역시 순위 매기기의 비정함을 익히 경험했다. 그래도 이 방법을 선호한다. ‘객관적이면서도 더 좋은 방법이 있는가?’라는 변명이 나온다. 좋은 말들은 많다. ‘모든 사람이 한 곳으로 뛰면 1등은 한 명이지만, 각자 360도 방향으로 뛰면 1등이 360명 나온다고? 이는 그저 듣기 좋은 말이다. 직장에서 팀원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가면 배는 산으로 올라간다.


그래서 리더는 엄격함과 따뜻함을 겸비해야 한다. 리더의 엄격함은 조직 질서 유지에 필요하다. 따뜻함은 조직원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리더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하는 덕목이 바로 이 점이다. 경험과 성찰, 그리고 헌신이 있을 때 비로소 리더의 진짜 얼굴이 되는 것이다.


사우나에는 온탕과 냉탕이 있다. 몸이 원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리더에게도 온탕과 냉탕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온순하고 배려심 있는 리더는 자칫 만만한 리더와 동일시된다. 배려가 계속되면 인간은 이를 호의가 아닌 권리로 받아들인다.


직장인들이 긴장하는 시기는 인사철이다. 본인 인사도 관심이지만 ‘누가 내 상사로 오는가’도 중요하다.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은 그룹 부회장이나 사장으로 누가 오는지는 관심이 없다. 부회장, 사장 얼굴 한 번 못보는 직장인이 수두룩한 세상이다. 그보다는 부장, 팀장 인사에 더 관심이 간다. 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 가장 선호하는 상사는 능력이 있고, 리더십을 갖추고, 인품이 훌륭하고, 뭐 이런 상사가 아니다. 의외로 온순하고 게다가 약간 무능력하면 그야말로 ‘물개 박수’ 환영이다. 왜? 같은 월급 받고 빡세게 일할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를 복지부동이니 열의가 없다는 말로 비난하지 말자.


그렇다고 장비처럼 인상 쓰고, 소리를 지르라는 것은 아니다. 예각의 날카로움, 간결한 업무 지시, 업무는 물론 팀원 파악, 그리고 부서의 방향성 제시 등이 그 승부이다. 이 때는 엄격함과 냉정함이 필요하다.


그 다음이 바로 따뜻함이다. 냉정한 위엄 뒤에는 팀원의 손을 잡고 일으키는 아름다움이 필요하다. 여기서 포인트는 엄격과 강함으로 시작, 그 과정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여주어도 끝은 강하게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중간의 긴 이야기보다 첫 인상과 결론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레시피 | 리더의 조건, 엄격함과 따뜻함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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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레시피 | 리더의 조건, 엄격함과 따뜻함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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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8일 오후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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