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필기앱 [굿노트], 다꾸족 감성 품은 UX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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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를 쓰는 사람이라면, 특히 애플펜슬까지 세트로 사용한다면 '굿노트'는 지금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해 본 적이 있거나 앞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앱입니다. 2011년 선보인 '굿노트' MAU는 2,400만 명이고 1년에 만들어진 노트의 숫자는 2022년 기준 19억 권입니다. 아이패드 누적 판매량이 6억 대 넘는 정도이고요. '굿노트'가 흥미로운 건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는 현재진행형 서비스이면서 13년 동안 투자를 단 1번, 적자 없이 창업자가 혼자 개발해서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1️⃣ 굿노트는 대학생이던 '스티브 챈'이 스스로 '이과생의 필기 어려움'을 겪으면서 만든 서비스였습니다. 300페이지가 넘는 교재와 두꺼운 노트를 들고 다니는 것이 페인 포인트였고 노트북을 갖고 다녀도 타이핑으로 수식을 쓰는 게 어려웠죠. 2010년 아이패드가 나왔고, 첸은 2011년 굿노트1을 출시했습니다.
2️⃣ 챈은 사용자 경험에 집요하게 몰두했습니다. 2010년부터 1년 동안 몰스킨 노트를 여러 뭉치 사서 만져보고 써보면서 종이에 쓰는 경험을 분석했습니다. '좋은 노트'라면 펜과 종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감각을 디지털에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죠. 그래서 굿노트는 잉크가 종이에 번지는 느낌을 가장 잘 구현하고 있습니다.
3️⃣ 출시 첫날부터 수익을 냈습니다. 당시 가격은 1.99달러(약 2,500원). 5년 가까이 은 1인 개발자로 개발을 이어갔고 그러던 중 2015년 애플펜슬이 등장했습니다. 종이만 있던 '굿'노트에 펜이 더해진 거죠. 챈은 사용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내 글씨체를 보정하지 말아 달라"는 의견에 따라 펜끝 선명도와 압력 민감도를 0~100%까지 조절해서 자신의 필체를 보정하는 통제권을 기능으로 구현했습니다.
“굿노트를 구축하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습니다. 유저의 피드백이 (일하는) 주요 동기였죠. 최악의 상황은 유저에게 뭔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 스티브 챈, 2019년 앱 코다(App Coda) 인터뷰에서
4️⃣ 굿노트가 성공하는 데에는 '다이어리를 꾸미는' 다꾸족의 니즈를 파악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자유로움 - 다이어리를 꾸밀 때 필요한 '스티커' 기능을 굿노트에서 '프리핸드'라는 기능으로 구현했죠. 마치 잡지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잘라 가위로 자려서 다이어리에 붙이는 것과 비슷하죠. 포토샵을 거치지 않아도 원하는 '스티커'를 굿노트에서 쉽게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유연함 - 다이어리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첫 페이지는 A4 규격이지만 다음 페이지는 A3로, 그다음은 A4로 다시 바꿔가면서 속지를 바꿔갈 수 있는 거죠. 디지털 노트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기능으로 유연함을 극대화했습니다.
정체성- 단순히 펜 색과 두께를 선택하는 것을 넘어 만년필, 볼펜, 화필 등 펜의 종류를 선택하고 펜끝 선명도와 압력 민감도를 조정해서 자신의 필체를 원하는 대로 디지털 기록으로 남길 수 있습니다.
5️⃣ 작년 8월, 굿노트6를 출시하면서 구독방식으로 요금제가 바뀌긴 했지만 굿노트가 현재의 위상에 이르는 데에는 필기 앱 쌍벽으로 불렸던 '노타빌리티'라는 경쟁 서비스의 실책이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2021년 11월 1일, 노타빌리티는 예고 없이 '가격 변경' 공지를 올리고 단건 판매해 온 앱을 연간 구독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만 5,000원을 1회만 내고 구매해서 사용하던 서비스를 매년 1만 5,500원을 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자 반발이 거셌습니다. 결국 노타빌리티는 이틀 만에 사과문을 냈죠. 그때 굿노트는 9,900원의 단건 판매방식을 작년까지 유지했습니다. 2020년 MAU 200만 명의 서비스는 2023년 MAU 2,000만 명으로 10배 증가했죠.
노타빌리티는 이미 앱을 구매한 고객까지 구독제 전환을 하게 만드는 패착을 범했습니다.
이때 노타빌리티는 고객이 느낄 주관적 가치에 대해서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왜 이미 산 걸 또 사야해?"라는 의문이 드는 지점을 해소하지 못했고 친절하게 커뮤니케이션하지 못했죠.
2023년 8월, 굿노트도 구독제로 모델을 변경했지만 이전 버전을 쓰는 유저는 추가로 구매할 필요 없도록 기존 기능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굿노트는 쌍벽으로 불리는 경쟁 플레이어가 없어진 상황까지 최대한 기다렸고 생태계를 구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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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0일 오전 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