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괜찮다는 말

요즘 여섯 살 딸아이가 롤러스케이트를 배우고 있어요. 바퀴 달린 신발을 즐겁게 타는 언니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싶었나 봅니다. 잔뜩 기대한 딸과 처음으로 롤러스케이트 장에 간 날,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첫 발을 내딛은 딸은 한 걸음도 가지 못하고 넘어졌어요.


첫날 한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딸아이가 넘어지는 것이 무서웠어요. 계속 넘어져서 금방 그만두겠다고 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딸아이 뒤에 바짝 서서, 겨드랑이 밑에 손을 넣고 넘어질 것 같으면 바로 잡아주며 엉거주춤 뒤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넘어지려고 해도 휙 잡아 버리는 제가 불편했는지, 아이가 멈춰 선 후 돌아서서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빠, 넘어져도 괜찮으니까 내가 혼자 한 번 해 볼게요”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어요. 알겠다고 하고 저는 트랙 가장자리로 가서 딸아이가 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아이가 롤러스케이트를 배울 때, 사실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더라고요. 트랙에 있는 안전 손잡이를 놓고 걸어 보는 것도, 넘어지는 것도, 그리고 다시 일어나 조금 더 걸어보는 것도 온전히 아이의 몫입니다. 그 시간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트랙 밖에서 큰 소리로 괜찮냐고 묻고, 또 응원해 주는 것뿐이었어요.


아이에게 롤러스케이트를 가르쳐 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하게 듣고 또 남에게 해주는 “넘어져도 괜찮다”는 말은, 결국 스스로에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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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5일 오전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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