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풀 파워로 낼 수 있는 속도와 거리는?

종종 워라밸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한다. 특히 커리어 강연 때마다 워라밸, 번아웃, 워커홀릭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는데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아래와 같은 상황인듯하다.

1. 일에 올인해서 번아웃된 경험이 있다. 그래서 다시 번아웃 상태가 될까 봐 두렵다.

2. 일에 미쳤냐는 얘기를 주변에서 듣곤 한다. 응원보다는 비웃음이나 핀잔에 가까운 말들이다.

3. 워라밸, 1인분, 조용한 사직 이런 말을 들으면 열심히 사는 내가 바보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과 적당히 하자는 마음이 내적으로 충돌한다.

4.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이 많다. 조바심으로 종종거리며 사는데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워라밸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질문이고, 나는 언제 행복해지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성취지향적이고 자신의 일에서 성공을 하고 싶다면, 그게 행복이고 그렇게 살고 싶다면 나누고 싶은 생각이다. (목가적 삶에 행복을 느낀다면 충분히 좋은 삶의 방식이다)

1) 풀 파워 경험은 내 에너지 게이지(Gauge)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나의 ‘풀 파워’로 어느 정도의 속도와 거리를 갈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 보는 경험은 커리어 성장에 꼭 필요하다. 그 결과로 번아웃이 온다 하더라도 그걸 교훈 삼아 속도와 거리 조절의 기술을 터득할 수 있다. 나의 경우는 40대에 풀 파워로 몰입했던 프로젝트가 두 번 있었다. 두 번 모두 조직에서 미는 전략과제의 디자인 리더를 맡았던 때였고, 제로 투 원 (0 to 1), 즉 무형에서 유형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였는데, 출시시키기까지 그야말로 아이를 출산하는 산통과 진통이 범벅이 되었던 경험이었다. 몰입했던 기간 동안 나는 초집중 상태였다. 머릿속은 온통 문제 해결에 대한 아이디어로 가득해서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메모를 하곤 했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빨리 출근해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남들이 보기엔 일에 미친 사람 같아 보였을 거다. (몰입해 있는 순간에는 나의 에너지와 속도를 동료들과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내가 가진 풀 파워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그걸로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지를 아는 건 커리어 전략 수립에 중요한 나만의 지침서가 될뿐더러, 풀 파워로 해 낼 수 있는 있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2) 모든 것을 쏟아낸 후 느끼는 성취는 자존감을 높인다.

여한이 없다, 원이 없다, 죽을힘을 다했다는 경지에 이르렀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있다. 스포츠 경기나 각종 오디션에서 전력을 다한 사람은 결과와 무관하게 더할 나위 없다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자신에 대한 감격이고 고마움이고 대견한 마음이 우러나온다. 자존감 레벨 업에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3) 마라톤을 전력질주할 순 없다.

커리어 마라톤이 50년이라면 50년을 풀 파워로 달리는 건 불가능하다.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기간은 매우 제한된 구간이 아닐까 싶다. 유치원 때부터 의대 트랙을 시작한다는 뉴스를 보며 걱정되는 생각은 유초중고대 이렇게 20년을 전속력으로 달려서 사회에 나오면 이미 번아웃 상태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커리어 50년 동안 풀 파워를 낼 수 있는 기회나 구간은 30-40대에 2-3번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매일매일의 워라밸이 아닌 인생의 구간별로 속도 조절을 하면서 타이밍을 캐치하는 작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4) 몰입의 주도자는 나여야 한다.

풀 파워 몰입이 요구되고 그게 잘 되는 경우로 프로 스포츠 선수처럼 개인 기량이 중요한 직업군이거나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목표가 분명하고 일에 대한 내적 동기와 절박함이 연료가 된다. 그렇다면 월급을 받는 직장인도 이런 몰입이 가능할까? 중간만큼만 해도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고,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면? 나의 답은 예스이다. 중요한 건 나의 풀 파워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과제, 나를 몰입시키는 흥미로운 과제, 풀 타워를 낼 수 있는 나의 에너지 레벨들이 맞아떨어져서야 한다. 월급이 주는 안정감 기반으로 주도적으로 풀 파워를 내는 챌린지를 해볼 수 있는 건 럭키한 일이다.

5) 나쁜 워라밸은 지양한다.

다만, 나쁜 불균형은 피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헛짓에 가까운 잔무 때문에 야근을 한다거나, 비생산적인 과잉 걱정과 생각으로 일상생활을 망친 다거나, 과한 소셜 활동(온라인 포함)으로 정작 가족과 시간을 못 보낼 정도로 균형이 깨지는 현상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워커홀릭인 사람 중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흔하다. 관성적인 워커홀릭은 건강하지도 오래갈 수도 없다. 자신이 워커홀릭에 번아웃을 자주 겪는다면 건강성을 반드시 체크해 봐야 한다.

6)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

풀 파워를 쓴다는 건 내가 가진 에너지를 모두 다 쓴다는 거여서 번아웃이 올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건 회복탄력성이다. 폰에 배터리가 바닥인 상태에서 파워를 끈다고 해서 충전되지 않는 것처럼, 번아웃이 왔을 때 나를 충전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 글과 강연으로 커뮤니티와 연결되는 경험으로 에너지 리필을 하고 힐링을 얻는다. 그렇다 보니 굳이 휴가를 내면서까지 재충전을 위해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난다. 풀 파워를 쓴 후에는 충분한 재충전이 이루어져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나는 회사와는 썸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 말을 그러니까 회사일을 적당히 하고 워라밸을 지켜라라고 이해했다면 오산이다. 썸은 상대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고 나 또한 썸 상대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혼자 잘 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프로 리그에서 누구나 탐내는 현역 선수가 되려면 전력 질주를 해 본 경험, 풀 경기를 뛰어 본 경험,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들어 본 경험, 그리하여 포텐셜을 가득 가지고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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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6일 오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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