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데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특성을 ‘나쁘다’고 보는 것이 한 몫 할지도 모르겠다.


뉴질랜드 캔터베리대의 앤디 바네쉬 연구자는 사람들에게 성격 테스트를 하게 하고, 그 결과 당신은 ‘이상주의자’ 또는 ‘이상주의자라기 보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피드백을 주었다.


‘이상주의자’라고 피드백을 받은 사람은 이상주의자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한 반면,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피드백을 받은 사람은 이상주의보다 강한 의지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여기엔 한가지 비밀이 있었는데, 바로 이 성격 테스트가 가짜였다는 것이다. 실제 성격과 전혀 상관 없이 랜덤하게 이상주의자 또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는 피드백를 했을 때, 사람들은 실제 자신의 특성인지 아닌지와 상관 없이 자신의 것이라고 들은 특징이 더 중요하고 귀하다고 반응한 것이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자신의 성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어떤 성격특성들에 대해 설명을 했을 때 마치 다 자신의 특성인 것처럼 “맞아 맞아. 정말 그래“라고 반응하는, 바넘이펙트라고 불리는 그런 현상이 존재한다.


외향적이라고 해서 365일 내내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내향적이라고 해서 매일 혼자이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들 외향적이면서 혼자 있고 싶은 시간도 있고, 반대로 혼자 있고 싶으면서 타인과 부대끼고 싶은 순간도 있는 법이다.


따라서 어떤 특징이든 대충 그 반대 되는 것과 섞으면 모든 사람들에게 ”그거 완전 나야“라는 반응을 듣게 된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일반적인 특성을 자신의 고유한 특성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렇게 어떤 특성을 자신의 특성이라고 받아들이게 하면 그것이 더 좋고 올바른 특성이라고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러한 편향을 발생시키기 위해 ‘당신은 ○○한 사람’이라고 하는 메시지를 우리는 쉴 새 없이 받는다.


미디어에서, 다양한 상품 광고에서, 정치적인 메시지에서 당신은 우리와 같은 ○○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진다. 이런 메시지들이 때로는 내가 진짜로 원한 적 없는 삶을 내가 원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들 어떤 삶의 모습이 좋다고 해서 그렇게 살았는데 실은 하나도 좋지 않다든가, 열심히 살았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 않은가?


나 자신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영향력이 넘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더욱 더 내가 생각하는 내가 진짜 나인지 혹은 그렇게 착각하고 그게 옳은 거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닌지 따져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나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라고 믿었던 모든 것, '착각'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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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라고 믿었던 모든 것, '착각'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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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3일 오후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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