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티 호텔은 왜 돈이 안 되는 서점을 1층에 배치했을까?

1. “(아난티는 업계 최초로 호텔 1층에 큰 규모의 서점을 배치했는데) 처음엔 직원들이 걱정이 많았어요. (서점은) 소위 말하는 '돈 안 되는 공간'이잖아요? 잘 안 되면 어떡하나고요"

2.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이터널저니(서점)’는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라고. (돈이 안 된다고 해서) 심장이 없으면 (공간이) 죽으니까 부담을 덜어라, 그렇게 이야기했죠”

3. “(왜 1층에 서점을 배치했냐면) 처음 아난티 남해를 만들 때부터 (저희가) 주력한 게 '이야기'였거든요? 이야기를 만들자. 공간을 만드는 게 결국 책과 똑같아요. 물론 영화도, 드라마도 있지만, 가장 솔직하고 단순한 건 책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서점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4. “(사실) 저희가 설계를 오래 하는 편인데, 최소 2년에서 5년은 하는 것 같아요. (특히) 처음에 '이 공간이 어떤 형태로 자리 잡을까?' 고민하는 데 6개월을 써요”

5. “그 과정에서 건축가, 직원들과 수많은 대화를 하죠. 그게 이야기고요. 책과 똑같죠. 책도 작가의 이야기, 의식의 흐름이잖아요? (책 페이지를 넘기는 듯) 공간에서는 그 의식의 흐름을 풀어가는 방식이 '동선'일 뿐인 거예요. 어떻게 동선을 그려 나가느냐(가 곧 설계죠)”

6. “공간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책으로 따지면 첫 장이에요. (그리고) 사람은 계속 움직이잖아요? 멈추고, 움직이고. 또다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죠. 그렇게 움직이면서 마지막에서는 이렇게 떠나겠구나. 그걸 상상하며 동선을 만드는 거예요. 고객이 움직이면서 그 이야기를 느끼도록"

7. “저희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이곳에 오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한 번 와봤는데 너무 좋다, 다시 오고 싶다', '지나다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기를 바랄 뿐이죠”

8. “거장은 멋있는 말만 해서는 될 수 없어요. 디테일해야죠. 디테일하다는 건 편한 걸 추구하는 게 아니라 맞는 걸 추구하는 거예요. 뭐든 계속 고쳐나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어느 게 더 맞는 건지를 생각하면서. 그게 디테일이죠”

9. “작업이라는 건 '뭐가 더 나은 걸까' 계속 고민하고 덧붙이고, 쌓아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당시에는 '그래도 괜찮다'라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뿐이죠”

10. “(그래서) 저희는 공간을 완성했는데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계속 (다듬는) 과정일 뿐인 거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걸 계속 보고, 관찰하고. 그러면서 또 조금씩 바꾸죠”

11. “제가 우리 직원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이 "과감하게 하자, 용기 있게 하자”에요. 어찌 보면 우리 일이 눈치를 참 많이 보는 일이에요. 하루 종일 고객의 피드백을 듣는 일이잖아요?”

12. “그런데 방패와 군복, 철모가 없으면 어느 누가 용기 있게 일하겠어요? 그래서 보상 규정을 굉장히 세고 명확하게 해놨어요. “잘못한 건 사과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당당하게 하자.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계속해 나가자”, 그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에요”

13. “무엇보다 저는 가만히 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자꾸 움직여야 된다고. 시대가 계속 변해가는데 우리만 멈춰 있다면, 그게 정말 무서운 거잖아요?”

14. “(무튼) 직원들한테도 가끔 이야기하지만, (저는) 책 하나 제대로 만드는 것과 공간 짓는 건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를 바가 하나도 없어요. 절차도 그렇고, 방식도 그렇고. 자간부터 행간, 책 사이즈까지 따지면 따질수록 할 일이 정말 많죠. 고민할 것도 많고”

15. “(그래서 저희가 1층에 서점을 배치할 땐 업계에서 처음 하는 일이라 아웃사이더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저희가 만드는 공간도 이야기고, 책도 이야기니, 저희 공간에 이를 상징하는 심장과도 같은 서점을 배치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돈이 안 되도 심장이 있는 것과 아닌 것은 차원이 다르니까요. 더욱이 호텔이 서점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공간이 아니기도 하고요)

- 아난티 이만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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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6일 오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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