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는 사람에게 보내는 208 번째 편지

계란후라이 1021


‘시원 섭섭하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보통 만남이 있은 후 헤어지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하는 단골 대사입니다. 표현하기 오묘한 감정을 함축하여 한 미디로 이야기한 내용이 시원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다는 의미입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까지 만남과 헤어짐에서 시원 섭섭함을 잘 몰랐습니다. 아주 시원하거나 아주 서운한 감정을 느낀 적은 있어도 양면 사이 어딘가 애매한 위치에 감정을 느껴본 경험은 없습니다. 지긋지긋한 학교를 졸업한 순간은 대청마루에 앉아 얼음 물에 발을 담그고 수박을 먹는 기분으로 시원했습니다. 헌신적으로 있는 거 없는 거 모두 바쳤던 여자친구에게 차였을 땐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에 분노했습니다.

최근 어떤 모임을 통해 시원 섭섭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3일 동안 동역했던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하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더 잘할걸, 더 친해지려고 노력할걸, 줄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더 건네줄걸’

나름 최선을 다했기에 당시엔 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이 나지 않았고, 살짝 귀찮기도 하여 시원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장면을 머릿속으로 회고할 때, 후회가 남는 상황이 떠오르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오늘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후회를 남기지 말자. 특히 사람과 관계에서 후회가 남는 선택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개인 성향이 내성적이라 처음 만나는 사람과 쉽게 친해지기 어려워합니다. 마음은 10년 지기 동네 친구처럼 만남과 동시에 바로 편하게 대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습니다. 항상 새로운 사람이 저에게 먼저 다가와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결과는 제 의도와 흘러갔죠. 사람들은 자신에게 먼저 말 걸어주고 친근함을 표현하는 파워 외향적인 친구들과 먼저 친해졌고 이후 저에게 친해지길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을 전 생애에서 경험했음에도 반복하는 걸 보면 저도 참 어지간히 고집스러운 인간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한번 제대로 바꾸어 보려고 합니다. 쑥스러움 따위를 정당화하지 않고, 마음에 있는 감정 그대로 표현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반갑게 인사도 하고 악수도 청하며 살가운 사람이 되어보려고 합니다.

후회를 남기느니 체면을 버리는 것이 낫습니다. 그깟 체면은 나 밖에 모르는 것이죠. 다른 사람은 내 체면 따위 관심도 없습니다. 그러니 조금 없어 보여도 내 모습 그대로 민낯을 주저하지 않고 모두 보여주고 말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친해지면 그건 정말 어쩔 수 없는 관계이고 나중에 후회도 없을 것 같아요.

새로운 시작을 앞둔 분들이 계시다면 우리 함께 새로운 만남을 기대해 보아요.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새 친구들에게 보여줄 자신 있고 당당한, 그리고 밝고 겸손한 내 모습을 그려보아요. 시원 섭섭할 미래를 계획에서 지우고, 적어도 관계만큼은 100% 만족할 수 있는 우리가 되길 진심으로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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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14일 오전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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