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노자가 말한 최고의 리더는 `뺄셈의 리더`
n.news.naver.com
✅사례1: 부서에 새 부장이 왔다. 새로운 업무를 계속 보태려고만 한다. 그렇다고 기존 업무를 뺄 생각은 없다. 혹시 일을 덜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윗선에 줄까 걱정이 돼서다. 그러다 보니, 그의 업무 관심사는 2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어떻게 하면 새롭게 일을 벌여 윗선의 인정을 받는가이다. 둘째는 전임자들이 만든 일은 별탈 없이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장기 플랜은 없다. 부장 임기는 기껏 1~2년이기 때문이다. 그 기간 안에 뭔가 새로운 일로 성과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승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부서원들은 죽을 맛이다. 일이 계속 늘어나서다. 1~2년 간격으로 부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일이 덧붙여지지만 이번은 좀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사업과 프로젝트 건수는 끝없이 늘어만 가는 것 같다. 부서원들은 점점 지친다.
이들의 불만은 이렇게 정리된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를 일도 꽤 있다. 이런 일을 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니까 힘들다. 그런데도 새 부장이 올 때마다 일이 더해지니까 죽을 맛이다. 더해진 일도 중요한 게 아니다. 단기에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까, 큰 의미가 있는 일은 시도되지 않는다.”
✅사례 2: 신임 부장이 왔다. 며칠 일한 그의 표정이 좋지 않다. 부서원들이 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술자리에서 다른 부장에게 하는 말을 엿들었다. ”이 부서 직원들은 일하는 방법을 잘 몰라. 내가 직접 베스트 프락티스(Best Practice)가 무엇인지 가르치겠어.“
그는 조금씩 간섭과 통제를 늘려갔다. 그에 비례해 직원들의 자율은 점점 줄어들었고, 부장에 대한 불만은 높아갔다. 동시에 부장의 불만 지수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직원들이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생각에서다. 부장이 직원들에게 고함을 지르는 횟수도 늘어만 갔다. 부장과 직원들 모두가 불행해지고 있었다.
사례 1과 사례 2의 리더는 ‘덧셈의 리더’다. 사례 1은 계속 일을 보탠다. 사례 2는 간섭과 통제를 보탠다. 사례 1의 리더 아래에서 다수의 직원들은 지친다. 과다한 업무 부담 때문이다.
물론 일부 직원들은 열심히 일한다. 그래서 부장의 인정도 받는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길어야 1~2년이다. 그 기간만 꾹 참자’고 되새긴다. 그러다 다른 부서로 옮기면 “이젠 쉬어야지. 그간 너무 힘들었다”라고 말한다.
사례 2의 리더 아래에서도 직원들은 힘들다. 지나친 통제와 간섭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사례 1과 2와 같은 ‘덧셈의 리더’ 아래에서는 단기적인 성과는 날지언정 장기적으로 최고의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진짜 리더는 ‘뺄셈의 리더’다. 이런 리더는 일을 줄인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면, 기존 일 중 가치가 떨어지는 일을 뺀다. 로버트 서튼 미국 스탠퍼드 교수는 “직원들에게 탁월함을 전파하고 싶다면, (업무에 대한) 직원들의 정신적 부담(cognitive load)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뺄셈의 리더는 간섭과 통제도 함께 줄인다. 직원들은 간섭 받지 않을 때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자기 책임으로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주려고 한다.
리더가 계속 뺄셈을 밀어붙이면, 리더는 있는 듯하면서도 없는 듯한 리더가 된다. 조직원들에 대한 간섭과 통제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업무 지시도 별로 없다. 지시 대신 가이드라인을 주기 때문이다.
아래 사람들도 그렇게 느낀다. 리더의 말을 ‘지시’가 아닌 ‘제안’이나 ‘권고’로 받아들인다. 뺄셈의 리더는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일을 억지로 만들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조직원들은 리더의 존재를 강하게 느끼지 않는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중국의 옛 정치철학자 노자는 이 같은 뺄셈의 리더를 최고의 리더로 친 게 분명하다. 노자 도덕경 17장에서 제시된 최고의 리더는 ‘뺄셈의 리더’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경에 따르면 최고(太上)의 임금은 ‘하지유지(下知有之)’의 리더다.
아래 사람들은 그저 임금(리더)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는 뜻이다. 요즘 말로 풀이하자면, 직원들은 그저 사장이, 임원이, 부장이 있다는 것만 알 뿐, 그가 조직을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에 대한 느낌이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려면, 조직원들에 대한 통제와 간섭을 ‘뺀’ 뺄셈의 리더가 돼야 한다.
이런 리더 아래에서 조직원들은 업무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조직과 리더가 추구하는 바가 이뤄져도 ‘리더의 공이다’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가 스스로 했어’라고 생각한다. 당연하다. 리더의 간섭, 통제를 받지 않고, 스스로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뺄셈의 리더와 함께 하는 직원들은 업무에 대한 강한 성취감을 갖게 된다. 업무에 더욱 동기부여가 된다. 리더에게 자기 공을 빼앗길 걱정을 할 필요도 없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스들은 하지유지(下知有之)의 리더, 뺄셈의 리더, 있는 듯 없는 듯한 리더가 되기 힘들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아’에 대한 집착을 놓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스가 보이는 자아 집착의 증상1️⃣은 직원들의 일처리 방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일처리 방식을, 자신이 베스트 프락티스로 믿는 방법을 직원들이 따르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직원들마다 그 나름의 일처리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일하는 게 성에 차지 않는다. 직원들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 점점 더 직원들의 업무에 간섭하고 통제하게 된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할 공간과 여유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자아집착의 증상2️⃣는 공을 자신에게 돌리고 싶은 욕망이다. 일이 잘되면, 직원들로부터 ‘우리 보스가 잘해서야. 모든 게 보스의 공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다. 자신의 자아를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은 것이다. 이들은 ‘잘 되면 보스 탓, 못 되면 부하 탓’이다.
인간이라면 이 같은 원초적인 자기애에서 벗어나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리더가 원하는 게 조직의 성과를 드높이는 것이라면 말이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4년 8월 24일 오후 12:09
난임 스타트업 '오키드헬스'는 배아를 대상으로 향후 발병 소지가 있는 수천 가지 질병을 검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통해 예비 부모는 자녀의 유전 정보를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알 수 있다.
... 더 보기AI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는 다양한
... 더 보기국내 바이브코딩 시장을 혼자 독점하고 계신 커서맛피아님을 인터뷰했어요.
... 더 보기스웨덴 AI 스타트업 ‘러버블(Lovable)’이 설립 8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랐다. AI 기반 코드 생성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러버블은 최근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2억 달러(약 2,88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8억 달러(약 2조 5,920억 원)를 인정받았다.
...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