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제품 발견 과정: 포스티(Posty)에서 배운 교훈

제품 개발은 크게 발견(product discovery)와 배포(delievery)로 구분된다. 다시 설명하면 제품팀이 잘 모르는 영역을 알아가는 과정과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 엔지니어링을 통해 제품에 가치를 증분하는 작업 과정으로 구성된다.


많은 팀들이 경우 제품 발견(product discovery)을 생략하고 바로 기능을 개발하는 단계로 건너 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제품을 만들면 3-4명의 제품팀 멤버(PM, 엔지니어, 디자이너)가 최소 2-3주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그렇게 배포된 기능은 대부분 성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후속 개선 작업을 진행한다. 문제는 이 개선 작업이 프로젝트 시작부터 애초에 근거(evidence)가 빈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계속해서 잘못된 최적화를 시도하게 된다. 그러면 이렇게 추가로 1-2주 더 시간이 지나간다. 여기서 제품 발견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조직이 좋아하는 단어 '리소스' 기준으로 계산하면 멤버 1명당 연봉이 7천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최소 3명 기준으로 20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다. 단순한 인건비 손해 외 팀 전체적으로 단순히 기능 구현에 집중했기 때문에 팀이 모르고 있는 영역(unknown)에 대해 팀의 학습과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어떻게 하면 빠르게 모르는 것(unknown)을 파악할 수 있을까? 내가 자주 활용했던 방법은 바로 제품을 만들지 않고, 상품 소개서를 기반으로 바로 고객 및 시장의 이해관계자를 만나는 것이다.

 

과거 카카오스타일에서 포스티(Posty)라는 신규 사업을 담당할 때 상품 소개서를 빠르게 제작하여 브랜드 패션 기업을 컨택했다. 아직 제품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포스티가 풀려고 했던 문제점과 비전을 중심으로 상품 소개서를 제작했다. 상품 소개서가 구체적이지 않았지만, 당시 팀이 브랜드 패션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빠르게 시장의 이해관계자를 만나서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바로 컨택을 진행했다.

당시에 우리 팀은 브랜드 패션에 있어 핵심 이해관계자가 벤더사(온라인 판매 대행사)일 것이라고 가정했다. 주요 브랜드 패션 커머스 플랫폼에서 상세 페이지 정보를 확인하면 주요 연락처에 스탁컴퍼니, 웹뜰과 같은 벤더사 정보가 있어서, 브랜드 패션에 있어 벤더사를 공략하면 패션 브랜드 입점 세일즈가 효율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번의 미팅을 진행하니 우리의 가정이 틀렸다는 것을 파악했다. 다른 온라인 비즈니스(예: 광고)의 대행사와 달리 패션 커머스 시장에서 벤더가 가진 권한이 크지는 않았다. 커머스 플랫폼 입점은 벤더가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고, 패션 브랜드사의 승인을 받아야 진행이 가능했다. 주요 벤더사를 통해 우리 플랫폼 영업이 빠르게 확장하길 바랐던 바람은 그저 행복한 상상일 뿐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잘못된 가정으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면 1개의 벤더사가 여러 브랜드를 대행하여 관리하는 영역에 대해서 잘못된 엔지니어링 요구사항을 정의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빠른 검증을 통해 잘못된 문제 정의를 하지 않게 되어서 마음의 안심을 얻기도 했다.

상품 소개서를 통해 계속 브랜드사 미팅을 진행하면서 피드백 기반으로 계속 상품 소개서의 콘텐츠를 업데이트하였고, 또한 제품 개발 관련해서 여러 근거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팀이 이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인사이트는 아래와 같다.


1. 패션브랜드 기업 내부의 중요한 조직간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채널을 관리하는 조직이 분리되어 있으며, 주요 재고는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우선순위 높게 유통이 된다. 만일 온라인 판매 가격이 오프라인 판매가 보다 낮은 경우 두 조직간의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회적으로 네이버 지식쇼핑에 가격이 노출되지 않는 온라인 판매 방식을 활용하거나 기업 내부적으로 합의를 통해 기획전이란 형태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조직간의 긴장감이 존재한다. 이밖에 오프라인 조직은 신상을 판매하고, 온라인 조직은 이월상품 중심으로 판촉 활동을 진행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따라서 패션 브랜드 온라인 MD 담당자가 오프라인 조직로부터 챌린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상품 노출/유통 구조가 필요했다.


2. 온라인 채널을 관리하는 MD 인력 대비 관리하는 플랫폼이 많다. 기본적으로 패션브랜드는 전통적인 리테일 비즈니스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영업이익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커머스 조직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적은 수의 MD 멤버가 여러 온라인 채널(예: 하프클럽, 패션플러스 등)을 관리해야 한다. 여러 온라인 채널에 상품 정보(상품명, 옵션, 가격정보 등)와 주문 정보를 동시에 관리해야한다. 이를 위해서 브랜드 패션 MD는 셀링툴(예: EC모니터, 사방넷, 플레이오토, 샵링커)이란 솔루션을 통해 단일한 인터페이스로 온라인 채널의 상품, 주문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사실 우리팀은 셀링툴이란 존재도 모르고 있던 상황이어서 빠르게 관련해서 상품정보 연동하는 API를 개발하고, 셀링툴 업체와 빠르게 계약을 맺어서 연동 개발을 진행했다. 외부 업체와 빠르게 계약하고 연동하는 과정은 사실 쉽지 않은데, 작업 중간에 다행히 상품 정보를 관리하는 유관부서가 지원을 해주어 적절한 시점에 필요한 bottleneck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후 셀링툴 업체 연동 개발은 포스티 뿐만 아니라 지그재그의 브랜드 사업 확장에도 활용될 수 있었다.


3. 가격 할인 제약으로 인해 별도 장치가 필요하다. 패션 브랜드는 주로 기획전을 여러 플랫폼을 구분해서 일정을 나눠서 진행을 한다. 보통 패션브랜드 MD는 셀링툴을 통해 여러 온라인 채널의 가격을 관리하기 때문에 기획전 또는 어떤 형태의 할인에 대해서 특정 채널의 판매가격을 낮추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또한 브랜딩 또는 오프라인 매장과 가격 일관성 관점에서 판매가를 건드리기 보다는 별도 상품 쿠폰 형태의 할인을 선호한다. 결국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수요를 만들기 위해서 가격을 낮추는 기재가 필요한데 이러한 요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형태는 쿠폰 플레이를 생각할 수 있고, 이밖에 컨셉 관점에서 접근하면 공동 구매와 같은 장치를 통하여 우리 플랫폼 만의 가격 체계를 설계할 수도 있다


4. 브랜딩에 대한 안심이 중요하다. 이 일을 하면서 "매출이 인격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여전히 패션 브랜드사 담당자가 우려하는 것은 브랜딩이었다. 대부분 담당자 분들은 "입점한 브랜드가 어떻게 되나요?"라고 항상 질문을 하신다. 새로운 플랫폼이기 때문에 Selection이 어떤 전시 구조로 보여지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점을 잘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했다. 기본적으로 우리팀은 기술 기반으로 패션 시장의 문제점을 혁신하는 장점이었다. 관련해서 유저 데이터 기반으로 개인화된 상품 추천 방식으로 이에 대한 우려를 해소시키려 했다. 결국 초기 프로덕트에서 브랜딩과 관련해서 높은 퀄리티의 크리에이티브를 제공하는 쇼케이스 CMS 같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이 점은 숙제로 가져갔었고, 항상 신중하게 커뮤니케이션하려고 모두가 노력했다.


브랜드 패션에 대해서 낮았던 팀의 이해도는 빠르게 상품 소개서 기반으로 사업의 가치제안을 검증하면서 점점 개선이 되었고, 이러한 요구사항은 제품 개발에도 반영되었다. 당시 포스티팀은 풀타임 5명(PM, 디자이너, 사업개발, MD), 파트타임 1명(CTO)의 소규모 조직이었고 이렇게 2개월을 준비하여 포스티 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시 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커머스 프로덕트를 2개월만에 출시하고, 이후 빠르게 구글 플레이 쇼핑 카테고리 2위, 월 거래액 10억원 대에 진입한 점은 팀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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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3일 오전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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