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의 시각을 확장시킨 5가지 브랜드》

2010년 처음 공개된 '배달의민족'은 전단지에서 식당을 찾고 전화로 주문한 뒤 현장에서 결제하는 일련의 과정을 앱 안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배달 체계를 탈바꿈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론칭한지 5년이 채 되지 않아 대한민국 인구의 약 3분의 1이 앱을 이용했고, 2018년에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었죠.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은 '벤처 신화'를 이끈 핵심 주역으로 떠올랐습니다


"브랜드는 살아있는 생물을 탐구하듯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김봉진 의장.

그는 싱가포르와 서울을 오가며 새로 설립한 회사 '그란데클립 Grandeclip'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의 도전에 관한 질문에 그는 브랜드의 일대기를 한 사람의 일생에 빗대었고, 그란데클립은 이제 막 목을 가누기 시작한 갓난아이라고 답하기도 했어요. 스타트업 막둥이로 새출발한 김봉진 의장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친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1️⃣ 국내에 브랜딩의 개념을 처음으로 전파한 '현대카드'


현대카드 Hyundai Card는 국내에 '브랜드'의 개념이 자리 잡기 전 처음으로 브랜딩을 시도한 곳입니다. 당시 현대 Hyundai는 자동차 산업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던 터라 중공업 기업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현대카드 이후 '디자인과 문화를 선도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겨났어요. 특히 배달의민족을 브랜딩 할 때 현대카드의 아이디어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표면적으로 현대카드는 세련된 무드를, 배달의민족은 키치한 무드를 가지고 있어 완전히 다르다고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브랜딩 구조를 살펴보면, 전용 폰트를 디자인하고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팬덤을 만들어 브랜드를 확장하는 식으로 거의 유사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에게도 직접 얘기한 바 있습니다. 무척 반가워하셨죠.(웃음) 디자인과 경영이 긴밀하게 작용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깨닫게 해준 의미 있는 브랜드입니다.


2️⃣ 브랜드를 사랑하는 이들의 소통 플랫폼, '매거진 <B>'


매거진 <B>는 브랜드를 주제로 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한 유례없는 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출판 시장의 관점에서 13년은 짧은 기간일 수 있지만, 10년 넘게 한 권에 하나의 브랜드를 다룬다는 콘셉트를 유지하며 발행을 이어온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이고요. 개인적으로는 단순한 잡지를 넘어, 브랜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한 점이 특히 유의미하다고 느낍니다. 지금도 디자이너, 마케터, 크리에이터, 그리고 브랜드를 준비하는 사업가까지 많은 사람들이 <B>를 통해 브랜드에 대해 배우고 있어요. <B>가 대중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일깨워준 것처럼, 저도 디자인 가구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싶어 올해부터 매거진 <C>를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C>는 한 권에 하나의 아이코닉한 체어를 다루는 잡지입니다. 인류의 라이프스타일과 가구 산업에 변화를 가져다준 의자를 만든 디자이너와 장인들의 이야기를 조명하죠. 언젠가 <C>도 아이코닉 체어와 디자인 가구를 이야기할 때 함께 떠오르는 전문 미디어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3️⃣ 🥘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 '하이디라오'


그란데클립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한 요즘, 저는 교과서 같은 브랜드보다는 의외성을 지닌 곳들에 더 눈길이 갑니다. 세계적인 훠궈(Hot pot) 브랜드 하이디라오 Haidilao처럼요. 훠궈는 우리나라의 삼겹살처럼 중화권 국가에서는 익숙하고 친근한 음식이에요. 비유하자면, 하이디라오는 우리나라 삼겹살집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사례라 할 수 있죠. 재미있지 않나요?(웃음) 음식이 맛있는 이유도 분명히 있겠지만, 하이디라오의 독특한 서비스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대기 중인 손님에게 무료로 음료를 나눠주고, 네일 아트를 해줍니다. 식사하는 동안에는 춤이나 공연 같은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죠. 과거에는 디자인 경영이 브랜드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었다면 지금은 그 방식이 조금 더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시대가 변하고, 소비자가 달라지면서 브랜딩 방식도 자연스레 진화하는 거겠죠. 이러한 현상을 보면 브랜드에 고정된 개념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브랜드를 운영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4️⃣ 자본을 바탕으로 새로운 브랜딩을 선보인 '안타 그룹'


흔히 브랜딩과 경영을 별개의 영역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패한 비즈니스를 '좋은 브랜드'라고 말할 수 없잖아요. 계속 성장하고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영을 함께 고민해야 해요. 그런 점에서 최근 안타 그룹(Anta Sports)의 브랜드 플레이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안타 그룹은 1991년에 설립된 중국 기반의 스포츠 전문 회사예요. 언더아머 Under Armour, 살로몬 Salomon, 아크테릭스 Arc'teryx 등 최근 젊은 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는 여러 스포츠 브랜드를 인수하기도 했어요. 안타 그룹의 행보에서 눈여겨 볼 점은 자신의 국가, 회사를 결코 내세우지 않는다는 거예요. 일례로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애플은 '미국 기반'임을 강조하잖아요. 하지만 안타 그룹은 국가와 모회사를 드러내는 대신 인수한 브랜드의 가치 철학, 헤리티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을 운영하죠. 똑똑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유서 깊은 브랜드일수록 스토리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안타 그룹은 자본으로 유서 깊은 브랜드를 인수해 시간의 격차를 단축하는 방법을 택한 겁니다. 자본을 이용하는 방식을 '맞다', '틀리다' 두 가지의 논리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자본을 가진 브랜드가 어떻게 경영 전략을 펼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틱톡 TikTok, 테무 Temu 등의 중국 브랜드를 보고 있자면, 디자인만큼이나 경영의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되어 유의 깊게 살피게 됩니다.


5️⃣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한 '디즈니'와 '나이키'


브랜드 중에는 반면교사 할 곳들도 있습니다. 과거 브랜드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던 디즈니 Disney와 나이키 Nike가 그러해요. 최근 두 브랜드는 설립 당시의 철학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요. 일례로 가족 콘텐츠의 상징이었던 디즈니는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이 부상하자 디즈니+ Disney+를 출시하며 자극적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어요. 나이키 역시 기술력보다는 디자인에 편중된 제품을 출시하면서 호카 Hoka, 온 On 등 기술 개발에 주안점을 두는 스포츠 브랜드에 밀리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죠. 저 사실 지금 나이키 신고 있는데 말이죠.(웃음) 본래 나이키는 스포츠 운동선수들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기술력을 응집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대중은 동경하는 운동선수처럼 되고 싶은 마음에 나이키의 제품을 구매했는데, 지금은 나이키가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브랜드 초기의 철학과 생각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확장되면 소비자들이 떠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도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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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2일 오전 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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