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현재 다니는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 내부에 비전이 공유되고 이를 실천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란 쉽지 않다. 직장인들에게 비전이란 그저 신년사와 여러 행사에서 1년에 한두 번 CEO에게 듣는 형식적인 말이다.

리더들은 직원들이 회사 비전에 무관심하다고 불평하지만, 사실은 CEO의 잘못된 행동 탓에 비전이 공유되지 않을 때가 많다. 리더로서 비전과 목적의식을 갖고 있는 것과, 이를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소통을 통해 공유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리더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건 이를 구성원들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비전 그 자체가 아니라 “비전의 공유”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적극적인 소통으로 구성원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그 비전이 현실에서 이뤄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

스티브 잡스는 회사 홈페이지에 비전이나 조직의 핵심가치를 올려 놓는 행위에 극도의 거부감을 가졌다. “비전과 핵심가치는 실천의 대상이며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조직 문화이자 DNA가 되어야지, 홈페이지에 올리는 선전 문구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비전과 핵심가치를 홍보와 선전 문구로 이용하는 것을 싫어했다.


1️⃣비전이 공유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비전 수립 시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를 주지 않고 경영층이 일방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비전 공유를 위해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비전 수립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생각과 열망을 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이다.

비전과 가치 수립에 구성원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 대표적 사례가 IBM의 ‘밸류잼(Value Jam)’이다. 당시 IBM의 CEO였던 샘 팔미사노는 직원들의 적극적 참여와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만든 조직의 핵심가치는 CEO 혼자만 외치는 슬로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2003년 7월23일 회사 내부의 웹캐스트를 통해 IBM의 핵심가치 정립에 있어 직원들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며 조직원들의 동참을 호소했고, 7/29부터 8/1까지 72시간 동안 ‘새로운 IBM의 핵심가치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는 Value Jam을 실시했다.


당시 32만 명의 전세계 임직원 중 무려 70%가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고, 1만 개 이상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어 IBM의 새로운 핵심가치 수립에 사용됐다.


새로운 비전과 핵심가치를 정립하는 일이든, 혁신을 위한 미래 사업 구상이든 IBM은 임직원의 적극적 참여를 중요시했다. 때문에 구성원들은 이 모든 것을 ‘그들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로 받아들였다. 수동적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피고용인’이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주인’으로 참여했다.


2️⃣리더가 비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스스로 실천하기 전에는 직원들이 동참하지 않는다. 이상적인 미래를 뜻하는 비전과 가치는 변화와 희생을 내포하기 때문에 리더의 솔선수범이 요구된다. 불확실한 미래의 꿈을 위해 변화해야 하고 희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하들은 리더의 행동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때 리더가 솔선수범해서 비전 달성에 필요한 것들을 실천하고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부하들은 비로소 리더가 제시하는 비전에 확신을 하게 되고 리더의 진정성을 신뢰하게 된다.

“일선 직원들이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리더가 적어도 1000번 쯤은 이에 대해 외치고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잭 웰치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비전에 대해 무관심하고 이를 달성하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전에, 리더 스스로 비전과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줬는가 반성하자.


3️⃣구성원들은 회의 때마다 혹은 의사결정 때마다 단기적 재무 성과만 이야기하는 리더를 보며 비전이 공허한 슬로건에 불과하다는 걸 느낀다. 비전과 핵심가치는 필요 없고 중요한 건 성과라고 말하는 직장인이 많다. 이는 해당 기업에 비전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조직의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 시, 비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재무적 성과만 고려되는 과정을 보며 구성원들은 리더들에게 비전에 대한 헌신이 없다고 느낀다. 이렇게 되면 비전 공유는 이미 물 건너간 상태가 된다.


중요한 의사결정 마다 CEO가 앞에 나와서 “이번 결정이 혹은 이번 신사업이 우리의 비전 달성에 이렇게 공헌 할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해야, 비로소 구성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의 비전 달성에 어떤 공헌을 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4️⃣비전을 공유하는 조직들은 비전의 중요성을 구성원에게 끊임없이 전하기 위해 조직 고유의 상징들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별한 시상이라든지, 비전을 상징하는 용어의 사용 등이 여기 해당된다.

위기에 빠진 스타벅스를 살리기 위해 복귀한 하워드 슐츠는 최고의 커피 맛과 고객 서비스를 되찾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그래서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8년 2월26일 미국 전역의 7100개 매장 문을 3시간 닫고 직원 재교육에 들어간다.


3시간 동안 투자한 비용이 600만 달러나 됐지만, 이렇게 상징적인 무엇인가와 과감한 투자가 없으면 직원들은 CEO의 메시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많은 한국 기업들도 비전과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여러 가지 행사라든지 심볼을 만들고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노력들이 많은 경우 이벤트에 불과하거나 형식에 치우쳐 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추가적인 잡무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많은 리더들이 뭔가 ‘핫(hot)’ 하고 ‘새로운’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비전과 핵심가치는 ‘핫’하고 ‘새로운’ 것 보다, 얼마나 ‘일관성’ 있고 ‘오래 실천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지금 직원들에게 “뭐 새로운 것 하나 만들어 와”하고 지시했다면, 당신은 비전과 가치를 이벤트화하려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CEO 혼자 정한 '비전'은 직원들에게 허상일 뿐이다ㅣ인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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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혼자 정한 '비전'은 직원들에게 허상일 뿐이다ㅣ인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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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3일 오후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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